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의 강박, 그리고 시작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인기 있는 친구는 언제나 사람을 재밌게 만드는 듯 했다. 거침 없는 말, 트랜디한 단어 선택, 분위기 업 시키는 목소리 톤까지 모두 갖춘 아이들이었다. 반면에 나는 많이 소심한 아이였다. 무리에 섞여 웃지도 못하고 책상에 앉아 오고가는 대화를 들으며 속으로 '피식' 웃는, 드라마에서 학생 16쯤으로 나올 그런 아이였다.
아무에게 말도 쉽게 못 건냈던 어린시절의 나는 집안에선 재간둥이로 어른들은 모두 나를 좋아했지만 정작 학교에선 말도 친구도 없는 평범하지도 못한 어린시절이었다. 인기 있는 친구들이 부러워 최신 유행을 찾아보고, 유행하는 드라마, 가수, 만화 등 여러가지를 찾아 보았고 작지만 나도 곧 '무리'가 생겼다. 소속감에 취한 나는 조금은 오버스럽게도 하고 짖궂게도 하면서 친구들에게 개그우먼 역할을 도맡아 했다.
자존감이 한껏 올라간 사춘기 시절 집에서도 가끔은 오버스러운 장난을 치곤 했는데, 냉철하지만 감정기복이 심한 우리 엄마는 나에게 "재미 없으니까 그만해"라고 했다. 이 말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아서 주변 사람들이 나로 인해 웃을때마다 나를 괴롭힌다. '나 별로 재미 없는 사람인데... 웃긴게 맞는 건가?' 라는 의구심을 들게 만든다.
'나 진짜 웃긴 사람인가?'
나는 재미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20대가 되었는데, 여전히 사람들은 나를 보며 웃는다. 재미있다고.
그럼 나는 말한다.
"내가 뭐가 그렇게 웃긴거야?"
그럼 주변 사람들은 얘기한다.
"너는 그냥 재미있어. 별거 없지만 재미있는 아이야."
가끔 아무도 생각 못할 재치를 발휘할 때가 있다는 것을 사실 나도 안다. 그러나 스스로 엄마의 말에 갇혀 재미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어린 마음에서 벗어날 때도 됐는데 쉽지 않다. 왜냐하면 지금도 엄마는 내가 재미 없다고 말한다. 나의 질문에, 장난에 크게 동요하지도 않는 사람이다.(애정이 없거나 사랑이 없는 엄마는 아니다. 다만, 자신의 관심사 외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MBTI로 치자면 100% ST일 듯한 성격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 말에 상처받은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게 엄마가 사랑하는 딸 이라는 것을 언젠간 말하고 싶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서툴렀겠지만, 나도 내 삶이 처음이라 상처 받았다고.
그건 굳이 엄마가 아니라 친구였어도 말하고 싶었던 얘기라고 말하고 싶다.
수많은 심리학자, 아동심리학자들은 어린시절 경험과 감정이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완벽한 부모-자식 관계는 없다고 생각하는 나는 누구나 성장 중에 결핍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러 결핍이 있지만, 유머에 대한 결핍이 있는 것이다. 다른 말로 풀자면 관심받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못했다. 조용하지만 튀고싶은 요상한 사람이다.
나는 이 결핍을 내가 직접 쓰는 글로 충족시키고 싶다. 서툴고 부족할테지만, 이게 나의 시작이고 어릴 적 받았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다. 관심 받고 싶기 때문에. 앞서 설명은 없었지만, 나는 위로하는 것도 좋아한다. 모든 사람이 처음인 사건을 겪으며 많은 상처를 받곤 한다. 혹여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나의 글을 보며 공감하고 위로가 되길 바라며 나의 부족하고 엉뚱하고 실수가 넘치지만 재미있는 일상을 공유하여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 '나'라는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려고 한다.
나의 글이 상처받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그렇게 살아도 틀린게 아니라는 교과서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