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는 방식
버스는 온갖 생각들이 자라나는 공간이다. 마치 늦은 밤 침대에 누워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들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때와 비슷하다. 나는 버스에 타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것은 핸드폰을 하면서 가기 싫은 것과 바깥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서이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에 버스는 아주 최적의 장소이다. 달리는 차 안에서 바깥 풍경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계절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가 있다. 운전면허가 없는 나는 마음이 공허해지거나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때에도 버스에 오른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 두 정거장만으로도 도착할 수 있는 곳을 일부로 20분이 넘게 걸리는 버스를 선택해서 타고 갈 때도 있다.
노래를 들으며 바깥 풍경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러나 이때 마음과는 다르게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들이 자라난다. 앞으로 다가올 한참 뒤의 일부터 시작하여 당장 몇 시간 뒤, 몇 분 뒤에 일어날 일들이 말이다. 그러다 꼬리의 꼬리를 물어 전혀 현재의 생각과는 관계가 없는 그런 생각에까지 미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생각에까지 이어지기도 하며, 갑자기 버스 뒤에서 차가 박는다든지 급정차를 하여 사람들이 넘어지는 그런 상상까지도 해보게 된다. 순전히 20-30분의 시간이 생각하고 상상만의 시간으로 지나가버린다. 그리곤 이곳에 우연히 함께 버스를 타게 된 사람들을 보며 이제는 다시 마주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란 것에 혼자만의 조그마한 아쉬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가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사람들인 창밖의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도 시선을 둔다. 창문 너머인 바깥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외로 많은 정보가 읽힌다. 소리가 없다고 하여 그 상황들이 읽히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길 한가운데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서로를 향해 노려보고 있는 남녀 한 쌍, 한 손으로는 엄마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호떡을 든 채 행복한 표정으로 조잘거리며 걸어가는 아이, 조금은 부끄러운 듯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전화 통화를 하며 걸어가는 여자, 비 오는 날 본인의 어깨가 젖는 것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자식 쪽으로 우산을 기울이는 아버지. 이렇게 버스를 타면 다양한 모습들을 마주할 수 있고, 그것들은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남는다. 그래서 나는 버스가 좋다. 온전히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많은 다양한 모습들을 마주할 수 있어서.
그렇게 생각에 빠져있다가 버스에서 내릴 때가 되면 나는 왠지 모를 기나긴 꿈을 꾼 듯한 기분을 느낀다. 마치 다른 세상을 엿보고 온 것만 같은 기분 말이다. 그런 몽롱한 상태로 버스의 계단에서 내려와 땅에 발을 딛는 순간, 나는 다시 현실세계로 되돌아오고 만다. 하지만 이 기묘한 감각을 알아버린 나는 언제나처럼 버스를 찾을 것이다. 버스 안에서 마주하는 모습들을 보기 위해. 생각과 상상의 꿈을 꾸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