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의 공감대
24.07.06(토)
와 거의 10년 만에 친구를 만났다. 저 멀리 보이는 친구의 모습을 보자마자 알아볼 수 있었다. 우린 꽤 많이 친했었으니까. 조금 변한 모습이지만 알아보는 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반가워"
전 남자친구의 지독한 집착(?) 때문에 주변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던 친구였다. 여자도 못 만나게 한다던데 남자인 나는 더욱이 만날 수 없었다. 그 소식을 듣고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어졌고 먼저 연락하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잊혔다. 종종 소식은 들려오지만 친구들도 안부를 잘 모른다는 내용들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우연히 내 소식이 친구에게 전해졌고 먼저 연락이 왔다. 그렇게 우리는 만나기로 한 지 한 달이 돼서야 이렇게 만나게 됐다.
10년 치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만난 순간부터 입이 한순간도 쉬지 않았다. 5시간 반을 수다로 가득 채웠지만 할 이야기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다. 헤어질 즈음에는 목이 아플 정도면 말 다했지 뭐.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책과 덕질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덕질의 대상은 다르지만 덕질의 공감대는 생각 이상의 유대감을 안겨줬다. 10년의 공백을 다 채워버릴 그런 유대감이 이 시간 쌓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았다. (덕후들 모여라!!!)
책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SF소설을, 친구는 추리소설을 즐겨 읽었다. 우리는 또 소설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역시나 여기서도 천선란 작가님의 소설을 열심히 홍보했다. 나의 덕질의 대상임을 밝히고 덕질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이 두 주제로만 두 시간은 넘게 떠들었던 것 같았다. 다음에는 같은 책을 읽고 책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이 기대가 된다. 역시 우리의 친함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아, 그리고 생각난 건데 우리는 둘 다 "자만추"다. 그리고 자만추에 대해 정의를 내렸다.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뚜렷한 이상형이 없는 사람들은 자만추인 것 같다고.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만나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온다고 말이다. 이런 말을 하면서 속으로 우리도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아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혹시 너도 나랑 같은 생각을 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지네.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