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름 Feb 05. 2024

그녀는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주절거림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그녀는 사실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주인공들 옆에서 주인공들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조연1에 불과했다. 없어진다고 하여 아쉬워하는 사람 아무도 없고, 갑자기 사라진다 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그런 언제나 주인공들 옆에서 그림자처럼 서 있는 사람 1.


그녀는 우스꽝스럽게도 그동안 사람1이 주인공이라고 바락바락 우기며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주변에서 입을 모아 “너는 주인공이 아니야 “라고 이야기를 해도 그녀는 그들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잘못됐다고 생각을 하며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지만 왠지 모를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 영문 모를 확신에 기대 그녀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가리고 있던 눈과 귀를 열자 진짜 주인공들은 이미 저 멀리 앞으로 나아가 까마득한 점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지금껏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사실 그저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몸부림을 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을 문득 깨달은 그녀는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 그동안 착각 속에 살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였던 것이다. 그녀는 지난날들에 대한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그녀는 사람1이 주인공이 되는 그런 다디단 긴 꿈을 오래 꾸고 있었다. 이제는 현실로 되돌아와야만 했다. 눈물을 훔치며 그녀는 다시금 자신의 위치를 확인했다. 여전히 진짜 주인공들은 저 멀리 앞서나가 이제는 보이지도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모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