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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Jan 07. 2024

발음디자인이 뭔가요?

리듬 속에 그 발음



발음 교정이 나를 옷에 맞춰 다이어트를 하거나 바꾸어야 하는 것이라면, 
발음 디자인이라는 말은 스타일링과 비슷하다.
사람에 따라 개성이 다르듯 잘 어울리는 헤어스타일, 패션이 다르다.
마찬가지로 목소리나 말투 역시
개인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톤과 알맞은 억양, 발음 등을 디자인할 수 있다.  

올바름 All발음



‘발음디자인’이라는 말을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몰라도 참으로 잘 표현했다. 아나운서의 발음은 표준발음을 기준으로 맞춰야 하기 때문에 발음 교정이라는 말을 쓴다. 리듬감보다는 단조롭긴 해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신뢰를 주어야 하는 프레젠테이션이나 비즈니스 환경에서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전달뿐만 아니라 설득을 위해서는 텐션을 높이고 리듬감을 더 줄 수 있지만, 하나의 스킬일 뿐, 결국은 논리와 감성이 적절히 배합되어야 한다. 



화자의 입장에서 정확한 발음은 논리의 영역이다. 반면에 청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발음은 감성을 자극한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모습에서 신뢰감을 ‘느끼는 것’과 같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정장을 입었을 때와 편안한 의상을 착용했을 때 실제 태도도 조금은 달라진다. TPO에 맞게 의상을 착용해야 한다는 것도 이런 이유다. 



TPO는 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상황)에 따라 달리 착용해야 한다는 패션 용어로, 말하기 역시 적용되는 부분이다. 가족이나 친구, 친한 지인들과 가볍게 나누는 대화는 캐주얼하게,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그에 맞는 드레스 코드처럼 말하기도 갖출 필요가 있다. 예의와 배려로써 말이다.



발음 교정이 나를 옷에 맞춰 다이어트를 하거나 바꾸어야 하는 것이라면, 발음 디자인이라는 말은 스타일링과 비슷하다. 사람에 따라 개성이 다르듯 잘 어울리는 헤어스타일, 패션이 다르다. 마찬가지로 목소리나 말투 역시 개인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톤과 알맞은 억양, 발음 등을 디자인할 수 있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외국인과 접하면서 각국의 영어 발음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영국식 발음이나 미국식 발음의 차이 뿐만 아니라, 인도 영어, 싱가포르 영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프랑스, 독일, 핀란드 등 유럽 여러 나라의 외국인 영어 발음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미국식 버터 발음에 그나마 익숙하다가 처음 영국인과 대화할 때 속도도 빨라 반만 겨우 알아 들었던 기억, 대체로 라틴어에 뿌리를 두고 있는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외국인은 큰 차이 없었지만(아마도 별도로 영어를 아카데믹하게 배우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인도인 지인의 영어 발음에는 꽤나 적응이 필요했던 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라는 것이 언어와 발음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순간들이다. 그러니 소통하고자 하면 어떻게든 가능하다. 오히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알아듣는다고 착각하는 순간 소통이 어려워질 있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한국에서는 유난히 영국식 포쉬 발음을 좋아한다. 귀족 영어라는 인식이 있어서 그런 듯 하다. 그런데, 영국 발음 내에도 정말 많은 억양이 있다. 발음과 악센트의 관계가 재밌기도 하다.





‘발음 디자인’이라는 말에 작사를 시작했다. 가사만 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작사는 음악 위에 입히는 마치 음악에 딱 맞는 의상을 디자인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 속에 녹아 있는 비주얼 콘셉트나 곡의 느낌, 기획사와 뮤지션의 니즈 등이 반영되어야 하기에 온전히 나의 '감'으로만 쓸 수 있지 않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 정해진 글자 수가 있고, 음악의 구조에 맞춰 스토리를 녹이거나, 감각적인 표현, 리듬에 맞는 어휘가 들어가야 한다.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는 흔히 스피치에서 끊어 읽기를 할 때 예시를 드는 것인데, 작사가의 발음 디자인에도 적용이 된다. 이 문장을 쓰고 싶더라도 '아버지 / 가방에 / 들어가신다'로 멜로디가 정해져 있다면 쓸 수 없다. '아버지가 / 방에 / 들어가신다'라는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고음일 때, 되도록 '아'로 끝나는 발음을 넣어준다거나, 리듬이 빠른 경우 받침이 없는 어휘를 넣어야 가수가 곡을 소화가기 쉽다. 랩처럼 라임을 맞추었을 때 리듬감이 더 살아나기도 하고, 외국인이 포함된 혹은 아예 외국인 아이돌 그룹의 경우 특정 발음이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신경도 써야 한다. 그리고 etc...



김이나) A&R로서 보는 ‘좋은 가사’란 무엇인가요?

정병기) 누가 뭐래도 최근 가장 좋았던 가사는 엑소의 <으르렁>입니다. 그 안에 비주얼 콘셉트, 팀 색깔, 곡 정서 등이 다 녹아 있거든요. 사람들은 보통 ‘시와 비슷한 형태의 가사’를 좋은 가사라고만 인식하는데요, 그건 발라드 곡에 한정된 얘기죠. 가사는 곡을 잘 살리는 게 최우선인 글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이나의 작사법> 김이나 p 84



2015년에 나온 책이니 이후에도 발음 디자인적으로나 곡을 잘 살린 훌륭한 곡이 많이 나왔다. <으르렁>은 데모곡의 느낌을 잘 살리면서도 전혀 다른 내용으로 새롭게 구성한 좋은 가사라고 생각한다. 2015년에 나온 책이니 이후에도 발음 디자인적으로나 곡을 잘 살린 훌륭한 곡이 많이 나왔다.



