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뜻한 백수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요?

by 수윤

준비하던 자격증 과정이 끝났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옆자리 학우분과 '잘 지내라, 수고했다' 악수를 나눴다. 수료증과 준비된 기념품을 받고, 인사까지 마치고 나오는데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학원에 갈 때까지만 해도 '이제 자유다!!!'하며 시원한 마음을 가지고 들어갔는데, 나올 땐 섭섭한 마음을 하나 더 얹어서 나왔다. 7월부터는 힘에 부쳐 그만두고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끝까지 해내고 나니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로써 나는 다시 산뜻한 백수가 되었다.


아니, 산뜻하고 싶은 백수다. 무언갈 배우고 일할 땐, 내게 맞춰야 하는 퍼즐들이 있고 해내다 보면 시간이 가니까 오히려 정신적으로 편안하다. 회사 그만두면~' 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하다 보면, 가만히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행복할 것 같다. 하지만 백수가 되고 한 달, 두 달이 지나다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람에겐 꼭 소진해야 할 에너지가 있는 듯 하다. 직장이나 학교를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에너지가 닳고 심지어는 원하지 않는 만큼 닳아버려 늘 쉬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쉬어보면 스스로 일을 벌려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집안일 하는데 1~2시간

책 읽고 글 쓰는데 1~2시간

운동하는데 1시간

밥 먹는 데 1시간

좋아하는 거, 해야하는 거 죄다 끌어와도 잠 자는 시간을 제외한 16시간을 채우기가 빠듯하다.

이 얼마나 복스런 고민인가.


그렇다면 다시 직장에 가면 되지 않을까?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세 번의 직장 경험이 있는데, 모두 1년을 채우기가 힘들었다. 체력이 부족해서 자주 아프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답답함이 컸다. 매일 의미 없이 반복되는 업무와 쳇바퀴 도는 하루하루가 숨통이 막혔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호흡이 답답해지기도 했다. 회사 업무가 과도하지도,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지도 않았는데도 그랬다. 그 때 찾아보던 책들이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 삽니다" 같은 에세이들이었다. 하... 내게도 재능이란 게 있다면 프리랜서로 벌어 먹고 살고 싶다고 생각했더랬다.


나에게도 재능이란 게 있지 않을까? 큰 재능은 아닐지라도 아주 작고 사소한 재능이 없을 리가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 보니 고등학교 때 수학을 좋아했고, 친구들에게 가르쳐줄 때 즐거웠던 경험이 떠올랐다.


"아, 수학 강사를 해보자!"


당시 다니고 있던 두 번째 직장을 그만두고, 학원 면접을 보러 다녔다. 생각보다 진입장벽은 낮았지만 내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달랐다. 우선 중학교 수학도 다시 보니 설명하기 꽤 까다로웠다. 새로 공부를 해야 했고, 페이는 대부분 열정페이였다. 그래, 이 정도는 처음이니까 감안해야지. 결정적인 건, 아이들을 대하는 게 힘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에너지에 기가 쪽쪽 빨렸다. 짧은 시간동안 깨달은 건, 학원 강사에게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1번이 외향성이라는 것이다.


결국 나는 세 번째 회사를 들어갔고, 비교적 짧은 근무 시간에 만족하며 다니다 회사의 폐업으로 다시 실업자가 된 거다. 취득한 자격증으로 새로 직장을 알아보려니 생각만 해도 답답하고, 그렇다고 취업을 안하자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한창 일할 나이에 놀고만 있을 수도 없는데 방향을 정하지 못하니 그것 또한 밤고구마를 물도 없이 목구멍에 밀어넣은 것처럼 마음이 뻑뻑하다.


이런 고민들로 점점 무거워지니 한 발짝을 떼기도 어려운 듯 하다.

이럴 땐 작은 목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하나의 목표를 설정했다.

일단 고민하지 않고 산뜻한 백수가 되기.

생각을 비워내고 일단 쉬자.

자격증 따느라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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