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신경과 말초신경의 관계는 일상에서 드라마로 자주 보던 기업의 '윗선'과 '아랫선' 관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윗선'은 기업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의사를 결정해서 '아랫선'에게 지시합니다. '아랫선'은 '윗선'의 지시를 받아 수행하거나, 시장조사나 고객의 반응을 '윗선'에게 보고하죠. 이와 같이 '윗선'과 '아랫선'의 상호 긴밀한 협업으로 기업을 잘 이끌어가는 것처럼, 우리 몸(기업)도 중추신경(윗선)과 말초신경(아랫선)의 상호 긴밀한 협업으로 이루어집니다.
중추신경은 뇌와 척수를 의미하며, 말초신경으로부터 받은 다양한 정보들을 처리하고 해석하여, 필요한 수행을 지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말초신경은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을 의미하며, 운동신경으로 중추신경의 지시를 수행하거나, 감각신경으로 수행 중에 여러 기관으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중추신경으로 전달합니다. 이처럼 우리 몸의 신경계는 각 조직과 기관들의 상호 연락을 하고, 전기적 신호로 상황을 즉각적으로 빠르게 전달하여 외부나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들에 대처할 수 있게 합니다.
윗선이나 아랫선에 문제가 생기면 기업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듯이, 중추신경이나 말초신경이 손상되면 우리 몸도 문제가 생기겠죠? 이러한 신경계 질환을 크게 두 가지로 탈신경근육과 신경지배근육으로 분류합니다. 이름을 보면 마지막에 '근육'이라고 되어 있어서, 이게 질환명인지 아닌지 혼동될 때가 있습니다. 게다가 탈신경근육은 탈이 난 신경이 근육을 지배하고 있으니 치료가 필요한 증상이라 해석되지만, 신경지배근육은 정상적으로 신경이 지배되고 있는 근육인데 왜 문제가 있는지 혼란스럽죠. 명칭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보며, 두 질환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볼게요.
탈신경근육과 신경지배근육에서 핵심 단어는 '신경'입니다. 이 신경의 의미가 바로 '말초신경'인 것을 알게 되면 아주 쉽게 두 질환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탈신경근육은 말초신경이 탈이 나서 지배하는 근육에 위축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윗선'의 중추신경에서 정상적으로 내려오는 명령을 '아랫선'인 말초신경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래운동신경병변(lower motor neuron lesion)이라고 부릅니다.
신경지배근육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말초신경의 손상 없이 정상적으로 근육을 지배하지만, 중추신경의 손상으로 정상적인 명령을 내리지 못하는 질환입니다. 잘못된 명령으로 제대로 된 수행은 기대할 수가 없겠죠. 그래서 '아랫선'인 말초신경이 정상이라도 '윗선'인 중추신경의 문제로 비정상적인 근육의 긴장이 발생하기 때문에 위운동신경병변(upper motor neuron lesion)이라고 부릅니다.
두 번째는 중추신경과 말초신경 모두 손상 없이 정상적으로 근육을 지배하지만, 부적절한 자세나 과도한 근육의 사용으로 인해 근육에 통증이 있는 질환입니다. 신경에는 문제없이 근육에 통증이 발생하는 모든 경우를 말합니다.
이처럼 탈신경근육과 신경지배근육을 '말초신경의 손상 여부'로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탈신경과 신경지배근육 질환을 한눈에 구별할 수 있도록 표현해 본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분 없어요!
탈신경근육에는 어떤 질환이 있는지 알아볼게요.
손목굴 증후군(carpal tunnel syndrome)은 손가락을 굽히라는 명령을 수행하는 말초신경 중의 하나인 '정중신경(median nerve)의 손상'으로 나타나는 탈신경근육입니다. 손과 손목의 과다한 사용과 호르몬의 불균형, 지방 축적, 탈구나 골절의 후유증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손목의 손바닥 쪽에 위치하는 손목굴이 좁아집니다. 그 안을 지나는 손목 굽힘근육들의 힘줄과 정중신경이 손목굴 주변 구조물과 마찰이 일으키며 유연성을 잃게되고, 손목굴 안의 압력 증가로 인해 정중신경이 압박되어 지배 근육들에 위축을 발생시킵니다. 특히엄지주변근육과 손가락굽힘근육에 위축이 일어나 잡기의 기능에 제한이 생기는 '원숭이손(ape hand) 변형'이 나타납니다(엄지 없이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글을 참조하세요). 탈신경근육의 치료는 말초신경이 손상되었기 때문에 위축된 '근육'에 직접 전기치료를 실시합니다. 위축이 일어난 엄지주변근육과 손가락굽힘근육에 전기근육자극(electrical muscle stimulation; EMS)을 하거나, 보조기나 부목을 통해 손목굴을 넓혀주는 치료를 실시합니다.
발 처짐(foot-drop)은 발등을 굽히라는 명령을 수행하는 말초신경 중의 하나인 '종아리신경(peroneal nerve)의 손상'으로 나타나는 탈신경근육입니다. 종아리 신경(peroneal nerve)이 지나는 종아리뼈 머리 부분의 골절이나 압박을 통해 종아리 신경이 손상되어서 나타나는 발등 굽힘근육의 마비로 인해, 상대적으로 강해진 발바닥 굽힘근육들의 과도한 활성으로 발목관절이 발바닥 굽힘 되어 발 처짐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탈신경근육의 발 처짐을 개선하기 위해 발등 굽힘근육인 앞정강근(tibialis anterior)에 전기근육자극(EMS)으로 치료합니다.
다음 내용에서는 신경지배근육의 질환에 대해 알아볼게요.
<이 글을 읽고 다음을 생각해 보세요>
1. 여러분은 일상에서 중추신경의 역할을 하고 있나요? 아니면 말초신경 역할을 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