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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월의 과일_수박_껍질과 씨를 버리고 있다면

인종차별의 상징이 된 수박

제사상에 혹시 수박을 올리시나요? 요즘엔 고인이 좋아했던 음식을 올리는 분위기라 피자. 치킨 등 편하게 상차림을 합니다만 제사음식을 깐깐하게 따지는 편이라면 수박은 올리지 않으실 겁니다. 고려시대에 들어온 과일인데, 하필이면 고려를 버리고 몽고(원나라)로 귀화한 악명 높은 앞잡이 ‘홍다구’가 들여온 탓에 조선후기까지 뼈대 있는 가문에서는 수박을 제사상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작은 좀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효능면에서는 절대 아쉽지 않은 수박입니다. 


수박을 의미하는 라틴어는 ‘citrullus(시트룰루스:수박 속)’인데, 우리에게 유용한 성분 ‘시트룰린’이 여기에서 유래됩니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몸속의 독성물질인 암모니아를 요소로 바꿔서 소변으로 배출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노폐물이 몸속에 오래 머무르게 돼서 각종 염증을 일으킬 수 있죠. 시트룰린은 이뇨작용과 노폐물 배출 과정에서 꼭 필요한 성분이라, 수박을 먹으면 독소배출과 염증예방에 효과적입니다. 특히 시트룰린은 수박의 흰 껍질에 많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수박을 드신다면 껍질을 세척한 후 흰 껍질을 미리 손질 후 과육을 드시길 추천합니다. 수박의 흰 껍질을 생무채처럼 양념해서 드시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아님 무말랭이처럼 채 썰어서 말린 후 약한 불에 볶은 후 차로 우려 드시면 비린맛 없이 편하게 드실 수 있습니다. 수박껍질차는 특히 몸이 잘 붓거나 구취가 나는 분들에게 효과적이라 이용해 보실 만합니다. 이젠 하다 하다 수박껍질까지 먹어야 되나? 음.. 그게  아니고요. 이렇게 좋은걸 우리가 그동안 그냥 버렸던 겁니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수박 하면 붉은 과육이 아주 매력적이죠. 이 붉은색에는 토마토에 들어 있는 라이코펜(항산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정확히는 토마토보다 30%나 더 들어 있습니다. 강력한 항산화제로 몸속의 활성산소(몸을 녹슬게 하는 산소 노폐물)를 없애는데 효과적입니다. 특히 라이코펜은 전립선암 등 여러 암의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름과일 수박은 흰 껍질, 붉은 과육 버릴 게 없는 과일입니다. 

과연 여기서 끝일까요?


수분이 90%인 워터멜론(watermalon) 수박은 동의보감에서‘西瓜(서과)’로 부릅니다. “맛이 달고 독이 없어서 갈증과 더위를 없애고 기를 내리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한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풍부한 수분으로 갈증과 더위를 이기게 하고, 소변배출(이뇨작용)을 도와주죠. 수박에 들어 있는 과당, 포도당 역시 몸에 흡수가 잘 돼서 더위에 지쳐있을 때 그 어떤 과일보다 빠르게 갈증을 해결해 주는 전해질 음료 역할을 해줍니다. 몇 년 전부터 카페 여름메뉴에 수박주스가 흔해지고 있는데 너무 반가운 소식입니다. 


‘西瓜子(서과자)’라고 들어 보셨나요? 눈치가 빠르신 독자분들은 금방 아실 겁니다. 수박씨의 한약재 이름입니다. 수박씨가 한약재로 쓰인다고? 현재는 한약을 지을 때 거의 쓰지 않지만 예전에는 귀하게 쓰였답니다. 하지만 집에서 수박을 드실 때 결코 버려서는 안 되는 귀한 식재료 ‘수박씨’ 되겠습니다. 과장을 보태자면 수박씨에는 수박 1통의 영양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리놀렌산, 수박 흰 껍질에 들어있다는 노폐물 배출을 돕는 시트룰린, 단백질, 오메가 3이 모두 들어 있거든요. 동의보감에도 수박씨(서과자)는 방광과 신장의 염증을 예방하고 개선 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그럼 수박 먹을 때 씨도 같이 먹으면 되나? 딱딱해서 먹기 힘드실 겁니다. 수박씨는 견과류라 생각하고 이용하시면 됩니다. 뱉은 수박씨를 이용하면 좀 찜찜하니까, 미리 수박씨를 발라내는 게 좋습니다. 씻어낸 씨를 2~3일 말린 후 10분 정도 커피콩 볶듯이 중 약불에서 로스팅하면 됩니다. 이대로 간식처럼 먹어도 좋고, 다른 견과류 이용하듯 샐러드에 넣어 드셔도 됩니다. 또 커피콩처럼 갈아서 물과 끓이면 수박씨차로도 가능합니다. 

수박은 푸른 껍질 외에는 정말 버릴 게 없는 좋은 건강 과일입니다. 


