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는 것이 무엇인가?
봄은 그리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과 무더움을 지나야 하며, 그 무더움 속에 폭풍우가 몰아치는 고통을 견뎌 내야 한다.
무더움 속 목마른 갈증과 타오르는 듯한 태양의 뜨거움을 견디며 이겨야 한다.
아무리 옷을 가볍게 입어도 피부를 찌르는 듯한 뜨거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바람이 불어도 쉽게 더위는 사라지지 않는다.
더위를 피해 그늘로 피해도 알 수 없는 무더움은 내 주변에 머물고 있다.
무더운 날씨에 가끔씩 찾아오는 태풍은 시원함을 전하기보다는 웅장한 모습으로 나타나 내 주변을 삼킬 듯 몰아친다.
바람에 시원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그 태풍의 위력은 내가 이겨낼 수 없는 웅장함에 밖으로 나갈 자신이 없이 내 방 어딘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뜨겁고 무더위에 말라가던 나무는 태풍의 위력을 견디며, 내리는 비에 갈증을 해결하는 듯하다.
물론 자신의 가지가 잘려나가는 아픔이 있겠지만, 오랜 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지금의 태풍을 기다렸을 것이며, 온몸을 흔드는 비바람에 뿌리까지 뽑히는 아픔이 있겠지만, 그 아픔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 웅장한 비바람을 이겨내면, 더욱 풍성하고 단단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킬 것이다.
난 지금 부는 비바람을 피하는 방법만 알고 있다.
그 웅장한 태풍을 어떤 방법으로 이겨내야 하는지 모른다.
우산을 써도 똑바로 서서 길을 갈 수 없었으며, 내 옷이 젖어드는 것이 싫어 밖으로 나가는 것이 싫어진다.
차를 이용해서 비바람을 피해 달리는 듯하지만, 시야가 흐려지고 달리는 속도를 늦추어 달릴 수밖에 없다.
난 지금 비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웅장한 비바람이 끝나면, 무더운 날씨는 더욱 나를 힘들게 만든다.
목마른 갈증은 무엇으로도 해결할 수 없었다.
온몸을 파고드는 무더움은 내 몸을 땀으로 젖어들게 만든다.
그 해 여름은 그러했다.
그런 여름이 끝나면 어느덧 가을이 찾아와 시원한 바람이 내 방안에 숨어들어 나를 나올 수 있게 만든다.
여름의 무더움을 잘 이겨낸 그 나무들은 풍성함을 알려준다.
무더움과 뜨거운 태양을 잘 이겨낸 그 나무는 우리에게 풍족함을 알려준다.
풍족한 곡식을 수확하기에 하루하루가 쉼 없이 바쁜 날들뿐이다.
여름의 그 힘들었던 날들이 끝나고 가을의 풍성한 들녘을 보면서 여유로운 시간과 한가로움을 느낄 수 없었다.
가을에 수확한 곡식을 잘 걷어들여서 다음에 찾아올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찾아올 때까지 견딜 수 있게 좋은 곳에 잘 보관해야 한다.
가을 들녘에 귀뚜라미 우는소리와 수확한 곡식에 찾아드는 참새 그리고 밤하늘에 수놓은 듯 잘 뿌려진 별들도 내 곁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지나갈 것을 나는 안다.
가을에 느끼는 풀 내음은 들녘에 곡식들이 잘 익어가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황금물결이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푸릇푸릇 한 모습을 잃어버렸지만, 황금빛으로 물든 모습이 지금 바람에 날려오는 풀 내음이 내 마음속에 풍성함으로 찾아온다.
가을은 산과 들녘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다.
입고 있던 옷을 새롭게 바꿔 입는 조용하고 고요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바람을 타고 전해주는 풀 내음과 산과 들녘의 마른듯한 황금빛 모습이 가을의 끝이 다가옴을 알려준다.
그 해 가을은 그러했다.
가을의 메마른 풀 내음도 소리 없이 사라졌을 때 겨울이 찾아왔다.
겨울은 여름과 다른 모습으로 찾아와 내 곁에 머물고 있다.
들녘을 비추는 햇볕이 있어도 바람은 차가웠으며, 어느 하나 온기를 품은 것이 없었다.
