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통은 혼자서도 할게 많다. 영어 공부, 유튜브, 드라마 시청, 운동... 그러다가도 혼자서 보내는 주말이 연이어 3주 가량 되면 그게 지루해진다. 뉴질랜드에서 회사 생활할 때는 지루함이 찾아올 때 친한 동생에게 먼저 연락을 해서 만나거나, 때마침 동료가 여는 파티에 가곤 했다.
누군가와 시끌벅적하게 웃고 떠들면 그 자체로 좋았다. 허상일지라도 우리가 마치 하나가 된 것 같다는 느낌과 함께 이 밤이 오래 기억될 밤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또 절실해졌다.
사진: Unsplash의yang wewe
오랜만에 떠나는 휴가에 잔뜩 기대 하며 가서 먹을 것, 놀 것 다 정해 놓고, 막상 도착한 휴가지에서는 생각보다 너무 덥고 재미가 없다고 숙소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던 때,
도전의 다른 이름은 고생인 것 같고, 앞으로는 지금에 만족하면서 안정을 추구하겠다고 해놓고도 잊고 지내던 누군가의 빛나는 성취를 보면 나도 모르게 질투가 고개를 들 때,
어떤 날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좋은게 뭐가 있을까?' 를 생각하며 쓸쓸해지기도 했다가도 내가 이 세상을 떠나도 세상은 그 자체로 아주 잘 굴러갈거라는 사실에 그게 그렇게나 세상에게 섭섭해지는 때.
그때마다 속으로 그랬다. '그래, 나는가끔 참 얄궂은 사람이구나.'
가끔은 내가 나를 데리고 사는 일이 고단할 때가 있다. 보통은 기분이 다운될 때인데 이 다운 되는 기분의 정체는 뭔지, 다 좋은 상황인데 뭐가 문제라 이러는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지금이 얼마나 감사한 때인데, 그 시간을 이렇게 축 처진채로 보내냐고 나를 다그쳐도 보고, 이것저것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나에게 선물했는데도 내 반응이 시큰둥할 때 더 고단해진다.
그럴 땐 마치 어떤 이유로 토라져서는 입도 뻥긋 안하는 애인 앞에서 절절 매는 사람이 된 것 같다. 근데 그 입도 뻥긋하고 싶지 않은 기분을 오롯이 뒤집어 쓰고 있는 애인이 바로 나라서, 나는 나대로 그게 너무 답답하다.
사는 일은 이 모든 나를 데리고 가는 일이다. 때로는 어르고 달래고, 때로는 큰 소리도 쳐보며, 권태로운 나도, 우울한 나도, 외로운 나도, 피곤한 나도, 질투하는 나도, 회의적인 나도 포기하지 않고 데려가는 일을 나는 계속 해오고 있다.
어릴 때는 내가 칭얼거리면 엄마가 ‘어제 잠투정을 좀 하더니 피곤해서 저러는구나. 낮잠을 좀 재워야겠다‘ 하셨을거다. 그때의 나에게는 원인분석과 해결방안 제시를 즉각적으로 해줄 수 있는 보호자가 있었지만 어른인 나는 내가 나의 보호자가 되야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