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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플펀치 Apr 23. 2023

돌을 쥐고 던져보았다면

피해자와 가해자만 존재하는 이분법

더글로리가 화제가 되면서 학폭 피해자들이 스스로 피해자임을 밝히고 가해자를 지목하기 시작했다. 늦게라도 억울함과 아픔이 밝혀지고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되면 좋겠다.


최근 피해자가 밝힌 가해자 근황을 보니 다들 아무렇지 않게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평범한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다. 과거는 덮어둔다고 해서 덮어지지 않는다. 세월이 지나 언젠가는 드러나고 대가는 치르게 되어있다.


세상은 피해자와 가해자만 존재할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만 피해를 준 것이 아니다. 먼저 피해자의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았고 가해자를 키워준 부모님도 욕되게 한 것이다. 가해자는 그 외에도 본인의 가해로 인하여 사건을 조사하게 되는 경찰, 선생님 등 수많은 관련자들의 일을 만들어냈고 본인이 다니는 직장이 공개되면서 그 회사에도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물가에 돌을 쥐고 던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겉으로 보기에는 물가에 물보라가 한번 생기고 다시 잠잠해지겠지만 그 안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난다. 물안에 있던 물고기의 움직임이 바뀌고 수많은 미생물이 밀려날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던진 그 자리에 돌은 가라앉아 자리 잡는다.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흔적은 남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던진 돌이 물보라만 일으키고 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해자들은 알아야 한다. 애초에 그 누구에게도 돌을 던진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되지만 적어도 자신이 하는 행동이 어떤 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알 있어야 한다. 세상에는 피해자와 가해자만 존재하지 않는다. 가해자가 던진 돌과 그로 인해 변해버린 고요했던 연못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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