나는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야 하며, 거친 바람과 눈보라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손과 얼굴로 불어오는 겨울바람은 살을 찢는듯한 고통으로 그 추위가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피부를 찢는듯한 바람은 더욱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었으며, 나를 움츠리게 만들어 내 방 어딘가에 숨어들게 만들었다.
내가 숨어든 방에 온기를 위로 삼아 그렇게 숨어들었다.
땅에서는 풀 한 포이 자라지 못했고, 가을에 느끼는 풀 내음은 사라지고 없었다.
황금빛으로 물든 들녘은 사라지고 이제는 하얀 눈으로 그 모습이 변해 바람에 흔들거리는 황금빛 물결을 볼 수 없었다.
푸릇푸릇한 것도 점점 없어져 내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땅은 꽁꽁 얼어버렸고, 세상에는 온기를 찾을 수 없이 거친 바람에 내 피부를 찢는듯한 고통에 빠져들어 움츠리고 활짝 피어나는 모습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늘을 올려봤을 때 푸른 맑은 하늘 그 모습에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그냥 자유로이 여유롭게 하늘을 가르고 있다.
바쁜 날갯짓도 없이 바람을 타고 활짝 펴진 날개에 의존하여, 여유로운 모습으로 하늘을 가르고 있다.
난 그런 날개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차갑게 부는 바람에, 추워진 날씨에, 내리는 눈을 피해 내 방 깊숙이 숨어들어 그 어둡던 방이 가지고 있는 온기에 내 몸을 의존하며 움츠리고 숨어들었다.
지금 이 겨울이 빠르게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피부를 찢는 고통을 견디고 이겨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숨어서 시간이 빠르게 지나길 바라고 있었다.
그 해 겨울은 그러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 풍성한 가을을 지나, 추운 겨울이 지나야 비로소 봄이 찾아온다.
봄이 오면 들녘에 새록새록 푸르름이 찾아오고, 새로운 것들이 봄이 오는 것을 알리듯 피어난다.
쑥 향기, 달래 향기와 풀 한 포기가 우리 주변에 찾아온다.
추운 겨울 동안 피어있던 동백꽃이 오랜 시간 봄이 오길 기다리며 피어있었고, 정말 봄이 시작하면 만개하여 푸르름을 가진 붉은 꽃을 활짝 피운다.
어쩌면,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이 찾아오는 것을 가장 빨리 매화꽃이 봄을 알려줄 것이다.
때론 목련과 개나리 그리고 벚꽃이 우리 주변에서 봄의 소식을 알려 줄 것이다.
땅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풀 한 포기도 꽁꽁 얼어버린 땅속에서 그 겨울을 잘 견디고 이겨내서 이 봄에 피어나는 것일 것이다.
고통을 견뎌내고 외로움을 이겨내어 지금 이 봄에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난 봄이 찾아오기 전에 숨어들었다.
무더움과 추위로부터 나는 알 수 없는 곳으로 그저 숨어들었다.
물론 가을에는 황금빛 들녘을 봤지만 그 들녘에서 느끼는 메마른 풀 내음 속에서 난 외로움과 함께하고 있었다.
봄이 온다는 것은 나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는 시기와 같다.
땅속에 움츠리고 있던 풀 한 포기처럼, 나에게도 땅을 뚫고 나올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시기일 거라 믿는다.
지금까지 난 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잃어버린 기회 아니면 놓쳐버린 기회가 봄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올 것이라 나는 믿는다.
어느 하나 사소한 것이 없는 새로움을 알려주는 봄이기에 나에게도 새로운 시작을 알려 주는 것이라 믿는다.
지금까지 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들만 했던 것 같다.
알고만 있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며 그렇게 살았다.
돌아보면 여름의 무더움 속에서도 하늘에는 새가 날아다녔고, 가을에 풍성함 속에서도 새는 날아다녔다.
추운 바람에 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새는 여유로운 날갯짓으로 바람을 타고 날아다녔다.
날씨가 어떠하던 그 새들은 언제든 날아다녔다.
내가 알고 있고 생각했던 모든 순간에 그 새들은 자유로운 모습으로 날아다녔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봄과 지금 내 곁에 새롭게 찾아온 봄을 본다는 것은 결코 같을 수 없다.
알고 있다는 것과 본다는 것은 다르다.
봄은 그 긴 시간을 지나 찾아왔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봄이 아니라, 이제는 보고 있다는 봄으로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