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
나는 기본적으로 경쟁심이 많은 사람이다. 사람은 다 그런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성적이 낮게 나와도 평화주의자인 동생은 아무렇지 않은 걸 보면 다 그런건 아닌 것 같았다. 그 당시 나는 중학교때 동네에서 유명한,잘 하는 애들이 많이 다니고 빡세다는 그런 영어학원을 등록해서 다니게 되었다. 레벨테스트 비슷한 과정을 통해 나는 가장 아랫반에 배정되었고 중학생이지만 수능,토익,텝스에 영단어,영문장 외워서 쓰기 등 그전에 경험하지 못한 빡센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가장 낮은 반에서 시작했지만 나는 한 반씩 차곡차곡 올라가 마지막에는 가장 윗반이 되어 졸업할 수 있었다.
그와 비슷한 예로 고등학교때는 또 지역 고등학교 선생님이 나와 차린 수학학원이 있었는데 거기 역시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이 많이 다니고 그 선생님은 지역의 일타강사 수준이었다. 언어적 감에 비해 수학적 감은 다소 부족했던 나는 그 강의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처음엔 벅찰지경이었으나 이를 악물고 달리는 강의와 진도에 나를 실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은 학교에서도 그저 경쟁이었다. 전교10위권 안에 드는 아이들과의 경쟁, 더 나아가서는 전교3위권 안에 드는 아이들과의 경쟁, 또 경쟁.. 대한민국 학생들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그래도 그 때는 눈에 보이는 실체와의 경쟁이었기에 작은 지역에서 작은 학교,학원안에서 내가 높은 순위를 점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 세계인의 삶까지도 SNS를 통해 옅볼 수 있는 지금은 세상은 나보다 똑똑하고, 부유하고, 예쁘고, 지혜롭고, 소위 잘난 사람들이 수백만,수천만,수억만이라는 것을 안다. 나는 드디어 ’이기는 것‘을 포기했다. 그 모두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무한한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겸허해지고 불행해지기 쉽다는 것도. 하지만 비교와 경쟁을 그만두고 그 무수한 타인을 사업의 잠재적 수요자로 삼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뭐든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