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림
주말 아침 8시, 집 밖으로 나가면 주말과 상관없이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로 길거리는 얼마간 채워져 있다. 원래라면 그 시간 아직도 꿈나라에 있을 나지만, 오늘따라 눈이 빨리 떠진 탓에 아직은 견딜만한 더위를 친구 삼아 집 밖을 나와 마주할 수 있는 풍경이었다. 평일에 일하는 나는 주말이면 밀린 잠을 몰아 자느라 내 주말의 시작은 대략 11시 정도가 된다. 그래서 그 이른 시간의 풍경은 내게 익숙하지 않은 것들 중에 하나이다. 주말에 익숙하지 않은 그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비록 아무것도 하지는 않았지만, 그 속에 속해 있는 것이 좋았다. 시간이 흐르면 금방 사라져 버리고 말 이 순간의 풍경 속에 속해 있는 것이 좋았다. 이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았다. 아직은 완전히 선명해지기 전 날씨, 습도, 온도 따위가 좋았다.
다들 무슨 바쁜 용무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딘가로 가는 것인지 나는 그들의 행방이 궁금했다. 옆에서 장사를 할 준비로 바쁜 노부부가 보였다. 그들은 어제 가게 안으로 들여놓았던 온갖 잡화들을 다시 밖으로 꺼내놓기 바빴다. 그 옆의 자동차정비사도 이제 막 출근을 했는지 가게 문을 여는데 한창이었다. 그들에게는 주말도 평일이었다. 나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이 주말이 그들에게는 별 대수롭지 않은 날들 중 하루인 것이다. 나는 그저 그들의 반대편에 앉아 그들이 속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들은 그 풍경을 만들어내기 바빴다. 항상 주말이라고 무심히 지나가기 바빴던 모습들이, 혹은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 오늘에서야 내 시야에 들어왔다. 오늘도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 오늘도 이 힘겨움이 그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에 나는 내 시선으로 삶을 대하고 바라보았던 그전까지의 내가 부끄러웠다. 사람들은 각자의 온도와 속도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여러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길들이 이 세상에는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