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원래 나약하고 간사하다.
같은 또래들이 모여 일을 하다 보니
같은 원룸에서 지내며, 둘도 없는 친구였던 녀석이
욕심이 좀 났던 것 같다.
내가 교통사고로 부재중에 있을 때.
우리에게 일을 주던 사람이랑 따로 만났고..
이번 일/회차에 견적을 좀 아껴주면..
내 친구에게도 일을 주겠다는 암묵적 약속이 오고 갔다.
퇴원하고 견적서를 보니.. ㅎ 헛웃음만 나왔다
"이거 이 돈으로 할 수 있어?"
"가능해서 이렇게 올린 거야?"
할 수 있단다..
견적 터지면 자신이 책임진다더라..
그 말에
"네가 어떻게 책임져..
회사가 책임지는 거고
내가 책임지는 거지.".라고 하니
슬며시 자기도 사업을 하겠다더라
사업자 낼 거라고..
허... 이번이 우리 회사에서 하는 마지막 일이란다.
같이 한집에 살면서 가장 친한 친구가 그러니
어안이 벙벙했고 화가 엄청나게 났다.
난 그 친구한테 화가 난 게 아니라
얘한테 바람 들게 한 그 사람한테 화가 너무 났다.
그 사람 또 한 18살 때부터 나의 일 봐주던 형이었기에..
무튼 이 "건"을 시작으로 견적은 당연히 터졌고
일이 진행이 안되었고.
어린 나이 + 빽 없는 영세사업자는 신뢰를 잃었고
대기업+공기업은 이 건을 빌미로 서로 싸웠고
우리? 아니 나는 결국 거지 신세가 되었다.
나를 믿고 세트를 제작하고, 의상을 만들고. 마케팅. 홍보. 다 이미 집행이 된 상태고. 도망가고 싶었다. 사라지고 싶었다.
근데.. 고작 20대 중반인 내가.. 인생 긴데..
벌써부터 그냥 쌩하고 폐업하고
그 바닥 뜨고 도망칠 생각부터 하는 건 아니더라. 나와 함께 같이 일해준 사장님들 , 본부장들이 망하거나, 잘리는 건 내가 그 가정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거니깐.. 그래서 다 팔았다. 전부.
팔 수 있는 건 다 팔았다.
진짜 치과에서 받아온 금니까지 다 팔았다.
그렇게 다 팔아서.. 빚을 갚았는데도 정말 그 한 끝! 딱 그 몇 푼이 없어서 망하더라..
아.. 사업하시는 분들이 수십억. 수억으로 망하는 게 아니라. 정말 그 마지막!
쥐어짜도 쥐어짜도 돈이 더 이상 나올 수 없는 상황.
돈 줄이 다 막힌 채로.
몇천, 몇백으로 망한다는 말이 이 말이구다 싶더라.
빈털터리가 되고 고향 선배가 잠실에 잠깐 들렀다.. 그때 내 상황을 알고 탑차 한대를 빌려주셨다 뭐라도 하라고...
그 길로 남대문을 돌고..
당시 중국에서 물건 소싱해서 판매하시는 사장님을 소개받아 찾아가서. 구명조끼, 선글라스, 슬리퍼, 수건 등을 물건을 탑차에 실어가지고 무작정 4월 그 추운 날 해운대를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