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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xd Sep 14. 2024

5월과 종합소득세


5월이 훨씬 지났지만 종합소득세는 프리랜서에게 중요한 부분이기에 뒤늦게나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혹시 여기에 담긴 정보가 사실과 다르다면 친절하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매년 5월이 되면 머리가 아프다.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들은 지출 내역(이른바 경비)을 스스로 누계해서 국세청 사이트에 직접 입력해 신고해야 하는데, 총 수입 금액에서 이 경비를 뺀 금액이 실질 소득이 되고, 이것으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가 정해진다. 만약 SH나 LH에서 주관하는 공공주택에 지원할 경우 중위소득 1순위인지 2순위인지 나뉘는 기준이 된다.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프리랜서 초년생이라면 여기까지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나는 이 개념을 몰라 매년 세무서에 가 세무서 직원에게 신고를 부탁했었다. 그것이 정부에서 분류해 놓은 ‘간편장부대상자-기준경비율’로 신고한 것이고, 경비가 반영되지 않아 실질 소득보다 높게 신고되었으며, 건강보험료 등의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매우 늦게 알아버렸다.


문제는 이 경비다. 꼼꼼하고 똑똑한 프리랜서라면 경비항목을 미리미리 누적해서 별도의 엑셀 파일로 정리해 놓겠지만, 무엇이 경비에 해당하고 해당되지 않는지 항목도 다양하고 기준도 복잡하기 때문에 개인이 판가름하기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직장인들은 공제되는 일반 카드지출은 프리랜서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매달 발생하는 식료품비, 식대, 의류비 같은 일상적인 지출은 사업과 관련이 없으므로 경비에 포함되지 않고 고로 공제되지 않는다.* 


프리랜서에게 퇴직금이 없고, 직장인들에게 매년 주어지는 연봉 협상 기회도 없고*, 4대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프리랜서는 더 많이 내고 덜 보장받는 낫 프리한 직업군인 셈이다. (혹자는 프리랜서가 수익에서 3.3%로만 세금을 떼므로 이익이지 않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다. 일단 수입에서 3.3%를 원천징수하지만, 추후 소득별로 책정된 율 대로 추가 징수한다. 다시 말해 세금은 똑같이 다 낸다는 거다.)


나는 올해도 종합소득세 신고를 위해 국세청에서 제공하는 경비 계산 프로그램을 다운받고 세무사들이 올린 유튜브 영상을 보며 공부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잘 따라가다가 경비 부분에서 막혀버렸다. 신고를 돕기 위한 국세청 영상은 친절한 말투로 따라올 테면 따라와 보라며 엄포를 놓을 뿐 신고자를 배려하지 않았고, 그건 세무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작년에 이용한 삼쩜삼을 또다시 이용했다. 작년에 기준경비율로 신고할 경우 190만원 가까이 토해내야 했던 금액이 간편장부(경비처리)로 신고하면서 90만원 정도로 백만원가량 줄었던 경험이 있었다. 물론 15만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지만. 올해는 같은 금액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55만원을 돌려받았다. 수수료를 생각하면 어떻게든 스스로 신고하고 싶지만 관 교육이 쉬운 말로 상세하게 제공되지 않는 한 그리고 신고 시스템이 사용자 중심으로 개편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 같다.


별일 없이 삽니다를 꾸준히 보시는 분들은 짐작하겠지만 나의 소득은 많지 않다. 작년에 90만원을 토해내고 확정된 2022년 소득으로 임대아파트에 당첨이 되었고, 그 소득을 바탕으로 책정된 건강보험료가 16만원이 조금 넘는다. 국민연금까지 합하면 40만원에 육박한다. 삼쩜삼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소득이 더 높게 잡혀 더 많은 금액의 건보료와 국민연금을 납부하고 있을 것이고, 임대 아파트에도 당첨되지 않았을 것이다-물론 임대아파트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누군가의 기준에는 턱없이 낮은 금액이고, 배배 꼬인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눈을 흘기겠지만, 나는 나의 가난이 가끔 불안할 뿐 부끄럽지 않다. 


그리고 지금은 몇 달째 급여가 백만원을 하회하고 있다. 월급의 절반이 국민연금과 건보료에 들어가고 있고 월세, 공과금, 보험료 등 필수 비용을 제하면 마이너스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전 화에서도 밝혔듯 건강보험료를 줄여보고자 건강보험공단에 전화했지만 직전연도 소득을 기준으로 책정된 금액이라며 조정을 거부당했다. 올해 신고분이 적용되는 11월부터는 좀 낮아지겠지 기대하고 있지만, 정말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면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울 것이다. 참고로 나는 내가 내는 세금이 아깝지 않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 가능하다면 많이 벌고 많이 내고 싶다. 나의 세금이 공동선에 기여한다면 아주 기쁜 마음으로 성실 납세할 것이다. 단, 수천 억 대의 특활비를 사적으로 유용하는 세금 도둑들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이 글은 정부 비판 글도 아니고 내가 처한 현실을 토로하는 한탄 글도 아니며 삼쩜삼 홍보 글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다만 우리나라의 과세 체계에 큰 문제가 있고, 특히 특수고용노동자인 프리랜서들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특히 정보의 격차는 더 어려운 형편에 놓인 사람들의 고혈을 쥐어짠다. 모를수록 더 많이 세금을 내는 것이다. 나 같이 소득이 적은 사람도 세무사를 통하느냐 통하지 않느냐에 따라 백만원이 왔다 갔다 하는데 고액 소득자들은 소위 전문가를 고용해 얼마나 많은 돈을 절세라는 미명으로 인 마이 포켓 하고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건강보험료로 월 7만원을 냈다는 60억대 자산가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2022년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프리랜서는 406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들의 주 평균 노동 시간은 33시간, 평균 월급은 18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해마다 프리랜서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까닭은 개인의 선택일 수도,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구조의 영향일 수도,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외주화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들이 저임금 노동자로 분류되고 있는 것은 통계로 나온 사실이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만큼이나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도 기본적인 보호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프리랜서 또한 노동자로 인정받고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고 법과 제도 역시 발 빠르게 업데이트되어야 하는데 정부는 과거로 회귀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일반 카드지출 내역에서 접대비나 소모품비 명목으로 일부 금액을 경비로 포함시킬 수 있는데, 어디까지 사업경비로 포함시킬 수 있는지 개인이 알기는 어렵다.

*프리랜서 9년 차인 나는 4년째 같은 시급을 받고 있으며, 9년 동안 단 한 차례의 조정이 있었을 뿐이다. 시급 인상을 요구하면 회사와의 관계가 어그러질 수 있고 일감을 주지 않을 가능성있기 때문에 감히 올려달라고 하지 못한다. 회사가 양심껏 2~3년에 한 번 정도는 자동 조정해 주면 좋으련만 기업은 그런 주체가 아니다. 매년 물가 상승분을 감안하여 최저임금도 인상되고 있지만 프리랜서는 그마저도 적용되지 않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082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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