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나 뵈었습니다. 두 분.
24.06.29(토)
쏴리질럿!!!!!!!!!!!!! 드디어!!!!! 드디어!!!!!!!!!! 만나 뵈었습니다. 천선란 작가님!!!!! 윤혜은 작가님!!!!!!!
윤혜은 작가님은 사실 두 번째 만남이지만 저에게는 처음이랑 다르지 않죠. 처음에는 그저 독립서점 주인으로 스쳐 지나가듯 잠시 말을 나눠본 것뿐. 오늘은 정식으로 두 분께 저의 이름을 말하고 잠시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영광스러운 날이었습니다.
어제 무리한 나머지 일찍 일어나는데 실패했다. 위고 사인회는 두 시부터이니 너무 늦지 않게 가야겠다는 생가뿐이었다. 주섬주섬 준비를 하고 가서 시간을 좀 보내면서 뭐 좀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한 무른 생각이란 건 도착하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니. 기쁘면서도 오늘만큼은 야속하게 느껴졌다. 코엑스에 도착한 시간은 1시 무렵, 천선란 작가님의 사인회는 두 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진행을 하니 세시 반이면 끝이 난다. 팔찌를 받아야 입장이 가능하지만 팔찌를 받는데만 족히 두 시간이 넘게 걸릴 것 같았다. 위고 사인회는 포기해야겠다.
예상과 비슷하게 입장한 시간은 세시 반. 입장과 동시에 이미 지쳐버렸다. 배는 고프고 목은 마르고 어제의 여파로 다리는 후들후들한 상태라 정신이 혼미했다. 사람도 너무 많아서 여유롭게 구경하기는 더더욱 힘든 상황 속에서 빠르게 판단을 해야만 했다. 이 체력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단은 목적 달성을 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첫 번째로 독립서점 위아파랑으로 향했다. 사실 향했다는 표현보다 휩쓸려 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했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반가운 얼굴들이 보이고 줄을 서서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오호라 일기군. 바로 픽. 김지연 작가님과 눈이 마주치고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내가 알던 작가님과는 다른 모습으로 많이 지쳐 보이는 모습에 더 반갑게 이야기를 나눌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빠르게 계산을 마치고 자리를 옮겼다. 사실 이 상황에 지치지 않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을 뿐이다.
새로운 책을 발견하고 싶은 생각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려고 했지만 도저히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 원래 북 페어란 이런 것일까. 그렇다면 다음부터는 딱히 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지쳤다. 일단 작업책방 씀부터 찾자. 인스타로 부스 위치를 찾고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다른 곳을 둘러보기에는 너무 지쳐있기에. 부스 앞으로 향하자마자 입. 틀. 막. 천선란 작가님과 윤혜은 작가님의 투 샷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아마 위고 사인회를 마치고 바로 이쪽으로 오신 듯했다. 심장이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 몸은 굳어버렸고 들어가야 하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떨린다. 아니 설렌다.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멍하니 서서 작가님들의 대화가 어느 정도 끝나고 자리를 비우실 때까지 기다렸다. 부스 안이 좁아서 내가 들어가기에는 방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작가님들이 자리를 비우고 안에서 책을 주섬주섬 고르기 시작했다. 이미 어떤 책을 살지 정해놓고 왔지만 이 공간에서 좀 더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책을 멍하니 보고 있을 때 옆에서 말을 걸어오시는 분이 계셨다. (성함이라도 여쭤보고 올걸. 그분도 작가님이셨을까?) 적극적인 책 홍보와 영업으로 나에게 다가오셨다. 김신지 작가님의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를 추천해 주시면서 말을 이어가셨다. 책을 구매하면 달력까지 함께 주신다며 적극적인 영업에 꽤 진지한 표정으로 저 달력 안 쓰는데요라고 말한 내가 참 매정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좀 긴장하고 있어서 입이 멋대로 움직인 거예요ㅠ_ㅠ 정말 머릿속이 하얗게 된 바보가 서있었답니다. 책을 들고 몇 페이지를 읽었지만 사실 머릿속으로 들어온 글자는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이 책이 사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냥 표지가 예뻐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두 권의 책,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와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를 들고 계산을 하려는데 윤혜은 작가님이 옆에 계셨다. 이제 본격적인 대화가 가능한 순간이었다. 어떤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입이 막 떠들었다. 사실 책이 있는데 사인받고 싶어서 또 산다는 말, 일기떨기 팬이라는 말, "매일을 쌓는 마음"을 읽고 디엠도 보냈었다는 말. 그런데 놀라운 건 나의 디엠을 기억하고 계시는 작가님! 정말이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들이 온몸을 휘감았다. 중간에 사실 돌아갈까 진지하게 생각했었는데 그러지 않은 나 자신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함께했다.
