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고 던져진 한마디.
그 말을 나의 실타래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더 깊이, 더 깊숙이.
그 말은 더 까맣고, 새까맣게 변해가고
내 안에 소복소복 쌓여간다.
나의 세상은 까맣게 변했고
그런 나의 세상에 불쑥 네가 들어왔다.
너는 진지한 내 표정이 재밌다고 했다.
뭐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흥미롭다고 했다.
의아했다.
그동안 들어본 적 없는 단어들을 너는 나에게 쏟아내었다.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지던 내가
너랑 있으면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그럴수록 나는 두려웠다.
나의 불행이 너를 덮쳐버릴까 봐
나의 불안이 너를 삼켜버릴까 봐
나의 그을음들이 너를 상처 낼까 봐
결국 내가 너를 떠나게 만들까 봐 겁이 났다.
너를 처음 만났을 때도
내 마음엔 성에가 가득 끼어있었다.
뿌옇게 가리어진 너의 진심을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너는 나의 실타래들을 풀고 있었다.
서로 엉킬 대로 엉커 버려 절대 풀리지 않을 것 같지 않은, 나조차도 포기했던 실타래들을.
천천히 천천히.
문득 그걸 알아챘을 때
나는 소복이 쌓인 것들을 쓸었다.
그리곤 너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나의 성에 때문에 볼 수 없었던 너의 진심들이 보였다.
꽁꽁 숨겨놓았던 너의 실타래와 그을음들이 보였다.
나는 너의 그을음들을 어루만졌다.
그동안 고마웠어
이젠 내가 너의 실타래를 풀어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