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1책 칼럼
누군가 책을 소리 내어 읽는 밤은 얼마나 따뜻할까? 조용한 제주 작업실에서 여섯 명의 아이들이 금요일마다 모였다. 손에는 고전이 들려 있었고, 마음속엔 수줍음과 설렘이 섞여 있었다. 처음엔 그냥 읽는 것만으로도 어색했지만, 어느새 아이들은 책을 자기만의 언어로 되살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마음이 자라는 낭독의 밤>(서하당 출판)인이라는 책이다.
<마음이 자라는 낭독의 밤>의 가장 큰 미덕은 아이들이 책을 단순히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낭독을 통해 감정을 나누고, 이를 스스로의 언어로 정리했다는 점이다. <노인과 바다>를 읽고 “져도 결코 실패는 아니야”라고 써 내려간 문장은, 단순한 해석을 넘어 삶에 대한 성찰이었다. <꽃들에게 희망을>을 읽고 “남을 따라가지 말고, 당신 자신이 되세요”라고 쓴 아이는 이미 타인의 시선을 넘어서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는 단계에 와 있었다.
그 모든 글이 하나의 책으로 엮였고, 이제 이 아이들은 단순한 학생이 아닌 ‘책을 쓴 사람’이 되었다.
‘1인1책’ 프로젝트는 최근 학교 교육과 진로 진학 지도에서 주목받고 있는 활동이다. 독서, 글쓰기, 편집, 출판까지의 전 과정을 아이 스스로 경험하게 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역량이 종합적으로 개발된다.
자기 표현력: 읽은 책을 자신의 언어로 해석하고 정리하는 능력
비판적 사고력: 문학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시각의 성숙
협업과 커뮤니케이션: 낭독 모임을 통해 타인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경험
자기주도학습능력: 책 선정, 주제 설정, 원고 작성, 교정까지 스스로 해내는 책임감
이러한 경험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도 강력한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대학은 단순한 교과 성적보다 ‘어떤 경험을 통해 어떻게 성장했는가’를 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마음이 자라는 낭독의 밤>과 같은 프로젝트는 그 질문에 대한 훌륭한 답이 된다.
이 단순한 진술 뒤엔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책 한 권을 만드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단순한 성취 이상의 의미를 준다. 그것은 자신이 세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며, 동시에 한 번의 진지한 몰입 경험이다. 책을 만드는 일은 자신을 돌아보는 여정이자, 미래를 위한 자산이 된다.
더욱이 그것이 진학 실적으로도 인정받는다면, 이보다 더 보람된 활동이 있을까? ‘1인1책’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교육 경험이자, 마음의 성장을 증명해주는 확실한 증거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도 한 권의 책을 통해 자신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독서가 공부를 넘어, 성장의 도구가 되는 세상. 진심을 담아 쓴 책 한 권이 누구보다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믿자.
2025년 9월초 제주 국제학교에 다니는 여섯명의 학생들이 서울 종로 영풍문고에서 북콘서트를 열었다. 6명의 저자들이 한 명씩 나와 고전의 감상을 전하자, 그곳에 모인 어른 청중들은 모두 놀라는 눈치이다. 청소년 시절 읽은 고전 한 권이 그들에게 큰 힘이 된다. 그것을 어른들은 느끼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낭독과 글쓰기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 자신을 가장 먼저 성장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