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꿀벌 일지 06화

내 리듬을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아

꿀벌일지

by 서여름

그 아이가 말했다.

“오늘도 꿀을 모으지 않았다고 하더라.”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말하고 싶은 게 많았다.


그날은 날씨가 흐렸고
나는 그냥 꽃보다
이슬 맺힌 잎사귀 위에서 바람을 느끼고 싶었어.

내 안에 무언가 너무 무거워
머물러 있기로 한 날이야.


이유를 말하자면

말할 건 많았지만,

굳이 말하지 않기로 했다.


한때는 고치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오해가 생기면

그 위에 날개를 얹고


“그게 아니야.”

“나는 지금 이런 시간을 살고 있어.”

“너는 내 날개 아래까지는 보지 못했어.”


그건

게으름도, 낙오도,
의미 없는 일도 아니라고.


그건

나를 생각한 말이지만

그 생각은 그 아이의 것이었다.


그날 나는,

꿀을 모으지 않은 대신
나를 지켰고,
오해를 바로잡는 대신
내 방향을 따라 날았다.


설명보다 중요한 건,

내 리듬을 잃지 않는 일이다.


ChatGPT Image 2025년 5월 20일 오후 02_32_54.png 꽃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어.
ChatGPT Image 2025년 5월 20일 오후 07_05_03.png 그런데 어느 순간, 이슬 옆에 앉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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