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가치를 추구하는 삶
기다림. 아주 짧은 기다림부터 아주 긴 기다림까지. 설레는 기다림부터 마음을 졸이는 애타는 기다림까지.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기다림의 종류는 정말 다양할 겁니다.
여러분 '모소대나무'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모소대나무는 4년을 가꾸어도 3㎝밖에 자라지 못하는데, 포기하지 않고 정성을 들여 잘 돌보면 5년째에는 어느 날부터 갑자기 하루에 30㎝ 이상씩 자라기 시작하여 6주 만에 15m 높이의 울창한 대나무 숲을 이룬다고 합니다. 광고에 등장한 것처럼 모소대나무가 비범한 속도로 자라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비가 온 뒤에 대나무 죽순이 하루에 1m 이상 자라는 것을 보고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이 생겼을 정도이니까요. 만약, 모소대나무의 이러한 성질을 모르는 농부가 대나무 종자를 심어놓고 죽순이 나오기까지 지켜본다면 얼마나 지루하고 속이 타들어가겠습니까?
지금 기다림이라는,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하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 세상이라는 하늘 같은 스승이 사람을 위대한 인물로 사용하기 전에, 그리고 커다란 성공을 안겨주기 전에, 기다림이라는 능력을 테스트한다고 생각하시고 이를 꽉 깨물고 인내하며 기다려 보시기 바랍니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Blessed are those who persevere.)"는 말도 믿으면서요.
여러분 류시화 시인 아시죠? 제가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그분이 쓴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라는 책에 기다림이라는 주제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과거에 뜻하는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고 몇 년간의 세월을 인내하며 기다려야 하는 경험을 할 때, 류시화 시인이 쓴 이야기에서 많은 위로를 받고 기다림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류시화 시인이 인도에 방문해서 명상 수업을 들었을 때, 명상을 배우러 왔다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며칠 만에 떠나는 제자에게 스승이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여러분도 무언가를 기약도 없이 기다려야 할 때나, 견디기 힘든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면, 인도의 명상 스승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기다림의 지혜와 인내심을 배워 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좋은 글을 써 주신 류시화 시인에게 정말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한 편의 글이 사람 마음에 큰 위로를 준다는 것은 류시화 시인의 섬세한 감수성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숭이들의 기다림 이야기.
매년 4월부터 8월까지 인도는 망고 시즌이다. 이때가 되면 생의 우울을 날려 버릴 만큼 달고 맛있는 망고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어느 마을에 망고 과수원이 있었다. 여름이면 망고가 주렁주렁 열렸다. 망고가 익기를 기다리는 것은 과수원 주인만이 아니었다. 건너편 밀림에 사는 원숭이들도 간절하긴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첫 망고가 가지 끝에서 황금색을 빛내자 원숭이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과수원으로 몰려갔다.
신이 준 달콤한 과일을 놓고 인간과 원숭이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과수원 주인들은 원숭이가 망고나무에 접근하는 즉시 돌을 던졌고, 곳곳에서 원숭이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머리에 피를 흘리는 원숭이도 있고, 망고를 움켜쥐고 달아나다가 돌을 맞고 추락하는 원숭이도 있었다.
이것이 4천 년 동안 망고나무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되풀이되어 온 일이었다. 그리고 4천 년 만에 처음으로 이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 밀림 속 원숭이들의 회의가 열렸다. 우두머리 까삐(산스크리트어로 '원숭이'라는 뜻)가 말했다.
"더 이상 수모를 당할 수만은 없다. 우리는 하누만(원숭이 형상을 한 신)의 후예들이고, 태초에 히말라야에서 약초를 가져다 인간들의 상처를 치료해 준 것도 우리들이다. 그런데 지금의 처지를 보라. 인간의 조상인 우리가 망고 몇 개 따 먹는다고 돌팔매질을 당하지 않는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말해 보라."
머리 좋은 원숭이 깔루('까맣다'는 뜻)가 제의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망고나무를 갖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들의 방해 없이 마음껏 망고를 따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망고나무가 망고 열매 안에 있는 씨앗에서 나온다고 들었다. 인간들은 그 씨앗을 땅속에 심으면, 거기서 망고나무가 자란다고 한다. 과수원에서 망고를 하나 훔쳐다가 그 씨앗을 이곳에 심자. 그러면 우리의 망고나무를 가질 수 있다."
모두 흥분해 박수를 쳤다. 우두머리 원숭이가 말했다.
"방법은 그만큼 간단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불행한 삶에 서 벗어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원숭이 역사상 최초로 우리 자신의 망고나무를 갖게 될 것이다!"
가장 젊고 날쌘 원숭이가 망고 과수원으로 파견되었다. 그는 다른 원숭이들이 과수원 주인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사이 큰 망고 하나를 따서 나는 듯이 돌아왔다.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듯 원숭이들은 양지바른 땅에 구멍을 파고 그 안에 망고 씨앗을 넣었다. 그런 다음 공들여 흙을 덮고, 둥글게 모여 앉아서 기다렸다.
반나절이 흘러도 나무가 솟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원숭이들은 당황했다. 기대에 찬 만큼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지만, 망고를 마음껏 따 먹을 희망에 그 정도의 기다림은 견딜 수 있었다. 하루가 지났으나 아무 소식이 없었다. 어린 원숭이들은 참을성을 잃고 돌아다녔다. 또다시 하루가 가고 이틀이 지나도 흙은 잠잠했다. 어른 원숭이들도 가슴팍을 긁으며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무엇인가 잘못된 게 분명했다.
한 원숭이가 불평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과수원에는 망고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데, 여기서 아무 소득 없이 땅바닥만 바라보고 있다니 어리석은 짓이야. 이러다 망고 철이 끝나면 일 년을 기다려야 해. 돌멩이 몇 개 맞는 게 대수야? 삶이란 원래 그런 거야. 고통 속에 맛보는 단맛이 진짜 달콤한 거라고..
모두가 박수를 치자 우두머리 원숭이가 소리를 질렀다. "인내심을 가져야지! 원숭이들이 왜 이렇게 사는지 알아? 바로 인내심 부족 때문이야. 우리 자신의 망고나무를 가지려면 적어도 5일은 기다려야 해."
5일이 지나도 변화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한 원숭이가 화를 내며 말했다.
"이렇게 아무 소득 없이 닷새를 허비한 건 참을 수 없는 일이야. 무엇이 잘못됐는지 땅을 파 봐야겠어."
모두의 동의하에 흙이 도로 파헤쳐지고, 망고 씨앗이 꺼내졌으며, 이내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우두머리 원숭이가 말했다.
"봐라, 어리석은 녀석들아! 닷새 만에 소원이 이루어질 순 없어. 망고나무를 가지려는 꿈이 있고 망고 씨앗이 있지만, 원숭이들에겐 인내심이 없어. 그래서 수천 년 동안 과수원 주인이 못 된 거야. 적어도 열흘은 기다렸어야 해!"
그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원숭이들은 나무에서 나무로 건너뛰며 돌멩이들이 빗발치는 쾌락의 망고 과수원으로 향했다. (출처 : 출판사 '더숲', 책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150쪽~153쪽)
원숭이들아, 고맙다. 조금만 기다려 주어서. 사람이 너희들 보다는 참을성이 있어야지. 안 그러니?
너희가 아주 오래오래 참았으면 '원숭이보다도 못한 사람들'이 많이 나올 뻔했다. 정말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