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바다

나를 찾아서

by 김동환 예비작가

답답한 마음에 무엇인가 이끌리듯 동해안 바다를 보기 위해 차를 몰고 혼자 떠났다.

동해안에서 아침의 떠오르는 태양을 보기 위해 오직 하나만 생각하고 이른 새벽에 출발했다.

이른 새벽이라 도로는 여유로웠고, 난 한적한 도로에서 알 수 없는 해방감을 느끼지만, 그 기분보다 답답한 내 마음은 무엇으로도 위로와 안식이 되지 않는다.


아직은 어두운 새벽이라 보이는 것은 온통 검은 어둠만 가득했다.

달리는 차 안의 공간마저 나를 억누르는 고통이 찾아왔다.

숨을 쉬는 것도 조금씩 힘들어지고, 호흡은 점점 거칠어진다.

눈에서는 알 수 없는 눈물이 고여 근방이라도 흘릴 듯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나와 같은 기분으로 내 눈 가장자리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이런 불안한 상태에서 난 빨리 바다에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금은 견디고 있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숨쉬기 어려워 거친 숨을 몰아쉬게 만드는지 이유도 알 수 없으며, 눈에는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눈물이 흐리지 않고 계속 고여만 있다.

누군가 나를 벼랑 끝에서 밀어버려 주길 바라는 생각으로 그 자리에서 머물고 있는 것처럼 내 눈에도 눈물이 그러했다.

견디는 것인지 아니면 기다리는 것인지 지금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다.


나를 억누르고 있는 불안감에 거친 숨을 계속 몰아쉬고 있지만, 위로가 없이 안정되지 않았으며, 그 불안한 기분에서 해방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내 눈에 고인 눈물이 시야를 흐리게 만들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에 난 더욱 마음 아팠다.

무엇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생각으로 어두운 새벽에 바다로 떠난 것인데, 가는 길이 그리 쉽지는 않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 세상이 밝게 빛나는 순간이 지금 나에게 찾아온 불안감으로 억누르던 것에서 해방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며, 난 그 해방감에 조금은 자유로움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직은 세상이 어둡다.

이른 새벽에 달빛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다.

이 어둡게 검은 세상에서 난 아직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를 억누르는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검은 세상에서 보이는 것이 하나 없으며, 온전히 지금의 나는 불안감으로 억누르는 이 공간에서 벗어나야 했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지금을 안정되게 찾아야 했다.

눈에 고인 눈물이 벼랑 끝자락이 아닌 평온한 상태에 머물러 있게 해줘야 했다.

지금은 누구의 위로도 없이 온전히 혼자의 의지로 해결해야 되는 것을 나는 받아들여야 했다.

누구에게 기대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나 혼자서 이 억누름과 거친 숨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다.

지금 세상이 달빛이 없는 어두움이 아니라 검은 어둠으로 달빛이 없는 것일 수 있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보지 못하는 것인지 그것도 알 수 없다.

세상이 검은 어둠으로 가득했고, 그 검은 어둠으로 달빛조차 보이지 않았으며, 난 그 검은 어둠을 달리고 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쉽게 안정되지 않는 지금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나와 같은 눈물을 도와주듯 밀어주고 싶었다.

혼자 힘으로 벼랑 끝에서 떨어지기 어려운 것을 알기에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쉽게 벼랑 끝에 매달린 눈물에게 손이 가지 않는다.

마치 나를 벼랑 끝에서 밀어버리는 것 같아 쉽게 용기가 나지 않는다.

세상이 검은 어둠으로 달빛조차 볼 수 없어 떨어지는 나를 누구도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어쩌면 편안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견디고 싶었고, 견디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거칠었던 숨은 조금씩 편안해졌고, 무언가가 나를 억누르던 불안감에서 벗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벼랑 끝에 매달려 있던 눈물은 조금씩 흔적 없이 사라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은 세상이 달빛조차 보이지 않는 검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도착한 바다에서 아직은 태양이 떠오르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검은 어둠과 검은 바다뿐이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바다는 이렇게 검은 바다가 아니었는데,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검은 바다였다.

아직은 세상이 이른 새벽이라 달빛도 보이지 않는 검은 어둠으로 바다까지 검은 바다로 보이는 것인지 난 정확히 알지 못했다.

모래사장에 부서지는 파도도 검은 파도였으며, 멀리 보이는 수평선마저도 검은 어둠 때문인지 검은 바다는 여전했다.

바다의 백사장 끝은 보이지 않는 어둠으로 그 모습을 잃어버렸다.

검은 바다는 본연의 모습이 그러하지 않았을 것인데, 지금 내 눈앞에는 달빛조차 보이지 않는 검은 새벽과 검은 바다뿐이다.


바다 모래 백사장 끝 어디쯤에 불이 들어온 가로등이 보이지만 그 빛마저 흐릿하여 밝음보다는 어둠에 가깝게 보이는 듯하다.

아침에 해가 뜨는 시간이 가까워져 가고 있다.

아침에 뜨는 태양이 어쩌면 지금까지 보이던 검은 새벽과 검은 바다를 본연의 모습으로 찾아 줄 거라 난 믿는다.

검은 새벽에 검은 바다를 보면서 홀로 있는 지금 나는 외롭다.

다시 숨이 거칠어지는 것이 아직은 나에게 평온이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거칠게 깊은숨을 몰아서 쉬어보지만 그럴수록 검은 바다는 더욱 짙은 검은색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바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나 혼자만이 지금 검은 바다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아침의 태양이 조금씩 떠오르는 것을 알리듯 검은 세상이 밝아지는 신호를 보여준다.

