이름 없는 모임
날씨가 부쩍 더워졌다. 장마까지 밀려오려는지 습도까지 높다. 한마디로 불쾌지수가 엄청 높은 날이다. 그래도 우리는 그림을 그린다. 이제 만나서 그리는 일은 드물고 대부분 집에서 그린다. 이렇게 불쾌지수가 높은 날도 우리는 끄떡없다. ㅎㅎ
이번 주는 지난주에 입에 오르내리기만 하고 그리지 못했던 함박꽃을 그리기로 했다.
함박꽃은 산목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커다란 꽃이 활짝 핀다고 함박꽃이다.
함박꽃은 목련과다.
목련과의 특징은 크고 탐스러운 방사상칭화다. 방사상칭이란 가운데 축을 중심으로 하여 여러 방향으로 대칭을 이루는 꽃을 말한다. 수술과 암술은 많고, 꽃받침은 3장, 꽃잎은 6장에서 9장 그 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꽃받침과 꽃잎은 구분하기가 어렵다.
함박꽃은 높이는 6~10m로 자라고 잎이 커다랗기 때문에 산을 다니다 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잎은 어긋나며 타원형이다. 길이는 6~15cm이고 폭은 5~10cm로 크다. 꽃은 5~6월에 잎이 난 후에 옆 또는 밑을 향해 핀다. 흰색이고 들큼한 향기가 나는데 꽃의 지름은 7~10cm이다.
열매는 9~10월에 붉고 둥그렇게 열린다.
함박나무는 산을 다니면서 종종 만난다. 듬성듬성 서로 모여서 자라지 않고 햇살 좋은 곳에 한 그루씩 만날 수 있다. 함박나무를 알아보는 건 드다지 어렵지 않다. 잎이 아주 크기 때문에 쉽게 이름을 알아맞힐 수 있다.
나는 함박나무보다는 산목련으로 부르며 다닌다.
함박나무는 산목련이지만 목련 하고는 꽃이 매달린 모습이 다르다. 목련꽃은 하늘을 향해 꽃잎을 벌린다. 하지만 함박나무는 꽃이 아래를 향한다. 그래서 꽃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흰색 꽃잎만큼이나 자줏빛 수술과 노란 암술은 아주 매력이 있다.
열매 또한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인제에 가면 여초서예관이 있다. 그곳 주차장에 함박나무가 있다. 정원에 심어진 거라 나무의 모양도 예쁘다. 옆으로 맘껏 가지를 뻗고, 가을에는 넓은 잎에 단풍이 들면 너무 예쁘다.
거기다가 아기 주먹만 한 빨간 열매가 열리는데는 놀랄 수밖에 없다.
나는 처음 함박나무 열매를 보고는 아기도깨비의 빨간 방망이인 것만 같아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함박웃음은 함박꽃에서 그 이름을 가져왔다고 한다.
활짝 핀 함박꽃, 불쾌지수가 높은 날. 다 그린 함박꽃을 보면 나는 함박웃음을 짓는다.
비록 잘 그린 그림은 아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그린 그림을 방에 걸어놓고 감상하는 게 좋다.
함박웃음이 절로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