데모곡은 작곡가가 영어나 일본어 혹은 외계어(알아 들을 수 없는 흥얼거림이나 말이 안되는 조합의 언어)로 트랙 위에 탑라인(멜로디)을 얹은 것인데, 요즘은 국내 뿐만 아니라 외국의 유명 작곡가의 곡들도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완성형의 트렌디한 팝송을 먼저 듣는 느낌도 있다. 



 


김이나) ...저는 작사가는 어떤 의미에서는 일종의 복원예술가라고 생각해요. 왜 옛날 미술작품들에서 본래의 색깔을 찾아내는 예술가들 있잖아요. 작사가도 그런 면이 분명히 있죠. 저는 작사가가 2차 창작자라고 생각해요. 어떤 곡이 있고 그 곡의 성격을 잘 끌어내는 게 작사가의 업 중 하나라고 봤기 때문인데요. 그런 부분을 명확히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김이나의 작사법> 김이나 p85


<냉정과 열정> 사이에 나오는 준세이의 직업이 복원 예술가다. 알맞은 표현이라 역시 김이나 작사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곡 작업을 할 때 미켈란젤로를 떠올린다. 그는 조각을 '돌덩이 속에는 천사가 들어 있고 잠자는 천사를 깨워 자유롭게 해준다'고 표현했다. 이미 그 속에 작품이 들어 있기에 불필요한 부분만을 걷어 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 조각이라는 것이다. 나도 데모곡 속에서 일단 단서를 찾는다.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전혀 다른 아이디어가 될 때도 있지만, 시작은 음악 속에 들어있으리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스토리를 만들고, 발음디자인을 해본다. 과정은 고민과 좌절의 연속이지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할 수 있어 제법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미션>

발음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연습을 하기는 어렵다. 객관화를 위해 피드백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언어를 생각해 보는 것으로 미션을 정해 본다.


�️ 내가 좋아하는 발음의 언어

어느 프랑스인은 한국인 부부가 대화하는 말투가 마음에 들어서 한국어를 배웠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프랑스어는 매우 부드럽고, 독일어는 조금 거친 느낌이 든다. 일본어는 받침 발음이 별로 없어 발음이 쉽고 친절한 느낌이며, 중국어는 성조가 발달해 리듬감이 살아있다. 미국식 영어의 연음법이나 영국식 영어의 명확한 음가 등 언어 저마다 특징이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발음의 언어는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나의 평소 언어 습관과 닮은 부분을 찾아 본다.


�️ 내가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 낭독하기

어느 성우분의 수업 내용 중에는 노래 가사를 낭독하는 게 있다. 감정을 살려서 표현하기 좋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평소 내가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에 시낭송을 하듯 감정을 실어 낭독해 보고 느낌을 기록한다. 발음하기 좋게 발음디자인이 들어간 부분은 어디인지 생각해 보자.


�️ 내가 좋아하는 발음의 단어

발음이 예쁜 단어들이 있다. 그게 나한테 어울릴 수도 있고, 낯간지러울 수도 있다. 따라서 내가 좋아하는 발음의 단어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평소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 중에서 골라 봐도 좋다. 나의 성향과 닮아 있을 것이므로, 5개의 단어를 찾아 보자.


* 미션은 무리가 되지 않은 선에서 3가지 중 한 가지만 선택해서 해보세요. 

* 가능한 경우 3가지 모두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음악과 작사를 통해 '발음 디자인'이라는 표현을 접하면서 많은 곳에 적용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말에도 리듬이 있고, 거기에 맞는 표현과 어휘가 있으니까요. 어미 처리를 할 때도 전달할 메시지에 따라 끝을 올리기도 내리기도 합니다. 사람에 따라 혹은 출신 지역에 따라 유불리한 발음이 있기도 해요. 이것을 구별해 내고, 적절하게 스타일링 하는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이 또한 발음 디자인을 통해 세련된 말하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발음 스타일리스트에 더 가깝다고나 할까요.


앞으로 말하기 훈련은 일괄적인 교정이 아니라 개인의 개성을 더욱 살릴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방향으로 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다운 말하기에 자신감을 가져 보세요! :)



Wonderwall_OASIS (영국에서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될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전설적인 곡)



<미션 후기>�️ (한 두) 문장의 어미 바꿔 읽어 보기

나의 글 중 한 두 문장만 골라 어미를 여러가지 버전으로 바꿔서 낭독해 본다. 한 문장의 끝을 '습니다' '인데요' '이고요' 등으로 바꿔서 낭독하는 것이다. 어색하거나 어렵게 느껴지는 어미가 있고, 자연스러운 어미가 있다. 문장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한 두 문장, 가능하면 더 많은 문장을 이렇게 바꿔가며 낭독해 본다. 어떤 어미가 말할 때 편하고 불편한지 미리 인지하고 있다면 모니터링을 하거나 어미 처리 연습을 할 때 도움이 된다. 


<올바름 All발음>을 쓰면서 말을 글로 배울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아 영상으로 제작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기존 스피치 훈련 방법과는 차별화된 기획으로 유튜브를 통해 자연스럽게 말하기를 익힐 수 있도록 구성하고 진행할 예정인데요. 그러다 보니, 현재 포스팅하는 글을 소리내어 읽어 보기도 합니다. 기회가 되면 저만의 스타일로 음악 방송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지난 12월엔 유독 곡이 몰려서 1일 1곡 이상(총 37곡, 유난히 많이 했던 달) 을 작업하느라 글을 쓰는데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아직 여유롭지 않지만, 차츰 시간 안배를 해서 말하기 훈련에도 비중을 늘려갈 생각입니다. 조만간 영상으로 제작된 <올바름 All발음>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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