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을 내다 보는 안목, 낭독
낭독은
내가 무엇을 잘하고 못 하는지 알아차림,
그리고 그러한 점을 온전히 받아들임의 과정
_올바름 All발음
"하늘 천 땅 지 검을 현 누를 황"
천자문을 낭독하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선조들의 공부 방식은 묵독보다는 낭독이었다. 논어 맹자를 큰 소리로 낭독하는 자식을 방문 밖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버지, 사극에서 보던 장면 아니던가. 요즘 공부는 조용히 앉아서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소리 내어 읽고(낭독) 말하는 것(하브루타) 역시 공부 방식 중 하나다. 여기에 덧붙여 세종대왕은 신하들과 경연(디베이트)을 종종 했다고 한다.
한 치 앞도 못 본다는 말을 할 때 '한 치'는 길이를 재는 단위인 '한 자'의 10분의 1이다. 미터법으로 3.03cm를 말한다. 낭독을 '한 치 앞을 내다 보는 안목'이라고 지어 보았는데, 그런 바람을 담은 것이기도 하고, 실제 한 치 앞을 내다 보는 훈련이 절로 되는 것이 낭독이기도 하다.
낭독을 할 때 시선과 입으로 낭독하는 구간이 일치하지 않는다. 대략 3cm 정도의 차이가 난다. 시선이 먼저 이동하고 소리가 따른다. 마치 번개가 치고 난 후 천둥 소리가 나는 현상과 비슷하다. 베테랑일수록 그 시간차가 커진다. 어린 아이는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짚어가며 읽고, 커갈수록 한 문장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말이다.
글자를 틀리지 않게 소리 내어 읽는 것 자체가 대단한 능력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원고를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해 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내레이션과 같이 원고를 읽어낼 때 한 호흡이 길고, 안정적으로 낭독한다면 이 또한 실력이 된다. 마인드를 컨트롤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긴박한 뉴스 원고를 처음 받아 들고도 긴장하지 않고 진행하는 앵커들도 마찬가지다. 멘탈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것은 언제나 준비된 사람이다.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고 부단한 훈련과 꾸준한 경험이 들어가야 한다.
아나운서 교육이나 스피치 훈련에서 늘 발성 발음 호흡으로 시작하기 마련이다. 마치 알파벳과 파닉스로 시작하는 영어 수업과 비슷하다. 하지만, 언어 습득 과정은 자연스럽게 듣고 따라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패턴을 배우고 언어를 통한 사고력이 향상되면 자신만의 언어 방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게 된다. 인위적인 교정이 많아지면, 매끈하게 다듬어진 말투를 가질 수 있겠지만 인간적인 느낌은 들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일단 낭독을 먼저 해보시는 것을 제안한다. 여기서 낭독은 디테일한 낭독 트레이닝의 의미가 아니라 낭독을 해보면서 내가 무엇이 잘 되고 잘 안 되는지를 파악하는 걸 말한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흥미 위주로 읽는 책 말고, 뭔가 알아야 할 필요에 의해 선택해서 읽는 실용서의 경우, 이미 질문을 갖고 읽는다. 그렇다 보니 해결하고자 했던 부분에 관한 내용이 더 잘 기억되고 , 그런 마음이 간절할수록 더 깊이 와닿는다. 무턱대고 좋다니까 읽어 보는 경우와는 그 소화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 목적 의식을 갖는 것은 그런 점에서 중요하다.
낭독도 자신이 소리를 내어 읽어 봄으로써 나의 목소리나 속도, 발음 등에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생각보다 잘 안되는 부분, 혹은 반대로 생각보다 잘 하는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이걸 알고 시작하면, 발성과 발음 훈련의 효과나 교정도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코스 요리의 에피타이저처럼 간단한 낭독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 보자.
실질적으로 낭독을 해본다. 이때 버벅거림이 많다거나 톤을 잡기가 어렵다거나 낭독 속도 등 각자 자신만의 강점과 약점이 부분적으로 발견된다. 이를 메모해 놓는다. 녹음을 하면 좋은데, 세세하게 모니터링하는 것도 좋고, 모니터링(귀가 뚫린다는 말을 한다)이 쉽지 않다면 좋다 안 좋다 정도의 느낌만이라도 기억해 두자.
현재 읽고 있는 책의 일부분을 낭독해 본다. 한 문단 혹은 한 페이지 정도면 충분하다. 매일 3분을 넘지 않게 실천해 본다. 녹음이 필수는 아니지만 권장한다. 톤, 속도, 발음, 목소리 크기 등을 체크하고 감상과 함께 기록한다.
길을 가다가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이동 중에 간판을 읽어 보자. 단, 운전 중에는 위험하니 금물이다. 빨리 그리고 많이 읽어 내는 것이 관건이다. 시선의 효율적인 움직임과 자신의 발음에 대해 생각해 보고 감상과 함께 기록한다.
확언이나 명언 등을 낭독하는 습관도 좋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문장들을 정리해 보고 낭독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혹은 밤에 자기 전 낭독해 본다. 녹음을 해두고 자신의 목소리로 반복해서 들어 보는 것도 적극 추천한다. 이때 주의할 것은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 반드시 자신이 정리한 원고여야 한다. 마음 가짐이 달라진다. 실천해 본 후 감상을 함께 기록한다.
