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일지
많이 날았다.
멀리도 갔다.
때론 빠르게
때론 허둥지둥
그러다 길을 잃은 날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꿀을 모았다.
그 꿀은 언젠가 누군가의 입에 닿아,
달콤함이 되고,
기운이 되고,
조금은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꿀만을 남긴 것은 아니었다.
그 모든 날들을 지나
나는 내 날개를 내려다보았다.
닳아버린 날개의 자리에
스쳐간 바람들,
쌓여간 기억들,
깊은 사유가 고요히 남아 있었다.
비행의 시간 속에서
길을 헤매던 순간마다,
하늘을 가르던 바람마다,
잠시 멈춘 적막한 순간마다
내 마음엔
깊고 조용한 감정들이 쌓였다.
그렇게 내가 느끼고 모은 마음들은,
비록 꿀단지를 잃게 되더라도
내 안에 오래도록 남을
나의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