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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핫 Jun 21. 2023

5. 겨울에 태어난 남자, 가을에 태어난 여자.

어떤 계절을 좋아하는지 이야기한 적이 있지.


겨울에 태어난 나는 가을을 좋아한다 답했고,

가을에 태어난 너는 여름을 좋아한다 답했지.


그래서 네가 나보다 행동이 빠른가 보다.

매년 먼저 도착하니.


그런 우리 첫 만남은

멋쩍은 표정으로 손난로를 쥐어주던

둘 모두가 그리 반기지 않던 차가운 겨울이었고,


감정을 드러내어 전하던 순간은

서서히 봄볕이 온몸에 번져가던 계절이었어.


그러니 내가 어찌

이 모든 계절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니.

너를 만난 후, 나는 모든 계절이 좋다.





굽이굽이 갈래로 퍼져가는 길을

외곬로 만들어준 네게

나는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시퍼런 깊은 바다색이었던 내 여름은

어제 무심코 올려다보니

어느새 하얗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투명한

작은 물방울 색을 하고 있더라.


녹음이 짙어가는 계절에,

여기 다 담지 못할 마음을 조금 나누어본다.


삶은 도착점을 모르고 출발했을 테니,

우리도 그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보자.

그 보폭을 서로 맞춰가며.


그 길은 단호히 내가 앞장서 이끌어주고 싶다.

계절은 네가 더 빠르지만,

시간은 내가 더 빠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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