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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킁킁총총 Jun 06. 2024

불안했던 하루에서 행복한 하루로

금방 괜찮아질 거야

24.06.01(토)

어제의 여파로 늦게까지 잠을 청했다. 숙취도 있고 마음도 편치 않았기에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눈이 떠지면 다시 자고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 3시가 다 되었다. 밥은 먹어야겠는데 도저히 밥을 먹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고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하루가 사라질 것 만 같았다. 며칠 전 찾아놨던 크루키 가게가 떠올라 당을 충전하면서 커피를 마시는 것을 선택했다. 크루키를 사러 가는 발걸음에서 설렘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 하루의 마음은 계속 무거울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도착하고 보니 테이크 아웃만 가능한 매장이었다. 커피와 함께 먹을 계획이었지만 일단 먹고 싶은 크루키와 쿠키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막상 눈앞에 맛있어 보이는 요 친구들 덕에 기분이 한결 좋아지는 것 같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몇 개 고르지도 않은 것 같은데 3만 원이 넘는 금액이라니. 생각보다 비싸다고 느껴졌지만 입에 넣는 순간 가격에 대한 생각은 잊히고 또 사러 와야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떠다닐 정도의 맛이었다. 진짜 존.맛.탱.

카페에서 여유 좀 부리기 위해 근처 스타벅스로 향했다. 주말에 차를 끌고 나온 게 너무 오랜만이었지만 정말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한 개도 보이지 않았다. 돌고 돌고 또 돌았는데도 주차 자리를 찾지 못하고 그냥 집을 향하기로 했다. 집 근처에 도착했지만 여기도 주차할 곳이 없었다. 살짝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침착하자 침착하자.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집을 가면 안 된다. 그렇게 교보문고를 들를 겸 부천역 투썸으로 이동했다. 다행히도 골목에 주차 자리를 발견. 정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카페로 들어섰다. 여전히 밥을 먹지 않은 상태라 커피만 마시기에는 내 몸에게 너무 미안하기에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문하고 3층으로 올라갔다. 자리에 앉아 커피와 샌드위치를 보며 창 밖을 바라보는데 예쁜 하늘이 날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계속 처져있을 순 없지. 그렇게 카페에서 기분 전환을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삼촌 짱아가 산책시켜 달래요."


나형이에게 온 카톡, 드디어 짱아를 만날 수 있게 해 주는 건가? 너무 많이 짖는 강아지라 소개해 주시 힘들다던 나형이가 오늘은 짱아를 소개해 줄 생각으로 카톡을 해 왔다. 너무 기쁜 나머지 칼답으로 응했다. 짱아와 중앙공원 산책을 하자는 나형이에 제안에 하던 일을 후다닥 마치고 가자고 했다. 역시나 밀린 일기를 쓰고 있었기에 빠르게 일기를 쓰고 나형이와 짱아에게로 향했다. 짱아와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문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설렘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차 문이 열리고 짱아와 나형이가 들어왔다.


"짱아야 안녕! 아, 나형이도 안녕!"


"월! 월! 월! 월! 월!"


엄청난 목청으로 옆에서 짖는 짱아. 하하하. 내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싶었지만 누구에게나 짖는다는 나형이의 말에 작은 위로를 받았다. 중앙공원으로 가는 도중 꽤 많이 짖었지만 평소보다 덜 짖는 거라니 우리 애들 이제는 우리 애들이 아니지. 훤아와 설아는 그래도 얌전한 친구들이었었구나. 보고 싶다. 잘 지내고 있으려나 우리...아가들...


오랜만에 강아지 산책을 시키려고 하니 세상 행복했다. 특히 산책 후에 씻기는 일은 내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찐 행복이지 않았을까? 좋은 날씨에 좋은 사람과 좋은 강아지와 함께 좋은 장소에 있다는 이유가 내 마음을 조금 여유를 가져다줬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마음속에서는 아직 불안함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어제의 하루가 오늘까지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잘 알았다. 애써 잊으려고 더 즐겁게 이 순간을 즐기기 위해 노력했다. 한 10분 정도 산책을 했을까. 나형이에게 안아달라는 짱아. 노견은 노견인 건가 산책 시간이 많이 짧네? 훤아 설아도 노견이었지만 체력이 엄청났었는데 수컷과 암컷의 차이일까? 아, 또 보고 싶다.


짱아의 산책은 10분, 그렇게 짱아를 안고 우리의 산책이 시작됐다. 걸으면서 날씨 좋다는 말을 몇 번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계속해서 말했다. 정말 날씨가 좋아서 한 말이었는데 돌이켜보니 할 말이 없어서 한 것처럼 느끼진 않았을까 걱정이 된다. 한 시간을 넘게 산책을 이어갔더니 이제는 나형이가 지쳐 보였다. 벤치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고 음료수를 사 왔다. 앉아서 짱아를 좀 안고 있으려고 했지만 실패. 내 품은 싫다고 한다. 좀 더 친해지면 내 품으로 오려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잠깐이지만 오랜만에 강아지를 안고 있으니 그 포근한 느낌이 몸도 마음도 포근하게 해주는 기분이었다. 다시 강아지를 키울까? 잠깐 말을 꺼냈지만 그러지 않기로 바로 마음을 돌렸다. 이렇게 가끔 강아지를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어느새 불안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즐거운 마음에 들어와 있었다. 고마워 짱아, 나형아. 오늘은 엉덩이만 너무 보여줬으니 다음에는 얼굴을 좀 더 보여달라는 말과 함께 짱아와 나형이를 데려다주고 다음을 기약했다.


 6월은 소비를 조금 줄여보겠다는 마음으로 당분간의 식량과 천선란 작가님의 책을 한 권 사기 위해 발걸음을 옮겨 이마트와 교보문고를 향했다. 마트 장 보는 걸 정말 좋아했지만 막상 혼자 장을 보는 건 그렇게 즐겁지는 않은 것 같다. 필요한 물건만 산걸 보면서 너와 함께 장을 보며 생각지도 않던 물건들이 카트로 들어오는 즐거웠던 시절이 떠올랐다. 오늘은 너와 애들이 자꾸 생각나는 하루인 것 같았다.  


교보문고를 도착하니 마음이 편안했다. 요즘 책이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요즘 푹 빠진 작가님의 책들. 밀리를 통해 책을 읽을 수 있지만 덕질을 위해 작가님의 책을 소장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매대에는 이끼숲이 여러 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일기떨기에서 들었던 서가 꽂힌 책에 대한 내용이 떠올랐다. 매대에서 서가로 옮겨진 책은 어쩌면 수명이 다 한 책들이지 않을까. 이제는 사람들에게 잊힌 책들이 모이는 곳. 그렇게 작가님의 책 중에 서가에 있는 책을 발견했다. 바로 나인이었다. 마침 밀리로 읽고 있던 책이기에 더욱 반가웠다. 서가에 꽂힌 수많은 책들 중에 유독 나인이 빛을 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나인을 서가에서 내 품으로 옮겼다. 이제는 내 책장에서 빛을 내 줄 작가님의 책, 그렇게 오늘의 하루를 더욱 행복한 소비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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