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도 비치기를 허용하지 않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부산 부둣가 근처에 있는 여관에서 달방을 살면서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8시부터 해질 때까지 장사를 하고
해가 지면 9시까지 배낭 메고 돌아다니면서 야광으로 된 물건들을 팔고.
10시쯤 횟집이 가장 피크 때 회센터에 가서 쟁반 나르고...
청소하고 정리하면 새벽 3시쯤 됐다.
그럼 일 끝나고 매일
그냥 미포 유람선 타는 그 해변가 턱에 앉아서 한병..
간이의자에 앉아서 한병...
그냥 넋 나간 사람처럼 말 그대로 홀짝홀짝 술만 마셨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정말로 아무것도 투영하지 않는 반타블랙 같은 바다만 보면서.
혼자서 강소주만 마셔댔다.
끼니는 점심 한 끼 먹었지, 몸은 힘들지.. 빈속에 들이붓는 거다.
매일매일. 아무 생각도 없이. 시선을 둘 곳도 못 찾은 채 , 아무 의욕도 없이
한병, 그다음엔 두병..
어린놈이 그러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해 보였을까
일 끝나고 뒤늦게 야식 먹고 있던 횟집형님이, 이모들이 안주를 하나씩 가져다주시더라고.
술에 취해 "감사합니다" 한마디 하고 다시 또 바다만 바라보면서 홀짝홀짝..
고요함이 간절했어.
세상이 그냥 멈췄으면 좋겠단 듯이.
그때부터 시끄러운 걸 싫어했던 것 같다.
사실은 맨 정신이었던 게 싫었던 것 같다.
술을 잘 마시지도 못하니 술에 취하면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고. 귀도 잘 안 들리고..
보이는 것도 뿌옇고.. 그런 상태가 차라리 맨 정신 일 때보다 더 편하니까
돈을 벌어서 출세하겠다가 아니라..
기약이 없는 내 삶에 좌절했었다.
"앞으로 뭐 해 먹고살지" 도 아니었다. 그것 조차 사치였고 욕심이었다.
매일 한숨 쉬면서 잠들고. 눈 뜨자마자 한숨으로 하루가 시작되는데 무슨 미래..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없었다.
하루 종일 장사할 때 손님에게 하는 말 빼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터벅터벅 이미 정해진 선로 위를 다니는 쇳덩어리처럼
조선호텔에서 미포유람선까지 수레를 끌고 하루에 몇 번씩 왔다 갔다.
햇빛에 화상을 입든말든, 발가락에 물집이 터지든지도 모르고...
어차피 밤에는 항상 술에 취해있으니 아픈지도 몰랐다
그렇게 딱 한 달을 사니깐
사람이 야위는 게 아니라.. 부서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