할 일은 끝났다. 사인회까지는 한 시간 정도가 남았지만 더 책을 구경하기에는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기에 구석에 앉을만한 곳을 찾았다. 배는 고프고 목은 말라고 있었다. 커피는 마시고 싶지 않았기에 자판기를 가봤지만 전부 품절에 선택지 없이 나갈 때까지 참는 수밖에 없었다. 사인회를 기다리며 지친 몸을 회복시켰다.
사인회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너무 일찍 가면 나의 마음이 들킬까 봐 주변을 맴돌다 시간에 맞춰갔다.(생각해 보니 뭘 들켜 ㅋㅋㅋ 웃긴 생각이었다. 그냥 일찍 가서 일찍 나오는 편이 좋았을 텐데...) 벌써 줄이 꽤 있었다. 뒤에서 작가님의 사인을 기다리는 여성 3분의 수다가 귓가에 들렸다. 일기떨기에 대해서, 작업책방 씀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는 분들 같았다. 천선란 작가님의 찐 팬인 듯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 천 개의 파랑이 1k의 파랑으로 불렸으면 한다는 말을 전해 들으며 사인회를 기다렸다.
어느덧 나의 차례가 다가왔다. 기다리는 내내 지후에게 어떤 말을 하지, 머릿속이 하얗다, 너무 긴장된다 주저리주저리 떠들었지만 아직도 머릿속은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이제 입장. 눈앞에 두 분이 앉아계신다.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앉아 사인을 받았다. 어떤 말을 했을까. 팬이에요. 일기떨기 애청자예요. 편지나 일기를 보내고 싶은데 용기가 없었어요. 그러다 천 개의 파랑을 보고 천선란 작가님은 디엠을 확인하시지 않는다는 문구를 보고 비겁하게 그쪽으로 편지를 보냈어요. 안 읽으실 거라는 걸 알면서. 뭐 이런 말들을 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말은 "말을 잘하시니 게스트로 한 번 초대해야겠어요"였다. 정신이 번쩍 든 순간이었다. 일기떨기를 들으면서 수 없이 상상했던 나의 모습이었다. 불러만 주신다면 언제든 달려갈 것이기에 꼭 일기와 편지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천 개의 파랑 책에도 사인을 부탁드렸다. 너무 행복했다.
원하던 목적을 달성하고 자리를 나왔다. 떨림이 멈추질 않았다. 진짜로 만났다. 이야기도 나눴다. 이어폰 너머로 들리던 목소리에서 바로 옆에서 들리는 작가님들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귀에 남아있다. 아쉬운 게 있다면 너무 떨려서 작가님들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를 못했다. 그래서 작가님들의 모습을 내 눈에 담고 오는 건 실패했다고 봐야겠지. 하지만 이런 기회가 또 찾아올 것이고 그때는 내 눈에 작가님들의 모습을 담아 오겠다는 다짐을 하는 순간이었다.
나에게 많은 변화를 일으켜 준 윤혜은 작가님과 천선란 작가님. 그리고 자리에는 계시지 않았지만 소진 편집자님. 전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좋아하는 세 여자가 생겼다고 늘 말하고 다녀요. 그리고 말하죠. 일기떨기라는 팟캐스트의 주인공 혜은, 선란, 소진이라고 말이죠. 그리고 꼭 들어보라고 말한답니다. 오늘 너무 반가웠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