여전히 바다는 검은색으로 어둡게 보인다.

모래에 부서지는 파도 역시 검은 파도로 내가 보는 바다의 색이 여전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난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왔고, 나를 억누르는 불안감을 견디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벼랑 끝에 매달린 나와 같은 눈물을 견디며 왔다.

그런 바다가 왜 검은 바다로 내가 알고 있던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그 자리를 말없이 있었다.

바다는 말이 없었다.

어쩜 내가 내 안에서 나를 억누르던 그것이 검은 어둠이라 보이는 것 모두가 검은 어둠과 검은 바다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벼랑 끝에 매달린 나와 같은 눈물이 벼랑 아래에 보이지 않는 검은 어둠뿐이라 내 눈에도 검은 어둠과 검은 바다만이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 생각이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그렇게 만든 것 같다.

바다는 아무 말도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난 내 생각으로 그 바다를 다르게 만들어 버렸다.


말 없는 바다는 파도 소리만 간직하고 그 자리에 있었다.


이곳 바다까지 오는 길에 내가 생각하는 것은 바다의 떠오르는 태양이 나를 해방시켜 줄 거라 생각했는데, 그 해방감은 바다가 아닌 내가 찾아야 했다.

나를 억누르던 것이 나 스스로 벼랑 끝에 매달아 놓은 나였던 것이었다.

벼랑 끝에서 아래로 보이는 것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검은 어둠뿐이었고, 그 깊은 어둠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어둡게 보이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받아들여야 한다.

내 생각이 내가 보는 것을 어떤 모습인지 결정한다는 것을 난 받아들이려 한다.

내가 보고 있는 검은 바다는 내 안에 어둡게 자리 잡은 어두운 그림자로 내가 보는 모든 것이 검은 어둠으로 보였다.

결코 검은 바다는 아니었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도 밝게 나를 비추어 주는 따사로움도 결코 짚은 어둠이 아닌 환하고 따사로운 밝은 태양이었다.

거친 숨이 편안해지고, 나를 억누르던 고통이 조금씩 사라져 이제는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고, 내 몸은 고통 없이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자유로움이 찾아왔다.

그렇게 검은 바다는 조금씩 푸른 바다로 보이기 시작했으며, 떠오른 태양은 밝게 나를 따사로이 비추고 있었다.

검은 바다는 더 이상 어둡지 않았다.

본연이 가지고 있는 색으로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던 어둠이 사라지고 나서야 푸른 바다가 보였고, 모래에서 부서지는 파도를 보았다.

바다를 뚫고 떠오른 태양은 따사로움을 간직하고 하늘 높은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내가 내 안에 무엇이 있는가에 따라 보이는 것도 본연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나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어 뚜렷하지 않은 모습으로 내 기억을 지워 버렸다.

그런 순간들에 난 매번 잘못된 순간을 떠올린다.

떠올리기보다는 나쁜 생각에 사로잡혀 헤어나지 못하고, 그 순간이 나에게 찾아오기를 기다릴 때가 많아진다.


나쁜 생각에 이끌려가지 말자.

나에게 찾아든 나쁜 생각들이 그 생각을 실천하려 하기 전에 잠시만 아주 잠시만 지금 있는 곳에서 벗어나 보자.

지금 있는 곳이 내 집, 내 방이라면 잠시 밖으로 나가 하늘 한번 보자.

조금 여유가 있다면 기지개를 켜고 큰 숨 한번 쉬자.

그리고 생각해 보자.

아직도 내 머릿속에 나쁜 생각이 남아 있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어둡고 나쁜 생각이 아직 남아 있다면, 잠시 집 주변을 걸어보자.

걸으면 하늘 한번 보고, 주변에 나무든 아니면 광고판이든 한 번만 살펴보자.

여유로움으로 거칠지 않고 평온하게 크게 아주 크고 깊은숨을 쉬어 보자.

다시 내 머릿속에 나쁜 생각이 남아 있는지 생각해 보자.

많은 시간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내 방에서 벗어나 숨 한번 쉴 때까지 1분만 견디고 잠시 평온하게 숨 쉬고 생각하자.

그래도 머릿속에 나쁜 생각이 남아 있다면 집 주변을 5분 정도만 걸으면서, 평온한 마음으로 깊고 크게 아주 크게 숨 쉬어보자.

하늘도 한번 보고, 주변 나무 아니면 지금 나에게 의미 없는 광고판이든 주변을 살펴보고, 크게 한숨 쉬며 나쁜 생각이 남아 있는지 생각해 보자.

나쁜 생각이 드는 순간에 그것을 행하려 하지 말고, 잠시만 아주 잠시만 그 자리를 벗어나 보자,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바로 몇 발자국만 벗어나 숨 한 번과 하늘을 보는 여유만 있다면 나쁜 생각에서 조금은 아니면 잠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 나를 숨 쉬게 해 줄 것이다.

숨 쉬는 것이 평온하다면, 어둡게만 보이는 세상을 조금은 밝게 보일 것이다.

나쁜 생각이 들 때 집 앞에서 1분만 숨 쉬고, 집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큰 숨과 하늘 한 번만 봐주며 딱 5분만 그렇게 걸어보자.

어둠은 내가 생각했기에 보이는 모습일 뿐이다.

잠시만 나쁜 생각을 견디고, 깊은숨 한 번이 평온해진다면 그것이 나를 벼랑 끝에서 밀어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앞으로도 날 숨 쉬게 하며, 나에게 평온과 자유로움을 전해줄 거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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