_수박과 함께 먹으면 좋은 음식

① 요구르트: 수박에 풍부한 라이코펜은 항암물질로 유용한데 흡수율을 올리려면 익혀 먹어야 합니다. 수박을 익혀먹으라고? 설.. 마.. 요.. 요구르트처럼 지방이 들어 있는 유제품과 함께 먹으면 흡수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② 오미자: 수박은 성질이 차서 더위를 식히는데 좋지만, 속이 냉하다면 자주 먹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럴 때는 오미자처럼 성질이 따뜻한 식품과 같이 먹으면 갈증도 해결하고 배가 차가워지는걸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습니다. 수박 오미자화채... 정말 좋은 여름 음료입니다...

(생각보다 쉬운데 엄청 고급스러운 여름음료_수박 오미자 화채)

 ⓐ오미자(100g)를 생수 (1L)에 넣고 하룻밤 우리기

 ⓑ고운 분홍빛이 돌면 오미자물만 덜어내 꿀이나 설탕으로 단맛을 조절한다

 ⓒ수박을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 시원해진 오미자물을 붓는다.

③단호박: 몸이 허약할 때 더위를 이기기 위한 간식으로 단호박과 수박 좋습니다. 단호박에는 면역을 올려주는 비타민E가 풍부하고, 수박에는 수분과 칼륨이 많습니다. 


_수박과 안 어울리는 음식

 튀김 같은 기름진 음식: 수박에 들어 있는 많은 수분이 위액을 희석시켜 기름진 음식의 소화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_수박 보관할 때 꼭 기억하세요~!

아! 그리고 수박을 보관할 때 꼭 기억하셔야 할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수박이 워낙 크니까 다 못 먹는다고 생각해서 랩으로 포장된 잘라진 수박을 사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 집에서도 한꺼번에 먹기 힘드니까 이렇게 보관하시죠. 하지만 이렇게 보관하면 안 됩니다. 수박 자른 표면에 랩을 씌워 보관하면 설사를 유발하는 세균이 생길 수 있거든요.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은 랩으로 포장한 수박의 세균수가 자를 때 수박에 있던 세균보다 300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랩핑 된 수박 사지 마시고, 집에서도 수박은 깍둑썰기 한 후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보관하셔야 합니다. 


_수박 먹을 때 주의사항

1. 배가 차고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수박은 달고 차서 속을 냉하게 만들 수 있으니 이런 분들은 조금만 드시거나 조심해야 합니다. 이럴 땐 오미자와 함께 드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2. 당뇨가 있다면 많이 드시지 마세요: 전 시간 영상에서 수박은 당지수는 높지만, 수분이 많아서 당부하지수는 낮은 편이라 손바닥크기로 얇게 자른 2쪽 정도는 괜찮다고 안내해 드렸습니다. 하지만 많이 드시면 당연히 안됩니다. 

3. 수박을 갈랐을 때 지금처럼 소용돌이 모양이 있다면 모자이크병이나 수박바이러스에 노출된 수박일 수 있으니 먹으면 안 됩니다. 




[수박에 얽힌 슬픈 이야기-인종차별의 상징이 된 수박]


학교 급식으로 수박이 나오면 어떨까요? 애들이 반가워할 겁니다. 하지만 뉴욕의 중학교에서는 급식과일로 수박을 제공했다가 인종차별 비난을 받고 공식 사과문까지 올렸습니다. 실지로 여전히 일부 국가에서는 수박이 흑인 비하의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니까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원산지가 아프리카인 수박은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노예선에 강제로 실려온 흑인들과 함께 수박도 미국으로 전해지게 된 겁니다. 햇빛이 강렬한 미국 남부의 기후는 수박이 자라기에 안성맞춤이었고, 삽시간에 퍼지게 됩니다. 그렇게 전해진 수박은 모든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과일이 되었습니다. 대량으로 재배되었고 무더운 날씨에 목마름과 에너지를 주는 좋은 수단이었으니까요. 그중에서도 특히 노예로 힘들게 살아가던 흑인들에게 환영받았습니다. 고단한 삶을 사는 흑인들에게 고향의 과일 수박은 일종의 소울 푸드이기도 했고, 저렴한 가격으로 배불리 먹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값싼 가격 덕분인지 노예들의 휴식시간에 백인들이 만만한 간식으로 수박을 많이 주었습니다. 땡볕에서 고생하다가 먹는 수박이 얼마나 맛있었겠어요? 이런 모습을 몇몇 백인들이 보고 “흑인들은 수박을 무척 좋아한다~수박만 주면 좋아한다”며 놀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수박과 흑인을 동일시하고 비아냥 거린 거죠. 뉴욕의 중학교에서 수박을 주었던 그때가 하필 흑인역사의 달 2월의 첫날이었습니다. 아픈 역사로 인해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여러 사람의 공분을 샀던 사건이었습니다. 한국 속담에 이런 말 있죠.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마라~! 흑인들의 가슴 아픈 슬픈 역사에 그나마 위로가 되었던 수박으로 더 이상 장난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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