* 미션은 무리가 되지 않은 선에서 실천해 보세요.
* 한 가지 미션을 매일 해 보시거나, 세 가지 미션을 매일 하나씩 실천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필사가 손으로 읽는 활동이라면 낭독은 소리로 읽는 활동입니다. 2016년부터 독서기록을 인스타에 북스타그램(현재는 비공개)으로 해왔는데, 그 중 2년간은 365일 필사 프로젝트를 병행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해본 적이 있습니다. 브런치 스토리에 1일 1포스팅을 실천하시는 분들과 비슷한데요. 스스로 오늘 무엇을 다짐하고 쓸 것인지 찾기 위해 읽은 책들, 읽고 있는 책들 속에서 문장을 골라 내고 생각하는 과정, 그리고 그 문장들을 손으로 쓰면서 책과 교감하고 애정을 쌓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문장에서 문단으로, 원서 필사로 이어지면서 무용한 것의 유용함을 느끼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원서 필사 했던 포스팅, 어린왕자 & 대성당>
낭독도 마찬가집니다. 낭독을 통한 나의 목소리는 내가 가장 먼저 듣는 소리이기에 좋은 문장들을 접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문장을 알아 보는 안목과 통찰력, 스스로를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낭독을 할 때는 잘 하려는 마음보다 나에게 조곤조곤 들려준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해 보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낭독 모임도 있습니다. 눈으로 읽고 소리로 또 듣는 활동이라 더 잘 기억된다고 합니다. 그럴 수도 있고 그럴 수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숙지하였거나 평소 낭독이 익숙한 분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모임이 있을까 싶은데요. 반대로 낭독이 익숙치 않은 상태에서 남을 의식하며 읽을 경우 내용보다 읽기에 급급할 수 있고, 낭독이 너무 익숙한 경우 내용을 굳이 이해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읽는 경지가 오기 때문입니다. 필사할 때 마치 '깜지'처럼 반복해서 쓰기만 하는 건 기억에 남지 않듯이 말이지요.
그래서 필사도, 낭독도 과정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됩니다. 가슴에 와닿는 문장을 직접 고르는 과정을 생략한다면, 조금 더 수월하고 편리하긴 하지만, 온전히 내 것이 되진 않습니다. 마치 책을 읽고 글쓰기나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는 과정을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처럼요. 조금이라도 번거롭거나 귀찮은 것을 했을 때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든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낫지만, 단순히 인증용이 아니라 온전히 받아들임의 과정이었으면 합니다. 그때 느끼는 감정이 다른 영역에서의 성취감으로 이어질 때 진정한 시너지가 일어날 것입니다.
<올바름 All발음> 포스팅 발행 일정을 보면 아시겠지만, 이제 조금씩 실전에 유용한 꿀팁들을 나눠 볼 예정입니다. 말을 글로 배우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트레이닝 과정의 전부는 아니라도 일부 브런치스토리에서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꾸준한 연습은 꼭 필요합니다. 연습없이 결코 잘 할 수는 없으니까요. 한 가지 팁이라면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 놓으시면 훨씬 빠르게 향상될 것입니다.
또한 내가 무엇을 잘하고 못 하는지 알아차림, 그리고 그런 점을 온전히 받아들임. 이 두 가지를 기억하신다면, 나다움은 유지하면서 잘 말할 수 있는 여러분이 되실거라 믿습니다! :)
주위에 권위적으로 굴어서 혹은 권위있는 사람이 있어서 스스로를 작게 생각할 수 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권위적인 사람과 내가 존경하게 되는 권위있는 사람은 어떻게 다른지 실제 인물을 떠올려 생각해 보자. 내가 생각하는 권위의 기준은 무엇인지, 또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기록해 본다.
우선은 '권위'라는 말이 원래의 의미와 달리 좋은 뉘앙스로 쓰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수직적인 관계보다 수평적인 관계를 선호하는 분위기 때문에 더욱 그렇지 않나 싶은데요. 언어 역시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라 '브랜딩'이나 '가치'라는 말로 치환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권위적인 사람은 자신의 것은 모두 좋은 것이고, 타인의 것은 모두 안 좋은 것이라는 기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하나의 의견이나 입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꾸 반복되는 불편함의 이유를 생각해 보니 그렇습니다. '반감'이라는 감정이 일어나더라고요. 아마도 그러한 감정을 자주 느끼게 하는 상대 역시 여러 면에서 '반감'을 품고 있는 상태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소통이 고통이 되는 분들입니다. 큰 특징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분들이라 제가 약자라 여겨지는 경우겠지요? 저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생각하기로 합니다.
그에 반해 내가 존경하게 되는 권위있는 사람은 굳이 증명하려 하지 않고도 말이나 품위로 드러나는 분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품격이 있습니다. 그게 꼭 외형적인 것은 아닙니다. 말 한 마디에서 묻어나는 마음이 참 좋은 분들 말이에요. 결국 우린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언어를 사용하고자 하는데도 늘 경쟁과 비교의 언어를 사용하기에 급급합니다. 대화를 할수록 출렁이는 마음이 생기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점점 잠잠해지고 평온해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기분 좋은 출렁임과 평온함을 주는 분들은 배울 점이 있거나 진정한 배려를 해주시는 분들이라 생각됩니다. 절로 존경심이 일어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