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깍지> 1_#08_8월의 크리스마스
마음은 건조한 수면처럼
파문없는 추억이 되어
무심한 얼굴을 훑어 지나는 바람,
표정없이 저물어 가는 시간
지루한 더위마저 무덤덤하여
이제 그마저 태연하기만 한데
문득 쏟아지는 비
아무리 우산을 기울여 봐도
내게 움츠러든 네가 젖는다
우산을 기울이느라
무심코 젖은 내 어깨도 어쩌면
순간 움츠러들었을까
어느덧 설레는 풍경으로 스며든 네게
모르는 척 풍덩 뛰어들 수 없는 나는 두렵다
싱그러운 물방울이 잘게 부서지듯
네가 웃고
달리고,
벅차오르고
가득히, 멀어져 간다
멀어져 간다
아마도
잔잔한 추억을 넘어 네가 달려갈 그 곳에서도
그 웃음은 건강히 부서지겠지
부서져야 하겠지
그러니 여인아
네 돌팔매에 파문으로 답하지 못하고
안으로 안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던 내 약함을
부디
기약할 수 없어 이렇듯 멈춰
투명한 프레임 너머 더듬어볼 수밖에 없는 나를
부디 용서하기를
묵은 속내를 덜어내고
나란히, 정갈히, 널 향한 말을 눌러 적어도
차마 그대에게 흐를 수 없었던 마음
언젠가 소복히
날 추억하는 그대 곁에 가만히
내려 앉을 수 있다면
그대,
안으로 안으로 파고들어 깊이, 어린 여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