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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 Jun 30. 2023

쿠스코, 시위

예상보다 꽤 오랜 시간 쿠스코에 머물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우선 지금은 쿠스코에는 시위가 한참이다. 일주일 전 들어올 때 보았던 학교 선생님들의 임금인상 시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고 발이 좀 묶인 걸로 해 두고 있다. (사실 버스정류장 확인 결과 숙소직원의 말과는 달리 외부로 나가는 버스는 현재 운행 중이었다.) 12시쯤 발길 내키는 대로 걷다 보니 도시 외곽으로 나가는 길이 깨어진 돌로 막혀 있었고 많은 아이들과 사람들이 막힌 거리에서 바리케이드를 골문 삼아 축구를 하고 있었다. 선생님들이 파업이니 아이들은 참 좋을 것이다. 며칠 전 마추픽추 부근 숙소주인이 파업으로 인해 쿠스코에서 히드로 일렉트로니카까지(마추픽추의 창렬을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히드로일렉트로니카에서 마추픽추까지 길을 막아두고 70-100달러짜리 기차만 운행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히드로 일렉트로니카에서 아구아 깔리 안 떼까지 3시간가량 걸어 30 솔짜리(10달러가량) 콜렉티보를 탄다.) 길이 막혀있었다고 했는데 완전히 허언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깨어진 돌 사이로 어떤 차들은 차도와 인도를 반쯤 걸쳐 건너가기도 했다. 선생님들의 시위에 시장상인들도 동참해서 재래시장이 완전히 닫혀 있었는데(재래시장과 광장 상인들이 파업에 동참하는 것은 꽤나 이채로웠다. 좌파정치의 역사가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멀리에서 아르마스광장으로 향하다 보니 상인들이 외곽 쪽으로 빠져나와 대거 장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그리고 아르마스 광장 쪽으로 다가갈수록 모든 상가들은 공식적으로 더 잘 닫혀 있었다. 재미있는 풍경이었다. 그런데 아르마스로 광장직전의 거리에서 작은 문이 빼꼼히 열리더니 몇몇 사람이 밖으로 나와서 안을 쳐다보니 몇몇 손님들이 앉아있었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꽤 자연스럽고 잘하는 시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식적으로 닫혀있는 시장과, 어제 같은 경우 마트도 영업을 하되 문을 작게만 열어두었다. 특히 재래상인들의 메르까도가 닫혀있되 자연스럽게 하는 영업은 그것대로. 시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세계적인 관광도시의 시민들이 채택한 방법은 페루의 약간의 대충주의와 결합해 꽤 괜찮은 시위 효과를 보내주고 있었다. 보따리장수 아주머니는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관광객의 유니폼 알파카 스웨터를 40 솔, 15달러에 팔고 있었고, 경찰들도 강력대응하지 않은 시위를 나는 관광객답게 외부인으로서 구경하고 있었다. 먹거리를 사서 숙소로 돌아가려 하는데 아주머니가 10달러에 주겠다고 다급하게 다가왔다.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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