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고 말고
변명의 시간이다. 매주 목요일에 연재를 하겠다고 브런치북을 신청해 두고서 2주에 한 번씩 찾아오는 데에 대한 이유이자 변명.
글을 쓰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내게 브런치는 감사하게도 한 자리를 내어주었다. 쟁쟁한 분들 사이에 내가 설 곳은 1평도 안되어 보였지만 꾸준히 하면 언젠간 34평의 아파트 한 채는 거뜬히 가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 글을 썼다. 그런데 쓰다 보니 34평은 무슨, 가지고 있는 1평만 한 공간마저 스스로 내칠 판이다. 글을 쓰고 싶으면서도 쓰기 싫은 이 마음. 어차피 세상은 내 글에 그리 관심이 많지도 않은데 왜 나 혼자 세기의 작가처럼 이렇게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지 모르겠다. 병인가. 병이라면 중증이다.
1
서점에 갔다. 수많은 에세이 책들. 한 장씩 들춰본다. 에세이 스타일의 글을 쓴 이후로는 에세이 책은 꼴도 보기 싫다. 이전에는 다른 사람들의 삶의 한 조각을 보는 게 좋아서 에세이를 참 좋아했더랬다. 그래서 나도 그들처럼 내 삶의 한 꼭지씩을 떼어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마음대로 안되니 괜히 심통이다. 서점 매대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책들을 보니 배도 아프고 샘이 나서 못 살겠다. 아니 그걸 보고 배 아파하는 내가 더 찌질해서 못 살겠다.
2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내가 쓰는 이것을 글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달마다 돌아오는 월경처럼 주기적으로 돌아온다. 글 쓸 때 즐거워서 글을 계속 쓰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실력이 늘었고, 자연스럽게 출간까지 하게 되었어요,라고 말하는 수많은 책들이 말하던데. 나는 왜 그런 자연스러움이 없지? 글을 쓸 거야!!! 다짐하고, 아휴 나 같은 게 무슨... 의 반복. 다짐과 실망의 반복. 다짐이 없으면 실망도 없으려나.
3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한 세계를 부수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데미안의 구절. 이 책을 읽지 않은 자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명언이다. 그렇다. 이 말이 내게 깊숙이 들어온 까닭은 나의 틀을 깨고 싶다는 생각과 일치하기 때문일 것이다. 겁이 많아 따스한 온실에 앉아있지만, 늘 한계 밖을 나아가보고 싶은 마음. 글 쓸 때도 비슷하다. 좀 더 자유롭게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다양하게 써보고 싶다. 사실 이 글이 그 시도다.
4
꾸준하다 :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끈기가 있다.
끈기 : 쉽게 단념하지 아니하고 끈질기게 견디어 나가는 기운.
확실히 나는 꾸준하지도, 끈기가 있지도 않군.
/
쓰고 보니 별 변명도 안 되는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았다. 되겠지.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잘하진 못해도 뭐가 되긴 되겠지. 이런 마음으로 썼다.
여러분도 잘하고 싶어서 잘 안 되는 일이 있다면 이렇게 외쳐보시길.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내가 원하는 모양은 아니라도 비슷한 형상이라도 될 수 있으니까. 포기하지만 말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