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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Jul 17. 2024

주절거림

잠결에 들려오는 빗소리는 내 마음을 울렁이게 만든다. 멀어져 가는 의식 속에서 ‘투두둑’ 하고 일정하게 떨어지는 빗소리는 내 가슴 한편을 간지럽게 한다. 창문을 두들기는 비들은 마치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처럼 나를 정겹게 부른다. 그럼 고요함 속에서 홀로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비는 아직 해도 뜨기 전인 이른 새벽 나를 깨운다. 그것에 난 짜증이 일기보다는 반가운 감정이 먼저 앞선다. 언젠가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잠을 청하던 밤, 얕은 의식 속에서 빗소리가 들려오면 나의 입꼬리는 살며시 올라갔다. 깊은 갈증이 해소된 것처럼 그 소리에 더욱더 깊이 잠들곤 했다. 왠지 모르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나는 이 세상의 모든 나쁜 것들이, 나를 괴롭게 하는 모든 것들이 모두 이 비와 함께 다 희석되고 다 쓸려내려갈 것만 같아 가슴이 한없이 차가워진다.


비 오는 날, 밖으로 나가면 한 손에 우산을 들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길거리는 알록달록해진다. 그것에 평소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난 길거리는 제법 들떠 보인다. 그 들뜬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지는지 흐릿한 공기와 하늘과는 달리 나의 눈빛만은 또렷해진다. 그 또렷한 눈으로 흐릿한 풍경의 저 너머를 바라본다. 저 너머의 풍경은 비가 그친 어느 여름날의 풍경이다. 그 영롱한 초록빛에 맺힌 찬란한 물방울들을 상상하면 한없이 싱그럽기만 하다. 나의 몸에도 땀인지 비인지 모를 물방울이 맺힌다. 그럼 난 그 물방울들이 내 몸에  다 스며들 때까지 그것들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서서히 작아지는 물방울들을 멍하니 바라보면 이 물방울들이 내 혈관을 돌고 돌아 심장에까지 도달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것에 잠시간 전율한다. 하지만 그 전율은 금세 끝나버리고 만다. 그것에 금방 아쉬움이 몰려온다. 하지만 아쉬움은 금방 기대감으로 변해버린다. 다시 비가 내리는 날이면 이 전율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비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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