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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넘어지는 방향 이해하기

우선 복잡한 용어부터 정리해 보자

by 정원가 김정두

벌도(伐倒) : 서 있는 나무를 베어 넘기는 일

수구(受口) = undercut, face, The directional notch, 쐐기 모양의 절단면, 방향베기

추구(追口) = backcut, The felling cut, 따라베기

경첩(Hinge) = 파괴층


나무가 넘어지는 방향을 이해하기 위해선 위의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한다. 근로자는 작업 상황을 정확한 단어로 표현한다. 그래야 동료들과 소통에 있어 혼선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가 너무 많다. 심지어 우리말, 한자, 일본어 그리고 영어로 표기된다.


임업용어는 어려운 한자와 일본어가 섞여있어 이해하기 어렵다. 얼마나 어려웠으면 산림청에서 국립국어원 검토를 거쳐 산림행정순화용어를 배포하고 있을까.


나무를 베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선 위에서 언급한 용어들을 모두 알아야한다.


법제처에 올라온 '벌목 표준안전 작업지침'에서는 수구(face)와 추구(backcut)라는 용어를 쓰지만, 안전관리공단에서 배포한 '산림 녹지정비 사업 안전관리'에서는 수구를 포함한 방향베기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벌목 표준안전 작업지침과 안전관리공단에서 배포한 자료 속 언급된 용어 차이


한 가지 더 살펴보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편 안전기준 제7장 벌목작업에 의한 위험방지 제405조에 <벌목하려는 나무의 가슴높이지름이 20cm 이상인 경우에는 수구(베어지는 쪽의 밑동 부근에 만드는 쐐기 모양의 절단면)의 상면과 하면 각도를 30도 이상으로 하며, 수구 깊이는 뿌리 부분 지름의 4분의 1 이상 3분의 1 이하로 만들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뭐라는거야)

2022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과 쐐기


수구? 추구? 경첩?

나무를 벨 때 이 세 단어를 통해 모든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


나무가 넘어지는 방향을 결정하는 단어인 '수구(受口)'는 한자가 아닌 일본어(うけぐち)로 '벌목할 때 나무가 쓰러지는 쪽'을 의미한다. 또한, '추구(追口)'도 일본어(おいくち)로 '만들어진 수구를 뒤에서 베는 행위'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배포되는 거의 모든 자료에 '수구‘와 ’추구' 용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정작 이 단어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벌목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면 수구의 영어 표기는 무엇일까? 정답은 노치(A notch) : a V-shaped cut in a hard surface로 단단한 표면을 V자 모양으로 자른 것을 의미한다. V자 모양을 회전시키면 위의 쐐기 모양이다.


내용을 정리하면 나무를 원하는 방향으로 넘어뜨리기 위해 'V자 모양 컷(이하 노치)'을 만들어야한다.


노치(The directional notch) - 수구

나무에 노치를 만든다는 건 상단부와 하단부를 잘라 V자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다.


노치의 본질은 벌도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다. 지형과 지역 관습에 따라 노치를 만드는 방법이 수 없이 많다.


기본적으로 노치를 만드는 4가지 방법이 있다. 차후 소개하겠지만 오픈 페이스 노치(The open face notch)를 사용한 벌목 방식은 기계톱 브랜드와 해외 벌목 교재 그리고 벌목 지침서에서 권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안전하고 쉽기 때문.


펠링컷(The felling cut) - 추구

나무가 넘어지는 방향은 '노치'를 통해 결정되며 나무 뒤에서 톱질하는 행위인 '펠링 컷'을 통해 파괴층이 만들어진다.


보통 펠링 컷은 노치 상단면과 하단면이 만나는 지점에 일직선 상으로 톱질하거나 1인치 높여 벤다. 이 기술은 가이드바의 길이와 나무 둘레에 따라 사용법이 달라진다.


노치를 만드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듯 그에 상응하여 많은 펠링 컷이 존재한다. 작업 환경과 목표물의 특성 그리고 휴대한 장비에 따라 안전하고 적절한 기술을 사용한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MZUQHz_MLgA&t=93s
사진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MZUQHz_MLgA&t=93s

안전한 벌목 작업은 작업자의 신중함과 정확함이 요구된다. 넘어지는 나무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노치(수구)를 만들고 기계톱을 사용해 뒤에서 벤다.

(The felling cut, 이하 펠링 컷)


이 작업을 통해 경첩(The hinge, 이하 파괴층)이 만들어지며 나무를 의도된 방향으로 넘어질 수 있게 해 준다.


경첩(The hinge) - 파괴층

안전하고 정확한 벌채를 위해 상황에 알맞은 '파괴층'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파괴층(The hinge)은 노치와 펠링컷 사이의 잘리지 않은 목재 부분을 지칭한다.


나무가 넘어지면서 형성된 노치 상단면과 하단면이 만나 경첩이라 불리는 파괴층이 찢어진다.


나무는 그루터기에서 분리되어 쓰러진다.

파괴층이 찢어지면서 나무가 넘어간다.

추신.

우리가 참고하는 대다수 자료에서는 노치를 만드는 작업을 '수구', 파괴층을 만들기 위해 수구 뒤편에서 톱질하는 행위를 '추구'라 부른다.


내가 생각했을 때 이 두 단어가 가진 뜻을 연상하기 어렵다. 오히려 영어로 쓰인 용어 설명은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진다.


그래서 최대한 한자나 일본어를 사용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영어로 된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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