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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킁킁총총 Jun 05. 2024

진짜 생일입니다.

5월 31일, 바다의 날, 내 생일.

24.05.31(금)

어제의 EP.2를 차마 올리지 못하고 따로 일기에 저장을 했다. 재밌었던 이 스토리를 비공개로 올려야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언젠가 어딘가에 떠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를 그날을 기대한다.


덕분에 피곤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가족들과의 점심 식사가 있어서 1시까지 평택으로 가야 하는 촉박한 일정이었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고 일어나 부지런히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쓸데없는 습관이 발동. 하필 오늘따라 유독 집이 더럽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바로 출발해야 늦지 않게 도착할 텐데 후다닥 눈에 보이는 부분들만 정리를 하고 출발을 했다. 굳이 왜 청소를 하는 걸까. 참 이럴 때면 쓸데없는 순간에 깔끔을 떠는 내 모습이 참 아이러니하다.


차를 끌고 갔다가 오기에는 피곤하기도 하고 올라올 때 차가 막힐 것 같아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뜩이나 늦었지만 역시나 지하철은 내 눈앞에서 날 버리고 가버리는구나. 누나, 엄마, 아빠에게 구체적인 약속 장소와 주인공은 조금 늦으니 먼저 식사를 시작하라고 양해를 구했다. 솔직하게 어제 술을 좀 먹어서 나는 밥을 조금만 먹으면 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다들 일정이 있는 날 시간을 좀 쪼개듯 만나기로 한 날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생각보다 늦은 1시 30분에 도착해 간단한 생일 파티와 식사를 하고 카페로 이동했다. 하은이가 아직 어린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 오랜만에 어른들끼리의 자리였다. 조금 어색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늘 웃음을 안겨주는 하은이의 존재가 이렇게 크게 느껴지다니. 그렇게 하은이의 어린이집 근처 카페로 가서 조금 일찍 하원을 시키기로 했다.

하은이가 오자마자 바뀌는 분위기와 웃음소리 가득한 자리가 반가웠다. 어느덧 너무 큰 존재가 되어버린 하은이.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사랑스럽다. 영상으로는 말도 잘하고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주던 하은이지만 만났을 때는 부끄러움이 많아지는 하은이. 더 귀여워.


하은이와 놀아주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 찾아왔다. 오늘은 유독 껌딱지처럼 붙어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내 생일인걸 정말 알기라도 하듯 나에게 애정을 잔뜩 쏟아주는 너, 삼촌 자리라며 엄마아빠는 저리 가라고 말하는 순간 놀랐지만 속으로는 너무 행복해 미치는 줄 알았단 말이야. 이제 진짜 헤어져야 할 시간인데 대성통곡을 하며 날 보내지 않는데... 그렇게 울면 내가 어떻게 가니 하은아.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기 위해 차에 올라타 지하철역까지 시간을 연장했다. 조금은 진정이 되고 다음에는 하은이네 집에서 자고 가기로 약속을 하며 우리는 오늘의 이별을 수긍할 수 있었다. 이제는 정말 말을 잘 알아듣늗데 너 너무 빨리 크고 있는 것 같아 조금만 천천히 컸으면 좋겠어 하은아.

저녁 약속이 있어서 부지런히 부천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늦지 않아 잠시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 10분 정도 누워있었으려나 나갈 시간에 부지런히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당신과의 생일 파티는 처음이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갔다. 그렇지만 만나기 전부터 삐그덕거리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만나기로 한 장소가 엇갈렸다. 사실 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럴 수 있으니까. 그런데 당신은 그러지 않았고 만나기 전부터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 참 많은 좋지 않은 말들을 들었다. 요즘 당신과의 만남, 특히 술자리의 끝은 늘 최악이었고 오늘도 역시 최악의 최악을 만들어버렸다.


"언니 저 맘에 안 들죠?"


그냥 이 말이 떠오른다. 당신은 내가 맘에 들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제는 내 행동이 전혀 좋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제는 정말 정말 곁에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상처가 되지 않기 위해 좋은 방향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했지만 더 이상은 무리인 것 같다. 상처가 나고 있다. 많이 아프다. 아프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프지 않은 게 아니라 너무 아파서 아프다고 말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나 괜찮은 척한 거야. 하나도 괜찮지 않았어. 많이 아팠고 많이 슬펐어. 언젠가 이 말을 전할 수 있을까. 이제 정말 안녕. 나에게 어쩌면 가장 중요한 선물을 준 건 아닐까. 나에게 정말 필요했던 이 순간이 생일을 마무리하며 찾아왔다. 덕분에 생각보다 슬프지 않다. 가슴은 조금, 아니 많이 답답하지만 금방 괜찮아질 것 같았다. 금방 지나갈 것이다.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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