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인정하는 용기
"어차피 여기서 일하는 거 지긋지긋했어. 근무조건이 최악이야."
락커를 비우며 온갖 악담을 퍼부어댔다. 해고당한 그녀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이유 없이 해고를 당하지는 않는다. 모든 일의 결과에는 원인이 있는 것이다.
Expel 해고
까밀라(Camila)는 어제 일하다 말고 즉시 해고를 당했다. 이번 해고는 expel(면직, 추방)이라 하여 까밀라가 다시는 이 회사에서 일하지 못하는 가장 심각한 해고조치이다.
메리어트 계열 호텔이지만 이 지점은 Raymond Managemnet Company라는 회사에서 소유하고 경영을 한다. 까밀라는 회사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다시는 이 회사에서 운영하는 어느 호텔에서도 일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녀는 침대시트를 갈지 않고 대충 머리카락을 집어내고 깨끗하게 보이도록 침대를 정리했다. 손님이 매니저에게 직접 컴플레인하는 바람에 딱 걸려 즉시 해고된 것이다.
쉬쉬
사실 까밀라가 종종 시트를 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내가 트레이닝을 마치고 처음 방 배정을 받은 날이었다. 청소를 하러 방에 들어갔는데 방이 완벽히 청소되어 있었다. 혹시 손님이 살짝 눈만 붙이고 간 건가 싶어 침대를 들춰보았다. 원래 건조기에서 바로 나온 시트처럼 보송보송하고 잔주름이 하나도 없이 각이 져 있어야 할 시트가 왠지 찝찝해 보였다.
매뉴얼대로 침대시트를 갈고 마무리 청소를 하고 있는데 슈퍼바이저가 황급히 달려들어오더니 침대부터 확인을 했다.
"혹시 이 방에서 무엇을 청소했나?"
"방금 시트를 갈았는데요."
"오케이, 잘했어. 어제 하우스키퍼가 깜박했나 봐. 침대시트 때문에 손님 못 받았거든."
어제 청소한 하우스키퍼가 까밀라였는지는 며칠 후에나 알게 되었다. 슈퍼바이저는 까밀라에게 경고만 하고는 매니저에게까지는 알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후 여러 차례 시트를 갈지 않아 슈퍼바이저에게 걸렸으나 무슨 이유에서 인지 쉬쉬 넘어갔다.
매뉴얼
청소에도 매뉴얼이 있다. 매뉴얼대로 하면 실수할 리가 거의 없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실수 없이 청소를 하기 위해 매뉴얼 대로 트레이닝을 한다.
수많은 방을 청소하면서 터득한 요령과 케이스들을 모아 매뉴얼로 만드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매뉴얼대로 하지 않고 꾀를 부리면 빈틈이 생기게 마련이다.
매뉴얼대로 했지만 실수를 한 것은 용서가 된다. 가령, 매뉴얼대로 화장실 청소를 했는데 거울에 물자국이 한 개 남아있는 실수 같은 것 말이다. 고의적으로 거울을 닦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만, 닦았으나 완벽하지 않음은 실수로 인정하는 것이다.
직업윤리
생각해 보니 까밀라는 근무시간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서 시급을 받아왔다.
청소하는 시간은 객실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평균 30분이 소요된다는 기준을 잡아놓고 객실 배정을 받는다. 지저분한 방은 좀 더 걸릴 수 있고 깨끗한 방은 20분 만에 끝내기도 한다.
비교적 일찍 끝내는 하우스키퍼는 다른 하우스키퍼를 도와주기도 한다. 어차피 더 일하면 그만큼 시급을 받기 때문에 손이 느린 하우스키퍼를 도와주는 것은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다. 서로 도와가며 모든 객실을 다 마치면 같이 퇴근을 하는 하우스키퍼만의 의리 문화가 있다.
까밀라는 달랐다. 단 한 번도 동료를 돕지 않고 정확히 주어진 시간을 채우고 퇴근을 했다. 그녀는 깨끗한 방이던 더러운 방이던 꼭 30분씩을 채워 일했다. 시트를 갈지 않는 요령을 부려가면서까지도 시간조절을 교묘하게 잘해왔다. 남는 시간엔 통화를 하거나, 담배를 태우거나, 화장실에서 시간을 때우거나, 추가 수건을 갖으러 빨래방에 가는 척 복도를 배회하기도 했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까밀라는 해고된 것에 대한 분노를 표했지만 당연히 마땅한 처분이었다.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애먼 락커문이 떨어져라 쾅 닫는 모습이 미성숙해 보였다. 해고된 것이 분한지 그간 청소하며 힘들었던 부분에 대한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느라 온갖 루머를 생성해 내었다.
학점이 안 좋은 학생 또한 온갖 불만을 강의평가에 쏟아낸다. 학점을 못 받은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본인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다음학기에는 더 열심히 하겠다 각오하는 학생은 분명 성장한다.
학점이 안 좋은 원인을 깐깐한 교수 탓이라 불평하는 학생은 어디 가서 무엇을 하든지 간에 성공하기란 글렀다.
성장통
같은 시급을 받고 일하는 동료 하우스키퍼로서 까밀라의 행실은 참 불합리했다는 생각이 든다. 까밀라는 이미 여러 번 경고를 받았으나 자신이 잘못한 점을 반성하지 않고 같은 잘못을 반복했기 때문에 해고를 당한 게 매우 마땅한 것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실수를 인정하는 용기는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성장통이나 다름없다.
오늘 나는 어떤 성장통을 겪었는지 생각해 본다. 성장하기 위해 어떤 실수를 인정하고 시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