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깍지> 1_#09_여자, 정혜
그냥… 아팠어요.
그냥 아팠다구?
……
으응……
그냥 아팠다…
그냥 아팠다
……
그것이 내, 처음의 기억
그리고 그것이
내가 도망치는 이유.
골이 흔들리도록 울리는 알람도
태연한, 불면의 아침
아무 것도
새롭지 않다.
그가 떠나며 핀잔한 낡은 신발이라도 바꿔 보고 싶지만
혹은 버리고 싶지만
아무리 친절해도
불쾌하고 불손하게만 느껴지는 남자의 손
엄마 ……
정말 기억하기 싫은 것만 자꾸 생각나는 건가 봐
못생긴 발톱이 잘라내도, 잘라내도 끊임없이 자라듯 말이야
그래도 엄마
당황스럽게도 난, 주기적으로 등기를 부치러 오는 이 남자와 함께
저녁을 먹고 싶어지기도 해.
집에 고양이가 한 마리 있는데, 그 사람한테 한 번 보여주고 싶었거든.
물론, 그는 오지 않았지만.
미안,
새롭지도, 않다.
차라리 낯선 이의 오열이 위로가 될 뿐.
이 아픔이 차라리 익숙하므로
이 아픔이 내, 익숙한 낙인이었으므로
그러나 날카롭게 억울한 상처
얼마나 독한 날을 세워야
끝없이 마음을 가로막는 기억을 끊어낼 수 있을까
아무리 들여다봐도
붙들려, 경직된 동공
이토록 낯선 이름, 정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