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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정 May 08. 2024

글을 쓴다는 것

#수필 13

  글을 쓴다는 것은 때로는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감히 제가 쓰는 글이 누군가에게 가 닿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 저의 빈약하고도 허술한 머리에서 나온 활자 따위들이 실상은 빈껍데기와 같지 않을까라는 공포. 그리고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게으름과 나태함 때문입니다.






  간혹 글쓰기가 부담으로 다가올 때는, 글쓰기의 목적에 변화를 줍니다. '글쓰기는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라며 스스로에게 되뇌는 것입니다.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비워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글쓰기는 습관처럼 되새김질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기도 하는 기회이다. 글쓰기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왜 기분이 좋지 않은지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내면의 창이다. 글쓰기는 내게 주어진 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감사한 것인지를 돌아볼 수 있는 회고의 창이다. 하면서 말입니다.






  저는 이러한 속삭임을 통해서 글쓰기가 주는 부담과 공포를 이겨내고 다시금 글을 쓸 힘을 얻습니다. 초등학교 때 제가 일기를 씀으로써 가족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흐름을 파악한 것처럼, -가령, 언니와 싸우고 나서 쓴 일기에는, "나는 언니에게 반항할 수 없다. 언니에게 아무리 사실을 말하더라도 언니는 한번 삐지면 밥도 먹지 않고,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 방은 없고 언니 방이기 때문에, 나는 나의 자존심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언니에게 사과를 할 수밖에 없다."와 같은 맥락의 글을 남겼습니다.- 21살의 제가 저를 지배했던 우울함을 떨쳐내기 위해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 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용서하는 시기를 거쳐왔던 것처럼, 23살의 제가 책에서 읽은 내용과 어디선가 얻어 온 정보를 토대로 칼럼을 작성하고, 그를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드렸던 것처럼, 24살의 저는 조금 더 정교하고 알찬, 때로는 감동적이고 때로는 차가운 글을 남기려는 것입니다.




글쓰기라는 것은 제게 있어서 삶의 방식이자, 삶을 그리는 붓이자, 삶을 만들어나가는 창조의 공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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