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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람 Apr 18. 2023

엄지 없이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엄지손가락의 움직임, 엄지의 손목손허리관절, 커피, 원숭이

일상에서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쥐어본 적이 있나요?


평소 밥을 먹기 위해서 숟가락을 쥐어야 하고, 밥 먹고 난 뒤 양치하기 위해 칫솔을 쥐어야 하며, 양치한 후에 입을 헹구기 위해 위해 컵을 쥐어야 합니다. 그런데 엄지손가락 없이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앞에서 말한 쥐기 동작을 할 수 있을까요? 숟가락과 칫솔은 바닥에서 들어 올리기도 힘들고, 어떻게든 쥐었어도 사용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손잡이가 없는 컵일 경우엔, 컵의 중심을 잡기 위해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손바닥과 컵을 밀착시켜서 컵의 무게중심을 손바닥 쪽으로 이동시킨 후에 겨우 들어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엄지손가락 하나 안 썼을 뿐인데 상당히 불편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엄지손가락이 나머지 네 개의 손가락에 비해 쥐기에 활용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엄지손가락은 나머지 네 손가락과 다른 방향으로 굽혀지면서 쥔 물건을 놓치지 않도록 안정성을 제공하며 더욱 강한 쥐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합니다. 엄지손가락은 왜 움직이는 방향이 다른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인류 발달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전환점으로 여기고 있는 엄지손가락의 진화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과 같은 영장류인 침팬지나 원숭이는 모두 다섯 개의 손가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침팬지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고등동물로, 손은 주로 나무에 매달리거나 과일을 채집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그래서 침팬지의 손은 엄지손가락은 짧고 가늘지만 나머지 네 개의 손가락은 길고 굵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손은 원숭이를 더 닮았습니다. 원숭이의 손은 엄지손가락이 길고 굵지만, 나머지 네 개의 손가락은 짧고 얇습니다. 원숭이는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면서 스스로 도구를 사용하기 위해 엄지손가락이 발달한 것입니다.


손의 움직임이 세밀하다고 해서 더 진화한 것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에 누구의 손이 더 진화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침팬지의 경우, 그들이 노출된 환경에서 최대한 기능하기 위해 엄지손가락이 짧게 진화해 왔습니다. 오히려 침팬지의 화석에서 사람의 손과 같은 모습이 발견된 것을 보았을 때, 현팬지의 손이 사람의 손보다 뒤에 진화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손이 도구를 사용할 수 있고,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손이기 때문에 더 진화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손의 활용으로 사람의 삶을 더 편안하게 영위할 수 있는, 사람 에서 발전한 진화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원숭이도 도구를 사용하지만,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상황에 맞는 도구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도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잡기 능력이 필요했으며, 이로 인해 엄지손가락이 진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 손의 엄지손가락에만 손톱이 보이네요.

그렇다면 우리 손의 형태를 알아보기 위해  엄지손가락의 해부학적인 특징을 알아보겠습니다. 손목에서 손가락 방향으로 순서대로 8개의 손목뼈, 5개의 손허리뼈, 그리고 14개의 손가락뼈(엄지손가락은 2개, 나머지 네 개의 손가락은 3개씩)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8개의 손목뼈 중 손허리뼈 쪽에 있는 4개의 먼쪽 손목뼈(큰마름뼈, 작은마름뼈, 알머리뼈, 갈고리뼈)는 그 위에 있는 5개의 손허리뼈와 만나서 관절을 형성합니다. 이 중 큰마름뼈(trapezium)는 첫째 손허리뼈(1st metacarpal bone)와 만나서 엄지의 손목손허리관절(carpometacarpal joint)을 만드는데, 다른 몸쪽 손목뼈와는 달리 큰마름뼈는 손바닥 쪽으로 안쪽돌림 되어있어서 엄지손가락의 손바닥 면은 나머지 네 손가락의 손바닥 면과 수직을 이루고 있습니다. 해부학적 자세를 기준으로 나머지 네 손가락들은 앞쪽으로 향하고 있는 반면, 엄지손가락은 안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죠(윗 그림에서 사람 손의 엄지손가락에만 손톱이 보이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손가락을 구부렸다 펼 때, 엄지손가락과 나머지 네 손가락이 움직이는 방향이 수직으로 형성되어 쥔 물건을 놓치지 않고 효과적으로 쥐기 동작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직접 해부학적 자세에서 엄지손가락과 나머지 네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 해 볼게요. 먼저 주먹을 쥐었다 펴보겠습니다.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네 개의 손가락 시상면을 따라서 손가락이 굽힘과 폄을 합니다. 하지만 엄지손가락은 안쪽면이 손바닥을 훑으며 이마면을 따라서 손바닥 안에 있으면 굽힘, 손바닥 밖에 있으면  됩니다. 이어서 손가락들 사이를 벌리거나 모아보겠습니다.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네 개의 손가락이마면을 따라 벌림과 모음을 합니다. 하지만 엄지손가락시상면을 따라 손바닥으로부터 앞쪽으로 멀어지면 벌림, 손바닥 쪽으로 붙어서 두 번째 손가락과 같은 선상에 위치하면서 모음 됩니다.

해부학적 자세(anatomical position): 인체의 부위나 동작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기준 자세. 바로 선 차렷 자세에서 시선은 정면, 양팔은 손바닥을 앞으로 향하고, 양발은 붙인 자세     
시상면(sagittal plane): 우리 몸을 좌우로 나누는 면
이마면(frontal plane): 우리 몸을 앞뒤로 나누는 면
굽힘(flexion): 해부학적 자세를 기준으로 두 뼈가 앞쪽에서 가까워지는 움직임
폄(extension): 해부학적 자세를 기준으로 두 뼈가 뒤쪽에서 가까워지는 움직임
벌림(abduction): 해부학적 자세를 기준으로 두 뼈가 가쪽으로 가까워지는 움직임
모음(adduction): 해부학적 자세를 기준으로 두 뼈가 안쪽으로 가까워지는 움직임

   

엄지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해볼까요?


이번엔 좀 복잡한 걸 알아봤더니 달달한 것이 당기네요. 종이컵에 든 믹스커피를 마시기 위해, 컵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이때 컵을 쥐기 직전의 엄지손가락과 나머지 네 손가락의 움직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전에는 모든 손가락을 펴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엄지손가락은 벌리고 있고, 나머지 네 손가락은 펴고 있다고 구분할 수 있겠죠?

당신은 아메리카노?



엄지손가락의 움직임을
일일이 이해하기 어렵긴 하지만,
덕분에 일상은 편하게 영위할 수 있게 되었네요 :)


<이 글을 읽고 아래 내용을 생각해 보세요>


1.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아무거나 쥐어보며 엄지손가락의 존재감을 느껴보세요.

2. 위의 두 번째 그림에 있는 글자를 가리고 엄지손가락의 움직임을 말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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