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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블록스라는 교실

<철구의 FUN한 로블록스> 출간

by 김 준 호
앞표지.jpg 12살 철구의 작품


며칠 전, 조금 특별한 책이 나왔다. 제목은 <철구의 FUN한 로블록스>. 평범한 출판 정보만 놓고 보면, 그저 어린이 게임에 대한 입문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을 쓴 사람이 12살 소년이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이야기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이 아이는 제주에 사는 12살 강철구 군이다. 로블록스를 좋아한다. 유튜브도 하고, 게임도 만든다. 그리고 이제는 책도 썼다. 우리는 보통 아이들에게 “공부해라”, “책 좀 읽어라”라고 말한다. 하지만 철구 군은 그렇게 강요받지 않아도 이미 자기 세계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것도 ‘글’이라는 형식으로.


흔히 게임은 어른들에게 걱정거리다. 시험 성적이 떨어질까봐, 폭력성이 아이들을 망칠까봐, 너무 빠져들까봐. 그러나 철구 군은 로블록스를 통해 친구와 소통하고, 아바타를 꾸미며 상상력을 키우고, 해킹을 경계하며 디지털 안전을 배운다. 어쩌면 로블록스는, 그의 학교가 해주지 못한 것을 해주었는지도 모른다. 배움과 놀이가 분리되지 않은 ‘진짜 교실’ 말이다.


책은 단지 정보의 나열이 아니다.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동료 초보자들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형식이다. 마치 “내가 먼저 해봤으니까, 겁내지 마. 내가 알려줄게”라고 말하는 듯하다. 나는 그 톤이 참 좋았다. 누군가를 가르치려 드는 것이 아니라, 옆에 나란히 앉는 식의 글. 그건 교육이 추구해야 할 자세이기도 하다.


1인1책은 아마존 KDP를 통해 전 세계에 함께 출간하였다. 영어로 쓴 글도 있고, 한국어 번역도 있다. 나는 여기서 또 하나의 가능성을 본다. 한글을 쓰는 12살 아이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자신의 책을 세계에 출간하는 시대. 출판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제는 그 문턱이 없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1인1책’ 시대는 그런 의미에서 민주적인 시도다. 전문가만이 쓸 수 있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삶의 다양한 목소리가 기록되고 공유되는 사회. 철구 군의 책은 그 흐름에 아주 잘 어울리는 작은 물결이다. 작지만, 투명하고 단단한.


당신은 어떤 주제로 책을 쓰고 싶은가? 세상이 그 책을 기다리는 이유는, 어쩌면 당신이 아직 몰랐던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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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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