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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옥 Sep 01. 2023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100%가 아니어도 괜찮아

"레이나 축하해, 이번주도 1등이야."

"오호, 고학력자라 청소도 잘하네?"

"지난주에도 1등 하지 않았어? 대단해!"

"다음 달부터 시급 50센트 인상해 줄게."


인스펙션 Inspection

"점검"이라는 뜻이다. 하우스키퍼가 객실청소를 하고 나면 슈퍼바이저가 점검을 한다. 객실 점검 시 머리카락 한 올에 1점씩 감점이다. 감점 리스트는 머리카락 외에도 다양하다. 커피, 휴지, 수건, 로션, 비누 등 물품이 빠져있거나 닦지 않아서 먼지가 손에 묻어 나오는 경우에도 감점이다.

그리고 일주일간의 점검 결과가 매주 빨래방에 붙여진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성적표를 게시판에 붙여놓던 한국 중고등학교 교실이 생각난다. 점검 결과는 하우스키퍼의 성적표나 다름없다.


나의 성적은 지난주에는 95% 이번주에는 96%이다. 근데 100%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과한 칭찬을 듣다니 정말 청소할 맛이 난다.


교수보다 하우스키퍼

주말에 하우스키퍼 할 때가 주중에 교수일 때 보다 행복한 이유는 "칭찬"과 "인정"을 받기 때문이다.


"하우스키퍼가 없으면 호텔 운영은 불가능하지."


슈퍼바이저와 매니저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작은 일을 해도 열심히 한 일에 대해 인정을 해준다.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 다음 달 리뷰 때 시급 올려줄게."


시급은 매니저가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올려주는 게 아니라, 본사 지침에 따라 리뷰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니저 앞에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플 정도로 고맙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칭찬" 한마디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청소를 하면서도 자부심이 생기는 이유는 바로 누군가가 내가 한 일을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바보가 된 교수

60명의 학생 중에 딱 한 명이 컴플레인을 한 적이 있었다. 전반적인 강의평가는 꾀 긍정적으로 나왔는데 그 한 명의 컴플레인 때문에 학장에게 불려 갔다. 학생이 컴플레인한 것에 대해 강의의 정당함을 해명하고, 요구한 대로 강의계획서, 강의 자료, 그리고 강의평가 전체를 복사해서 바인더로 제출했다.


59명 학생의 긍정적인 피드백에 대해서는 그 어느 누구도 칭찬이나 인정을 해주지 않았다. 읽어보지도 않았다. 그저 단 한 명의 컴플레인 때문에 형편없는 교수 취급을 받은 그날은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교수를 그만두고 싶게 하는 건 그런 학생의 컴플레인이 아니라 99%의 일에 대한 칭찬보다 1%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는 동료 교수들이다.


100%가 아니어도 괜찮아

일을 잘할수록 칭찬보다는 기대치를 계속 올리는 대학교수보다는 작은 일도 칭찬받는 하우스키퍼가 정신건강에 훨씬 낫다.


겪어보니 알 것 같다. 칭찬과 인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화끈하게 인정을 해주기로 했다.


솔직히는 과제가 맘에 들지 않고 성의가 없어 보일 때가 많다. 하지만 그것이 학생들의 수준에서는 최선을 다한 것일 수 도 있다. 더 열심히,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매질보다 칭찬이 필요할 때가 있다. 


지금은 100%가 아니라도 괜찮다.
칭찬이 나머지를 향해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줄 테니까.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는 칭찬과 열심히 한 노동에 대한 인정. 이것이 막노동을 그만두지 못하고 주말마다 호텔로 가게 하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주중 교수보다 주말 하우스키퍼가 더욱 설레는 이유이다.


* 이 글은 <나에게 솔직해질 용기>에 담긴 에세이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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