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1책 기획노트
한때 ‘빌라’는 부동산 투자에서 듣기 민망한 단어였다.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정책이 바뀌든 말든, 늘 주변부에 머물렀던 존재. 경사진 골목길, 주차는 늘 전쟁, 철문 너머의 싸늘한 복도. 아파트에 익숙해진 눈과 발은 그곳을 스쳐 지나가기 바빴다.
그런데 요즘, 이 낡은 주택들이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꽤 거세게. ‘재개발 빌라의 역습’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말이다.
황태연 저자의 신간 <재개발 빌라의 역습>은 그 낡은 벽돌 집들에 귀 기울여보자고 말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반란, 그 현장을 그는 발로 뛰며 기록했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빌라들이 어떻게 다시 고급 아파트로 환생하고 있는지, 그것이 무엇을 말해주는지를 설명한다.
서울은 지금 변하고 있다. 아파트로 꽉 찼던 도시가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해 속살을 바꾸는 중이다. 그 속에서 과거에는 '싼 맛에 사는 집'이었던 빌라들이, 미래 가치의 전초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는 대출을 조이기 시작했고, 아파트는 이미 너무 비싸졌기 때문이다. 일반인,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서울에서 집 한 채’라는 말이 더 이상 희망이 아닌 허상이 되어간다. 그러나 빌라는 다르다. 여전히 진입 문턱이 낮고, ‘변신’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저자는 이런 시대에 빌라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투자처라고 단언한다. 500만 원, 2억 원, 숫자는 달라도 핵심은 같다. 소액으로 시작해서 미래의 변화를 선점하라. 도시가 다시 쓰이고 있을 때, 그 틈을 읽는 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빌라를 사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투자자의 철학, 즉 ‘왜’에 대한 설명이 촘촘히 들어 있다. 왜 지금 빌라인가? 왜 이 위치인가? 왜 이런 구조인가?
투자는 곧 해석이다. 도시의 변화, 정책의 흐름, 시장의 심리를 해석하지 못하면, 부동산은 결국 남의 얘기일 뿐이다. 저자는 그런 맥락에서, 단순한 재테크가 아니라 '세상을 읽는 기술'로서의 빌라 투자를 말한다.
특히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개인 서사가 흥미롭다. 실패한 부부, 사기를 당한 초보자, 3번의 투자로 인생이 바뀐 평범한 직장인 이야기. 이들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현실에서 부딪히는 감정과 선택의 이야기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일지 모른다.
우리는 여전히 '아파트'라는 단어에 집착한다. 깨끗하고 안전하고, 재산 가치도 높고, 대출도 잘 나오는 곳. 그래서 무리해서라도 아파트를 사고, 전세로 살고, 심지어 빚까지 내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도시가 어디로 가느냐다.
서울은 단단한 땅 위에 있지만, 그 위의 가치는 언제든 이동한다. 중심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오늘의 변두리가 내일의 중심이 될 수 있고, 그 중간에 빌라가 있다. 낡았지만 버티고, 외면받았지만 살아남은, 그런 공간들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부동산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다시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 귀 기울일 수 있다면, 빌라의 반격은 단지 부동산 이야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소외되었던 가능성의 복권이며, 희망이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경로일지도 모른다. <재개발 빌라의 역습>을 읽고 영감을 얻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