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효진 Aug 01. 2024

엄마는 나의 별.


 "우리 예쁜 딸, 이제 일어나야지."


커튼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태양에 눈살이 찌푸려지던 찰나, 엄마가 태양을 막아서며 내 볼을 어루만진다.  볼을 타고 전해오는 익숙한 향기와 보드라운 손길에 나는 한순간 평온해지고, 그로써 힘차게 하루가 시작된다.


 "으음.. 안녕히 주무셨어요. 엄마."

엄마는 눈 비비며 인사하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아유 예뻐라. 어쩜 이렇게 예쁠까."


눈곱이 엉겨 붙어 엉망인 내 모습이 뭐가 그리 예쁜지 하트 눈빛을 잔뜩 발사시킨다. 그 눈빛에 나는 쑥스러워 엄마를 쓰윽 밀어내면서도, 기분 좋은 미소를 숨기지 않는다.


한편 거실에서는 고소한 치즈냄새가 나를 부른다. 포실포실한 계란 속에 숨어 기다렸다는 듯 마구 냄새를 퍼뜨리고 나는 이끌려 식탁에 앉는다.


 "와! 치즈 계란말이!"

 "딸 좋아하는 거 먹고 든든하게 학교 가야지~ 초등학생 됐으니 더 잘 먹어야 해."

 "엄마 케첩은?"

 "어머! 내정신 좀 봐. 얼른 꺼내줄게."


다급히 냉장고 문을 열어 케첩을 꺼내온 엄마는 기다란 계란말이에 빨간 글씨로 세 글자를 적어낸다.

 '사랑해♥'

공간이 모자라 찌그러진 하트에 웃음이 터진 우리는 깔깔거리고, 웃음소리를 들은 아빠가 방에서 기지개를 켜며 거실로 나온다.


 "나만 빼고 뭐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잘 잤어 우리 딸?"

으레 그렇듯 내 머리를 흐트러뜨리고는 눈을 맞추는 아빠. 나는 그 커다랗고 따뜻한 손길이 참 좋다.


 "아빠, 엄마가 그린 하트 좀 봐바. 찌그러졌어!"


내 작은 손가락짓에 아빠는 날 보던 시선을 찌그러진 하트로 옮기고, 이내 엄마를 바라보며 기분 좋게 웃어 보인다.  

 "하하하하, 당신 하트 그리는 법을 다시 배워야겠는데?"

 "꺄르르르- 맞아! 엄마, 다시 배워야겠는데요?"


앵무새 마냥 아빠를 따라 복창하면, 엄마는 두 손으로 내 볼을 꼬집는 시늉을 한다. 간지러울 정도로 살짝 잡아내던 엄마의 집게손가락. 아침부터 웃음꽃이 만개하던, 그때 그날의 우리. 가슴 가득히 차오르는 행복을 느꼈던 그 순간이...

...

나는 너무 보고 싶었다.



삐 삐 삐삐삐삐 덜컥-


 "딸, 왜 또 불을 다 끄고 있어.."

현관 불이 환하게 켜지자 더욱 대비되어 보이는 짙은 어둠의 거실. 그 속에서 나는 쪼그려 앉아 집에 들어온 아빠를 향해 힘없이 고개를 돌렸다.


 "아빠.. 오셨어요?"


달빛에 비춰 푹 젖은 내 눈망울을 봤는지, 다급히 가방을 손에서 놓치듯 던져버리고 내게로 오는 아빠. 걱정스러운 눈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 앞에 놓인 장난감 집과 세명의 마론인형을 덩그러니 쳐다본다.


그리고 나를 힘껏 끌어안는다.


 "우리 딸. 인형놀이 하고 있었구나.. 배고프지? 아빠가 계란 말이 해줄까? 우리 딸이 제일 좋아하잖아.."


아빠는 당장이라도 목놓아 울 것 같은 목소리를 애써 삼키고 있었다. 나는 들고 있던 가장 예쁜 인형을 내려놓고, 위로는 될까 싶은 작은 손으로 아빠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치즈도 넣어주세요 아빠.."


 몇 달 전 교통사고로 하늘나라에 간 예쁜 엄마. 그립고 그리운 마음. 나와 아빠는 각자의 방법으로 매일을 참아내고 있었다.


 아빠의 계란말이에는 하얀 눈이 내렸다. 엄마처럼 계란 속에 치즈를 쏙 숨기는 게 어려웠는지 하얗고 작은 치즈들을 위에 뿌린 모양이 꼭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같았다.


 "아! 케첩도 해줘야지 우리 딸."

 

엄마를 놀려대며 웃었던 아빠는 삐뚤빼뚤 빨간 글씨로 하얀 눈을 물들였다. 사랑해라는 글씨에 찌그러지다 못해 동그라미가 되어버린 하트와 별 하나를 그려주며 뿌듯해하는 아빠.


 "이건 뭐예요?"

 "그건 별이야. 엄마는 항상 우리 곁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 테니까."


아빠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별이 된 엄마를 상상했다. 그리고 동그라미의 윗부분을 손으로 콕 찍어 핥아먹고는 케첩을 옅게 이어서 예쁜 하트를 완성시켰다. 포실한 계란 속에 숨겨진 고소한 치즈는 더 이상 볼 수 없었지만, 하얀 눈이 내리고 예쁜 별이 그려진 또 다른 계란말이가 눈앞에 있었다.

 

 "하트랑 별이니까... 사 랑 해 엄 마."

 “맞네. 우리 딸 역시 똑똑하네! 아빠는?”

 “아빠도... 사랑해요.”


쑥스러워 기어들어가는 나의 고백에, 아빠는 내 머리를 흐트러뜨리고 눈을 맞춘다.

 “아빠도 사랑해 우리 딸."



[생각이 흐르는 시간- 초 단편‘엄마는 나의 별’]

이전 06화 무심코 던진 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