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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새벽, 차에 시동을 켰다. 간밤에 앞유리를 점령한 성에가 빠지는 동안 협재포구에 갔다. 포구는 주차장에서 도보 0.5분 거리였다. 검은 바다를 향해 런웨이처럼 쭉 뻗은 시멘트 길 양쪽으로 양갱 같은 바다가 꿀렁대고 있었다. 길 끄트머리에 서서 검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짧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별천지다. 그 옛날 왜 사람들이 하늘 너머를 궁금해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중 유독 반짝이는 별 몇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북두칠성인 듯했다.
차로 돌아와 라이트를 켜고 핸들을 잡았다. 일찍부터 서두른 이유는 6시부터 열리는 경매 현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도민이 알려준 여행 팁이었다.
그곳에 가면 삶의 현장을 볼 수 있어.
한림항에 도착했을 때 여전히 해는 뜨지 않았지만 주차장은 차량으로 가득했다. 곧 물고기를 운반할 수송 트럭 사이에 모닝을 받치고 위판장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축구장만치 넓게 뻥 뚫린 공간이 한눈에 들어왔고,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장화를 신은 수십 명의 사람들이 부지런히 오가며 곧 시작될 경매를 준비하고 있었고, 바닥에는 나무 트레이가 열 지어 깔려 있었다. 그 안에는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바다를 자유로이 헤엄쳤던 아이들이 눈을 부릅뜬 채 얼음을 덮고 영원히 잠들어 있었다.
6시가 되자 강렬한 휘슬과 함께 사람들이 우르르 이동했다. 나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무리의 한가운데에는 빨간 수협 모자를 쓴 남자가 있었다. 경매사인 듯했다. 남자가 다시 길게 휘슬을 불더니 테크노 댄스를 추듯 고개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절도 있고 정확한 동작이었다.
도미, 도미, 6천원, 7천원, 8천원.
경매사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시선을 변경하며 신속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 속도가 너무나 빨라 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하는 나와 달리, 경매 참여자들은 경매사의 지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진지하다 못해 엄숙한 표정으로 무언가에 재빨리 숫자를 휘갈겨 쓰고는 경매사에게 내보이고 탁 소리가 나게 숫자를 감췄다. 아마도 경매가를 제시하는 판이 나무 재질인 것 같았다. 참여자들이 여기저기서 제시하는 숫자를 경매사는 놓치지 않고 연달아 두 번 되풀이해 읽었다. 단 한 번의 오차 없이 빠르고 빈틈이 없는 움직임이 마치 잘 짜인 행위 예술을 보는 것 같았다.
저 경지에 오르려면 대체 얼마나 연마해야 하는 거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더 가까이 다가갔다.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은 사각 트레이 위에 서 있었다. 저렇게 중심을 잡고 서 있는 것마저 위대해 보였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같은 시각에 이곳에 모여 있는 그들이 참으로 대단해 보였다. 이렇게 하루 생활비를 벌겠지. 누군가는 허탕을 치고 돌아갈 테고. 그야말로 삶의 최전선, 부대를 지휘하는 전장의 장수처럼 그들은 위대하다.
그 위대한 장면을 뒤에서 몰래 찍었다.
한림항을 벗어나 갓길에 차를 세우고 떠오르는 태양을 보았다. 세상이 깨어나는 시간에 졸음이 밀려오고 있었다. 떠나온 숙소로 다시 돌아가 편히 자고 싶었다. 그 안락함과 따뜻함이 그리웠다. 바보 같이 이후 일정을 세우지 않았다. 내 안의 어린아이가 조금은 성숙해진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다시 돌아갈까.
아니야. 돌아온 길은 되돌아가지 않는 법이야.
아니, 집으로. 이제 그만 방황을 멈추고 나의 일상이 있는 곳으로...
나에게 돌아갈 곳이 있었던가. 집으로 돌아간다 한들 누가 나를 반겨준다는 말인가. 어디에 있든 혼자였고 고독했다. 그리고 b는 더 이상 내 곁에 없다.
지도를 꺼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