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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옥 Sep 17. 2023

영어 좀 한다는 청소부

영어가 싫어진 미국 대학 교수

영어

"청소부 치고는 영어를 너무 잘한다."

"그 정도 영어 하면 청소 말고도 할 것이 많은데 왜 하우스키핑을 하니?"

"내가 너처럼 영어 하면 난 청소 같은 건 안 할 거야."

"넌 도대체 여기에 왜 있는 거니?"


하우스키핑 하면서 호텔 동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들이다. 다른 하우스키퍼들은 늘 나의 유창한 영어실력을 부러워한다. 그래도 나는 최대한 영어를 쓰지 않아도 되는 하우스키핑이 그 어떤 부서보다도 가장 좋다. 그 이유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


부서 이동

"레이나, 너 영어도 잘하는데 하우스키핑 말고 다른 부서로 옮겨보는 건 어때?"

"난 영어 안 쓰는 하우스키핑이 좋아."

"Oh, common! 너라면 팁 많이 받을 거야."

"음, 현금 좋지. 어느 부서?"

"연회장. 넌 하우스키핑보다는 바텐더 하면 잘 어울릴 것 같아."

"아휴, 나 자신 없어. 술 종류도 잘 모르고, 손님에게 실수라도 하면 어떻게."

"걱정 마, 트레인 받으면 잘할 거야. 넌 영어도 잘하고, 친절하고, 소셜스킬도 좋고, 잘 웃잖아. 손님들이 좋아할 거야. 우리에겐 너 같은 사람이 꼭 필요해."


최전방

바텐더를 제안하는 매니저 브리아나는 꾀 설득력 있게 말하였다. 이런 식으로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은 전방으로 끌려나갔다. 나에게는 손님을 직접 대하는 것이 나에겐 최전방이나 다름없다. 그만큼 지금은 영어로 즐겁게 손님을 대할 만큼의 마음의 무기가 준비되어있지 않다. 가식적으로 손님을 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영어 좀 한다는 청소부이다.
강단에 선지 10년 차에 영어가 싫어져버린 교수이기도 하다.


* 이 글은 <나에게 솔직해질 용기>에 담긴 에세이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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