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
나는 2014년 스물여덟에 결혼식을 올리고 그 해 첫째 아들을 출산했고 17년도에 둘째 아들을 출산하였다. 나의 남편은 주위 사람이 말하길 ’ 남편‘이 장래희망이었던 사람이라고 말할 만큼 정말 ’ 남편‘에 적합한 인물이다. 은행에 다니고 부동산을 통해 재테크를 할 줄 알며 자상하고 아내의 눈빛과 표정만으로 감정상태와 니즈를 알아내고, 친구들 및 직장상사들과 두루 관계가 좋지만 가정이 최우선이며 술을 마셔도 조용히 들어와 잠만 자며 내가 아무리 활화산처럼 폭발해도 그 화가 돌아오지 않는 호수 같은 사람이다.
2014년은 부동산에 불이 다시 붙기 전 잠잠한 시기였다. 우리는 첫 집을 공덕에서 매매로 시작하여 몇 번의 이사를 통해 사고파는 과정을 거쳐 순자산을 불렸고, 오피스텔이나 분양권 단타를 통해 차익을 내기도 했다. 서울에서 전부터 살고 싶었던 자연친화적인 지역으로 이사를 하여 최신축 47평을 2억 상당의 인테리어 공사를 거쳐 만족스러운 주거조건을 마련하였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4억 정도 예상치 못한 손실을 봤고 가정경제사정은 빠듯한 상황이 되었다. 여기서 나는 <부의 추월차선>에서 언급되었던 시장의 변수에 따라 쉽사리 무너져버리는 재테크의 한계를 여실히 느꼈다. 장이 좋을 때는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이익을 낼 수 있지만 장이나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는 꼴이 되어버린다.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나 자신도 그렇지만 육아는 더더욱 ‘내 맘대로’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혼 전 학교에서 수많은 아이들을 볼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아이를 키우는 지금은 정말 ‘괜찮은’ 아이를 볼 때면 저 아이는 어떻게 부모님이 키우실까. 하는 궁금증이 인다. 온갖 육아서와 유튜브, SNS를 보면 나의 부족함이 더 크게 느껴질 뿐이다. 아이가 어릴 땐 건강과 애정. 크게 두 가지를 생각했다면 학령기에 접근하면서부터는 ‘공부’,‘교육’이라는 문제에 부딪힌다. 매일 공부습관과 루틴, 공부 마인드(공부든 사업이든 마인드가 우선인 공통점이 있다.)를 잡아주고 지키도록 해주는 과정에서 나의 밑바닥도 확인하고, 어느 정도는 마음을 내려놓고 사교육에 위탁하기로 했다. 그래도 집에서 챙기는 숙제나 아이와 정한 기본 공부 분량을 매일 확인하고 이끌어주고 동기부여하는 과정은 쉽지 않은 길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나는 아이가 무엇이 되기를 바라서 이렇게 공부를 하도록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았다.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을 얻고 나처럼 ‘평범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일까. 모두가 가는 그 길에서 이탈하지 않고 무탈하게 목적지까지 가도록 하려는 건 아닐까. <부의 추월차선>을 읽고 나서 나는 그게 결국 나의 ‘불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부의 추월차선을 탄 부자라면? 그 과정을 내가 먼저 경험하고 알려줄 수 있다면? 아직은 꿈이지만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아이도 결국 부모의 삶 자체에서 배운다고 하는데 엄마의 잔소리보다 엄마의 삶 자체를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키우면서 보기 싫은 나의 민낯도 자주 접하지만 반대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궁리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여기까지 두서없이 나라는 사람이 걸어온 길을 생각나는 대로 조각조각 적어보았다. 분명 빠진 조각들도 많을 테지만 대략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짐작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이제 곧 마흔이다. 영 앤 리치의 삶을 살기에는 시기가 좀 지났나 싶다가도 내 생에 가장 젊은 날은 오늘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용기를 내본다. 내 삶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만 하지 않고 운전석에 앉아서 운전대를 잡는 그날까지 도전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