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에세이
물을 끓일 때 앞에 서서 물이 왜 이렇게 빨리 안 끓냐고
화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차피 일정 온도가 되어야 물이 끓을 텐데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를 키울 때 물이 빨리 안 끓는다고
조급해하고 불안해하며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한다.
아이마다 꽃을 피우는 시기는 다르다.
영유아기 때는 언제 기고, 서고, 걷고, 말을 시작하는지,
더 크면 언제 구구단을 외우고 나눗셈을 하는지,
몇 년 선행을 하는지 등등
끝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내 아이가 늦은 건 않은지 점검하곤 한다.
트라우마 치료에서 치료자의 자세를 이야기할 때
‘거리를 둔 열정'이란 표현이 있다고 한다.
너무 환자에게 빠져있으면 치료자로서 환자를
제대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모들 역시 환자에게 너무 빠져있는 치료자와 같아서
때로는 내 아이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과하게
감정이입이 되기도 한다.
물론 아이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 너무 잘 안다.
하지만 이 절대적인 사랑과 관심으로 인해
눈이 멀어 아이를 오히려 힘들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집 둘째는 17개월에 걷기 시작했다.
돌쯤 영유아검진을 하러 갔더니 동네 소아과에서 대학병원에 가보라며 소견서를 써주었다.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어 걷지 못하는 건
아닐까 오만가지 생각과 불안이 엄습했다.
또 첫째 아이는 일곱 살에 문자로서의 한글을 처음 공부했다.
자음, 모음 교구를 이용해서 공부를 하는데
정말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지금은 고학년 책도
쭉쭉 읽어낼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나 보면 안다.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
기다리면 언젠가 물은 끓는다는 것을
기다리는 부모가 될 것인지
아니면 물이 왜 이렇게 안 끓는지
앞에서 발을 동동거리며 불안해하는 부모가 될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의 몫이다.
속이 터질 것 같은 순간
한번 기다림의 미학을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