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특허청으로부터 1인1책 상표의 갱신 통지를 받았다. 문득, "벌써 10년이 지났다고?" 하는 생각에 놀라 특허청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해보았다. 예전 로고로 등록해 두었던 상표가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더는 갱신할 필요는 없다. 현재는 새로 디자인한 1인1책 로고로 상표를 다시 등록해두었기 때문이다.
10년 전 그날이 떠오른다. 1인1책이라는 이름을 처음 입에 올릴 때, 나는 긴장했다. 이 작은 문장이 언젠가 훼손되거나 빼앗기지 않을까,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상표 등록을 결심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판단이 오늘의 1인1책을 지켜준 시작이었다.
이 모든 경험은 단순한 권리 분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상표는 이름에 ‘주인’을 만들어주는 장치이자, 창작의 생존 조건이다. 상표는 간판이고, 서명이고, 선언이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 단어 하나가 수십억 원의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아무리 훌륭한 발상도 보호받지 못하면 순식간에 사라진다. 1인1책이 10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콘텐츠의 품질만이 아니었다. 이름을 지키는 힘, 즉 상표 등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요즘도 ‘남산돈가스’처럼 상표 미등록으로 소중한 자산을 잃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무언가를 창작하거나 창업하려 한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름을 등록하는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말할 필요도 있다. 이 이름은 내 것이다. 내 목소리에서 시작된 것이다.
‘1인1책’은 단순히 “누구나 책을 내자”는 운동이 아니다. 그것은 생각에 이름을 붙이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기록을 통해 존재를 증명하는 일이다. 책 제목은 상표와 닮았다. 가게 간판이 손님을 부르듯, 책 제목은 독자를 부른다. 자신의 이야기에 이름을 붙이고 세상에 내보이는 일, 그것이 바로 1인1책의 본질이다.
책을 쓴다는 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내 경험은 가치 있는 자산이다”라고 세상에 말하는 선언이다. 책은 내 생각과 시간, 감정을 사회적으로 증명해주는 그릇이다. 만약 남기지 않는다면, 그 이야기는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의 것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오늘날 기업의 자산 가치는 대부분 무형 자산에서 나온다. 브랜드, 콘텐츠, 디자인, 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까지도 지식재산의 대상이 된다. 유형에서 무형으로, 눈에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가치로 세상의 중심이 옮겨가는 지금,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자기 보호는 책을 쓰는 일이다.
한 권의 책은 곧 나만의 브랜드이자, 지식재산의 등록증이다.
글을 쓰는 순간 저작권은 자동으로 발생하지만, 세상에 발표하고 출판할 때 그 권리는 비로소 인정받는다. 책은 내가 살아온 시간과 고민, 아이디어를 미래로 전달하는 가장 든든한 방식이다.
AI 시대, 디지털 대전환 속에서 지식재산권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제도를 기다리기보다, 우리 스스로 먼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바로 자신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일, 경험을 공유하는 일, 그리고 그 이야기에 이름을 붙여 세상에 내보내는 일이다.
1인1책은 거창한 문학을 하자는 말이 아니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 일상의 깨달음 하나가 삶을 지켜주는 방패가 되고, 새로운 기회를 여는 지렛대가 된다. 책은 누구나 가질 수 있고, 누구나 쓸 수 있는 가장 민주적인 지식재산권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책을 쓴다는 건 내 삶에 간판을 다는 일이다. 그것이 1인1책의 취지이며, 지식재산을 지키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