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11
최근에, 저축을 본격적을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은 후 신용카드를 해지했습니다. 신용카드를 사용한 지는 6개월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월마다 안 나가도 되었을 추가 지출이 생겼습니다. 신용카드를 교통카드 대용으로 들고 다니면서, 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밥을 먹거나 카페를 갔기 때문입니다. 신용카드를 잘 쓰고 다니면 신용점수가 올라갈 것을 기대하여 신청한 것이었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느낌입니다.
의기양양하게 신용카드를 해지한 후에 월급을 받고 고정지출을 납부했습니다. 그리고 피와도 같은 카드값을 지불하고 나서 잔금을 보니, 이제 시작된 5월 달이 암담할 따름입니다. “이 돈으로, 어떻게 교통비와 식비를 해결하지? “ 아무래도 이번달은 적금을 제외한 저축은 포기해야 할 거 같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 특성상 새벽 출근이 잦습니다. 보통 새벽 4시에서 6시 사이로 출근하는데, 이 시간에는 버스가 마땅히 있지 않고, 하나 있는 버스 시간대를 놓치면 택시 이용이 불가피합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다녔지만, 춥고도 아픈 겨울 시기를 지나면서 ‘택시의 안락함’에 지배당하고 말았습니다.
새벽에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는 도저히 자전거 페달을 밟을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직장까지는 걸어서 40분, 자전거로는 15분이 걸리는 거리입니다. 그래서 한 달에 교통비로 15만 원 정도를 책정했는데, 이번 달부터는 자제를 해야 합니다. 택시를 타고 싶어도 탈 수 없기 때문입니다.
5월 1일부터 택시와 버스를 일절 이용하지 않고 걷거나, 자전거를 탔습니다. 혹시나 출근 시간에 못 맞출까 봐, 새벽 6시 출근임에도 4시에 일어나서, 1시간 정도는 경제 신문을 읽고 20분 준비하여 15분 동안 열심히 페달을 밟았습니다. 또는, 30분 동안 신문을 읽고 20분 준비하여, 40분 동안 걸어갑니다.
가는 길에는 전날 외웠던 영어단어 MP3를 듣거나 팝송을 듣습니다. 한평생소원이었던 ‘영어’를 깨우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루틴을 지켜내기 위해서 전날에는 무조건 저녁 9시에서 10시 사이로 잠에 듭니다. 제게 가장 적절한 수면 시간은 7시간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7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시간이 너무 없을 때에는 6시간 자기도 합니다. -취침 시간을 6시간으로 고정했더니, 3-4일 간격으로 10시간 이상씩 잠을 몰아서 자게 되어서 7시간이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일이 끝나면 직장 동료들과 수다를 떨기 위한 ‘런치타임’을 종종 즐겼습니다. 이런 자리는 보통 주에 1~2번 생겼으며 갈 때마다 1만 원에서 2만 원의 돈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성격상, 저 때문에 분위기가 깨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가고 싶지 않아도, 맞춰주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또한 이번 달부터 그만두려고 합니다. 저도 원하지 않을뿐더러, 제 지갑도 더 이상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각종 영양제와 간혹 집에서 요리할 때 사용할 식재료 구입에 돈을 지불하기로 했습니다. 아침 식사는, 직장에서 일하면서 가볍게 때우는 편인데, 보통 전날에 프로틴 2 스쿱과 검정 콩가루 2 스쿱을 넣어, 물을 넣고 섞은 것을 아침 대용으로 먹습니다. 이후 각종 영양제를 입에 털어놓고 저분자 콜라겐도 잊지 않고 먹어줍니다. 일하면서 2L가량의 물을 쉬지 않고 마신 후, 일이 끝나면 집에 돌아와서 점심시간을 갖습니다.
점심시간은 하루 중 제가 유일하게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종류, 양 상관없이 마음껏 먹어줍니다. 이 시간이 하루의 처음이자 마지막 식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후 9시 전까지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영어 공부를 한 후에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에 듭니다. 다음 날 컨디션을 위해서입니다.
위의 루틴을 5월 내내 유지할 수 있다면, 식비 200,000원으로 충분히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번 달 가장 걱정되는 지갑 브레이크는 당연, 직장 동료들과의 예측할 수 없는 ‘런치타임’인데, -이 시간에 보통 일하면서 쌓인 불만을 각자 토로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며, 다시 일할 동기를 얻습니다- 이제는 ‘핑계’가 아닌 정말 돈이 없으므로 굉장히 바쁜 척 연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 언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있어서 앞으로 일찍 가야 할 거 같아. 미안해! “
한 순간에, 아웃사이더가 될까 봐 살짝 무섭지만, 괜찮습니다. 같이 수다 안 떤다고 저를 배척할 정도로 제가 일을 못하고 영향력이 없는 사람은 아니라서 말입니다. 한 달에 한, 두 번이면 괜찮을거라고 믿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