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대표적인 특징 하나
MZ 세대의 비율이 높다는 것. 내가 다녔던 곳은 유난히 20대 중반의 사회초년생이 많았다. 경영진은 30대 중반이었다. 나는 그 사이에 어중간하게 위치해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젊음'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때였다. 개중에는 회사를 동아리방이나 학교 교실쯤으로 착각하는 무리가 있었다. 소수였지만, 워낙 요란하게 뭉쳐 다녔기에 그들의 존재감은 사무실을 집어삼킬 듯 압도적이었다.
그들의 일과를 재구성하자면,
- 출근 직후: 인스타그램 스토리, 어제의 술자리, 주말 약속 따위의 TMI를 늘어놓는다.
- 오전 한때: 우르르 카페로 향한다. 평균 1시간가량의 티타임을 즐기고 우르르 돌아온다.
- 점심을 먹고 난 뒤: 휴게실에서 떠들거나 소파에 길게 누워 두 다리 쭉 뻗고 자고 있다.
- 오후 한때: 우르르 옥상으로 향한다. 이번에도 1시간에 가까운 휴식시간. 간혹 사무실 한복판에서 디저트 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 퇴근 시간: 칼같이 퇴근한다. 단, 실장급 이상이 있으면 야근한다.
이런 식의 과도한 '친목'은 나에게 명백한 업무 방해였다. 괜히 느껴지는 소외감도 불쾌했다. 물론, 업무 중에도 적정한 휴식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굳이 무리 지어 다닐 필요는 없지 않은가. 굳이 다른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에서 배스킨라빈스 패밀리를 퍼먹으며 수다를 떨 필요도 없지 않은가.
가장 기가 찼던 건, 그들이 본인들의 놀 권리를 성역처럼 지킨다는 것이었다. 한 번은 그들 중 일부와 협업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들이 옥상으로 향하기 한참 전에 업무를 요청했으나, 그들은 내 메시지를 보란 듯이 '씹고' 사라졌다. 그리고 40분 뒤에야 나타나서 이제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그때 다짐했다. 그들과는 상종하지 않겠노라고.
다행인 건 사무실 전체가 완전한 난장판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 유난스러운 소음은 딱 그 무리에서만 나왔다. 나를 포함한 나머지 직원들은 묵묵히 제 할 일을 처리할 뿐이었다. 친하게 지내는 동료가 있더라도 조용하게,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만났다. 어느 날 우연히 이뤄진 은밀한 뒷담화의 장에서 직원들은 회사 분위기가 동아리 같다며, 그들을 '일진'이라고 불렀다. 내가 느낀 위화감이 나만의 예민한 착각이 아니었다는 증거였다.
한때는 연장자로서 최소한의 질서는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업무 외적인 수다로 크게 웃고 떠드는 시간이 30분이 넘으면, 조용히 해달라고 주의를 준 것도 여러 번이었다. 그들이 나를 '젊꼰'이라고 비웃을지언정 누군가는 해야 할 말 같아서. 하지만 나 혼자 나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대표의 총애를 받는 상사 하나를 자신들의 '일진회'에 스카우트한 상태였다. 결국 나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철저한 무시를 택했다.
그들은 마지막도 '일진'다웠다. 대표가 애정하던 그 상사가 퇴사를 하자, 몇 주 간격으로 줄지어 짐을 싸고 사라졌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참으로 눈물겨운 모습이었다. 그래도 그들을 동정할 필요는 없다. 출근을 잘하지 않는 경영진은 꿈에도 모를 업무 태도와 영리한 사내 정치로, 이미 충분히 호의호식하고 떠나는 길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