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꺼내어 보아야, 다시 새겨지는 일이 있다.(4)

어떤 것도 비치기를 허용하지 않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by CHADA

부산 부둣가 근처에 있는 여관에서 달방을 살면서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8시부터 해질 때까지 장사를 하고

해가 지면 9시까지 배낭 메고 돌아다니면서 야광으로 된 물건들을 팔고.

10시쯤 횟집이 가장 피크 때 회센터에 가서 쟁반 나르고...

청소하고 정리하면 새벽 3시쯤 됐다.


그럼 일 끝나고 매일

그냥 미포 유람선 타는 그 해변가 턱에 앉아서 한병..

간이의자에 앉아서 한병...

그냥 넋 나간 사람처럼 말 그대로 홀짝홀짝 술만 마셨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정말로 아무것도 투영하지 않는 반타블랙 같은 바다만 보면서.

혼자서 강소주만 마셔댔다.

끼니는 점심 한 끼 먹었지, 몸은 힘들지.. 빈속에 들이붓는 거다.

매일매일. 아무 생각도 없이. 시선을 둘 곳도 못 찾은 채 , 아무 의욕도 없이

한병, 그다음엔 두병..

어린놈이 그러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해 보였을까

일 끝나고 뒤늦게 야식 먹고 있던 횟집형님이, 이모들이 안주를 하나씩 가져다주시더라고.

술에 취해 "감사합니다" 한마디 하고 다시 또 바다만 바라보면서 홀짝홀짝..


고요함이 간절했어.

세상이 그냥 멈췄으면 좋겠단 듯이.

그때부터 시끄러운 걸 싫어했던 것 같다.


사실은 맨 정신이었던 게 싫었던 것 같다.

술을 잘 마시지도 못하니 술에 취하면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고. 귀도 잘 안 들리고..

보이는 것도 뿌옇고.. 그런 상태가 차라리 맨 정신 일 때보다 더 편하니까

돈을 벌어서 출세하겠다가 아니라..

기약이 없는 내 삶에 좌절했었다.


"앞으로 뭐 해 먹고살지" 도 아니었다. 그것 조차 사치였고 욕심이었다.

매일 한숨 쉬면서 잠들고. 눈 뜨자마자 한숨으로 하루가 시작되는데 무슨 미래..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없었다.

하루 종일 장사할 때 손님에게 하는 말 빼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터벅터벅 이미 정해진 선로 위를 다니는 쇳덩어리처럼

조선호텔에서 미포유람선까지 수레를 끌고 하루에 몇 번씩 왔다 갔다.

햇빛에 화상을 입든말든, 발가락에 물집이 터지든지도 모르고...

어차피 밤에는 항상 술에 취해있으니 아픈지도 몰랐다

그렇게 딱 한 달을 사니깐

사람이 야위는 게 아니라.. 부서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