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맨디 Apr 01. 2023

나를 데리고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

나라는 얄궂은 사람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통은 혼자서도 할게 많다. 영어 공부, 유튜브, 드라마 시청, 운동... 그러다가도 혼자서 보내는 주말이 연이어 3주 가량 되면 그게 지루해진다. 뉴질랜드에서 회사 생활할 때는 지루함이 찾아올 때 친한 동생에게 먼저 연락을 해서 만나거나, 때마침 동료가 여는 파티에 가곤 했다.

누군가와 시끌벅적하게 웃고 떠들면 그 자체로 좋았다. 허상일지라도 우리가 마치 하나가 된 것 같다는 느낌과 함께 이 밤이 오래 기억될 밤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또 절실해졌다.

 

사진: Unsplash의yang wewe


오랜만에 떠나는 휴가에 잔뜩 기대 하며 가서 먹을 것, 놀 것 다 정해 놓고, 막상 도착한 휴가지에서는 생각보다 너무 덥고 재미가 없다고 숙소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던 때,


도전의 다른 이름은 고생인 것 같고, 앞으로는 지금에 만족하면서 안정을 추구하겠다고 해놓고도 잊고 지내던 누군가의 빛나는 성취를 보면 나도 모르게 질투가 고개를 들 때,


어떤 날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좋은게 뭐가 있을까?' 를 생각하며 쓸쓸해지기도 했다가도 내가 이 세상을 떠나도 세상은 그 자체로 아주 잘 굴러갈거라는 사실에 그게 그렇게나 세상에게 섭섭해지는 때.


그때마다 속으로 그랬다. '그래, 나는 가끔 참 얄궂은 사람이구나.'




가끔은 내가 나를 데리고 사는 일이 고단할 때가 있다. 보통은 기분이 다운될 때인데 이 다운 되는 기분의 정체는 뭔지, 다 좋은 상황인데 뭐가 문제라 이러는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지금이 얼마나 감사한 때인데, 그 시간을 이렇게 축 처진채로 보내냐고 나를 다그쳐도 보고, 이것저것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나에게 선물했는데도 내 반응이 시큰둥할 때 더 고단해진다.     


그럴 땐 마치 어떤 이유로 토라져서는 입도 뻥긋 안하는 애인 앞에서 절절 매는 사람이 된 것 같다. 근데 그 입도 뻥긋하고 싶지 않은 기분을 오롯이 뒤집어 쓰고 있는 애인이 바로 나라서, 나는 나대로 그게 너무 답답하다.

     

사는 일은 이 모든 나를 데리고 가는 일이다. 때로는 어르고 달래고, 때로는 큰 소리도 쳐보며, 권태로운 나도, 우울한 나도, 외로운 나도, 피곤한 나도, 질투하는 나도, 회의적인 나도 포기하지 않고 데려가는 일을 나는 계속 해오고 있다.


어릴 때는 내가 칭얼거리면 엄마가 ‘어제 잠투정을 좀 하더니 피곤해서 저러는구나. 낮잠을 좀 재워야겠다‘ 하셨을거다. 그때의 나에게는 원인분석과 해결방안 제시를 즉각적으로 해줄 수 있는 보호자가 있었지만 어른인 나는 내가 나의 보호자가 되야하기도 한다.


어른이란 어쩌면 누군가를 어르고 달랠 수 있는 사람을 말하는게 아닐까.

그게 어린 아이든, 본인 스스로든.


         

이전 17화 잘 살고 싶었는데, 잘 살 줄 알았는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