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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Mar 18. 2024

괴물

주절거림

문득 한 건물에서 퇴근하는 사람들을 반대편에서 바라보고 있자, 그 모습이 마치 사람들을 토해내는 괴물의 모습처럼 보였다. 회전문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그 돌아가는 회전문 안에서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물 밀듯 쏟아져 나왔다. 그 쉼 없는 회전은 헛구역질을 하며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는 그동안 잡아놨던 인간들을 다 토해내는 괴물의 모습 같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괴물의 괴로운 비명소리마저도 들리는 듯했다. 셀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은 6시가 딱 되자마자 커다랗게 벌려진 괴물의 입을 통해 너와 나 할 것 없이 해방감이 가득 찬 표정을 얼굴 위로 한껏 얹고 가뿐히 회전문을 통과해 여러 갈래로 흩어져 나갔다. 그렇게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건물을 고개를 들어 위로 올려다보자 왠지 모를 공허함과 황량함이 느껴졌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거대한 입을 벌리고는 하나도 남김없이 인간들을 먹어치울 예정인 건물에는 묘한 긴장감이 도는 듯했다. 폭풍전야와도 같은 고요 속에 잠들어 있는 과격성과 공포가 숨죽여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괴물의 입을 통해 들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군집 속에는 사람들을 잡아먹는 괴물보다도 더 괴물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인간의 탈을 쓴 괴물들이 그 속에 몇 명, 아니 몇 십 명이나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누가 괴물인 것일까. 우리는 과연 괴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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