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전학생으로 살기

이방인

by 무지개물고기

나의 엄마와 아빠는 잘 맞지 않는 사람이다. 지금도 이혼은 안 하셨지만 따로 살고 계시다.

그 덕에 나는 초등학교를 4개나 다녔다. 처음 한 번은 회사 발령으로 인한 평범한 지역이동으로 인한 전학이었지만, 그 이후는 부모님이 별거하시면서, 아니 실은 그 당시 우리를 쥐락펴락했던 엄마가 어린 딸 둘을 데리고 아빠만 남긴 채 훌쩍 다른 도시로 이사하면서 새 학교에 갔고 또 우여곡절의 시간을 지나 다시 합가 하면서 원래의 지역,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요즘 부모님들은 한 번의 전학을 고려할 때도 우리의 소중한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지만 그 당시 우리의 그런 ’ 인권‘존중은 없었던 것 같다. 그 덕에 나는 알아서 잘 적응해야 했다.


나는 mbti로 보자면 내향인데 지금도 주변 사람들은 “응? 네가?”이런 표정으로 바라본다. 나 자신은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분명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되는 I이다. 그런데 어찌 사람이 본성대로만 살 수 있을까. 학교는 작은 사회고 정글이다. 정글에서 적응해 나가려면 때로는 본성도 거스르는 법이다. 아니 제2의 본성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내가 만약 절세미인이었다면 조용히 앉아만 있어도 사람들을 유인(?)했겠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고, 앞에서 언급했든 나는 ’ 저적인 ‘요소를 부각하거나 시답잖은 농담을 하거나,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척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나는 제일 어렵고 까다로운 엄마랑 살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고 속으로 욕할지언정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천진한 표정으로 웃으며 학교생활을 이어나갔다.


지금도 아들이 학교에서 어떤 아이에 대해 불평을 하거나, 친구가 없다고 말할 때면 공감을 해주지만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교실에 있는 수많은 친구들 중에는 당연히 마음에 안 맞는 친구가 있는 거라고, 마음에 맞는 친구는 수년에 걸쳐 단 한 명이라도 괜찮은 거라고 말이다. 어쨌거나 나는 본의 아니게 초등학교를 네 개나 다니는 바람에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생존전략으로 대부분의 사람에게 E로 보이는 서글서글한 성격을 가지게 되었으니 역시 세상에 완전히 나쁜 상황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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